환절기라서 일까 몸이 안 하던 짓을 한다.
갑자기 목에 이상을 느끼는가 하였더니 사흘째 기침이 나온다.
더는 잠이 안 와 잠자리에서 일어나 기침약을 복용 후 자판기를
두드리고 있다. 그것도 새벽 5시에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사실 사진으로 만나본 모리 교수님은 참 인자하게 생기셨다.
그런 교수님 밑에서 학문과 지성을 연마하는 것도
인생에 있어서 큰 축복 중에 하나 일 것 같다.
누군가 삶의 기쁨과 슬픔 모두를 승화시키는 위대한
정신을 부어주고 채워주고 느끼게 하여줄 수 있다는
것은 평범이 비범을 났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사람이 살다가 결국은 언젠가 죽어야 한다면 주변인물들의
추억 속에 아름다웠고 좋은 인물로 기억되는 삶을 살다가
주어진 자기 몫의 인생여정을 맞추는 것도 축복이다.
누군가 자기를 아쉬워하고 그리워 할 수 있는 그 대상이
되어서 죽는 다는 것은 "그래 잘 죽었다"나 '아, 그랬구나"
보다는 그 가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적어도
인생 그 자체만으로도 그렇다고 바라본다.
"Tuesdays with Morrie" 중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인간과 인간사이에 맺어진 관계는 죽음이 서로를
격리시킬뿐이지 인간과 인간사이에 정립된 돈둑한
아름다운 관계는 영원하다고 사회학자인 모리 교수님이
이 책의 저자인 제자 미치에게 들려주는 대목이 있다.
간결한 묘사 그러나 그 보다 더 절제된 언어의 깊이는
없는 감동 그 자체이다.
오늘날과 같이 혼탁하고 포스트 모더니즘의 극도의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얼마나 깊은 화두인가....
차가운 공기와 濕한 정경들이 어찌나 쓸쓸하고 어깨를
움츠러들게 하던지 지중해성 기후에서 살아온 사람에게
사계절, 그 가을 아침은 따듯한 차 한 잔이 데워줄 수가
있었다. 형님은 여느 때와 같이 이미 일찍 일어나셔서
가사를 돌보고 계셨다.
이젤 위에 14 x 16 정도의 켄버스 위에는 형님이 손수
그린 맑은 그림 한 점이 놓여 있었다. 이날은 늑장을
부리고 느지막하게 길을 나섰다. 형수님은 쉬카고 다운타운
시어즈 타워나 잔 행칵 타워의 스카이 라운지나 그 주변을
보여주라고 형님에게 권고하셨다. 형님 또한 네가 잠시 살던
Cicero를 가보지 않겠느냐고 물으셨지만 모두 거절하였다.
힘들었던 날들의 편린이 남은 곳을 구태의연하게 가보고
추억의 영상을 되돌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나친
도시문명의 냄새가 덕지덕지 묻은 곳은 가보고 싶지가
았았다. 사색을 위한 교외 숲, 들길, 호숫가나 강가로
방향을 틀자고 하였다.
자동차 엔진이 머문 곳은 영국인 건축가가 디자인한
영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건축양식과 커다란 인공호수가
있는 연꽃조차도 그 수명을 다하고 말라버린 모습으로
호숫가 산책로 물가에 자리하고 정구장이 즐비하게
여러 개 설치된 깔끔한 동네와 학교 건축물이 있는
가을이 내린 호숫가였다.
불어오는 찬바람이 제법 추워 잠바 목 부분의 옷깃을
올리고 산책을 한참 하다가 맞은 편으로 도시의 전경이
바라다 보이는 나무로 만든 벤치에 앉아서 잠시 물끄러미
호수의 수면과 정경을 바라보면서 개인이 갖고 있는
인생철학과 시각과 사회가 바라다보는 인식의 틀에
기초한 가치관의 차이와 그 문제점들과 기타 이야기를
나누고 자리를 일어나 다시 발길을 옮기었다.
버어지니아로 출발을 하루 앞두고 기수를 돌려서 아우가
살았었고 추억하는 취향이 담겨진 영국 건축 양식과 도시의
정취가 담긴 호숫가이자 형님이 주말이면 가끔 정구도
치신다는 곳을 떠나 다시 정처 없이 간 곳은 시간이
시간이라 먹는 것에 별로 큰 신경 안 쓰고 소식하는
모습 그대로 델 타고를 들어가 창가에 앉아서 창 밖의
정경을 바라보고 간식을 한 후 먼길을 달려 차는 움직이고
있었다.
불어오는 찬바람과 흩뿌리는 빗방울을 바쳐주는 회색 빛
도시의 가을저녁 하늘 얼마를 지났을 까 시선을 돌려보니
순간 지나가는 옆모습은 공원묘지였다. 어떤 직감이 순간
뇌리를 스쳐가고 있었다. 잠시 후 자동차는 정문을
통과하여서 낙엽이진 묘지 안으로 들어가 꽃이 놓인
어느 묘지 앞에 엔진을 끄고 정차를 하였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창문 밖으로 꽃이 놓인 곳을 바라다
보면서 어쩌면 그 옆의 정경은 아주 소중한 곳일 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형님의 고인이 되신 선친들의 묘소일 것이란
생각이 드는 순간 형님은 차에서 내리라고 하신다.
자동차에서 내려 형님의 뒤를 따라 걸어가 발길을 멈춘 곳
그 앞에는 묘비가 놓여 있었다. 직감이 일러준 대로 그곳은
형님의 존경하는 선친들의 영원한 안식처였다. 잠시 형님
머리 숙여 묵념하시는 동안 자신도 묵념을 하고 형님이
뒤로 물러서시는 동안 겸허한 마음으로 홀로 그 비문 앞에
무릎을 꿇고 형님의 선친들께 인사를 드렸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자동차로 들어가 다시 출발을 하는 동안
질문을 던졌다.
S; 형님.......제가 형님 부모님들께 무엇이라고 말을 하였는지
알아요.................?
M: 그래 뭐라 하였어?
S: 형님 출생시켜서 잘 양육시키시고 공부시키셔서 이 부족한
자에게 형님으로 주시니 감사하고 이승에서는 뵙지 못하나
언제 지극히 높은 분이 불러 가게되면 그때 뵙고 인사 다시
드리겟노라 하고 서원을 하였지요.
M: 아..그래........나도 부모님한테 동생 하나 데리고 왔다고
인사드렸어. 그래 이제 너는 내 아우야.......좋은 형이 되도록
노력하마.........
S: 저 역시 좋은 아우가 되도록 노력하지요.
더도 들도 말고 형님이 살아가시는 동안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는 자신이었으면 합니다...늘 변함없는 진실한 모습으로
잔잔히 흐르는 우화의 강물로 말 입니다.
M: 그래 아우야, 우리 함께 그렇게 노력하자꾸나...
형님의 선친 두 분께 인사드리고 낙엽이진 묘지를 떠나오는
동안 명치끝이 이상하게 콱 막힌 듯 하면서 약간의 이상징후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얼마를 지나왔을까 형님이 커피 맛이
그런 대로 오고가는 일상 속에서 괜찮은 곳이 던킨 도넛
가계라며 그 집 커피를 마셔보자고 제안을 하셨다.
작은 집 그러나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일상 속의 이야기를
나누는데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싶었다. 크림과 커피의 배합
그리고 마시니 그 맛이 괜찮다 싶은 동안 내일의 출발에 앞서
대화를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서로를 통하여서 자아성찰을
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찌푸린 하늘가에 어둠이 드리울 때쯤 발길을 돌려 첫날 밤 운동을
하던 학교 운동장 트랙으로 답답한 명치를 위하여서 운동인 경보를
하러 갔다. 두 젊은이가 다음날 있을 일단의 세계 챔피언 운동 경기를
위한 스파링을 하고 있었다. 얼마를 돌았을까 약한 트림이 나면서
좀 나아지는 듯 하였다. 일단 속이 불편하니 죽을 만들어서 먹을지
아니면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을지를 생각하던 끝에 일본 식당으로 가서
우동으로 저녁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도착한 일본 식당은 평일 저녁이것만 빼곡이 백인 손님들로 가득하였다.
정해준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주문할 때쯤 이름도 잊은 우동을 시키면서
불현듯이 형님 앞에서 죄송하단 마음 가득하였지만 백포도주를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문 후 와인 잔이 곧 테이블 위에 놓이자
가볍게 음미를 하며 마시니 이게 왼 일 가슴이 시원하다 싶었다.
순간 형님은 박장대소를 하시는 것이 아니신가....
우동에 와인을 마시는 사람을 생전 처음 본다면서 웃고 또 웃고......
거짓말 같이 세 번째 음미를 하는 동안에 큰 트림이 한 번 나니
오후 내내 답답하였던 명치끝이 탁 트이고 속이 편안하여지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백포도주가 결국은 소화제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 아니냐고
형님은 반문을 하셨다. 그럼 다음부터는 나도 권하여 보겠다고 하신다.
즐겁고 유쾌한 저녁을 맞추고 귀가 길에 올라 마지막 밤을 보내면서
형님 내외분을 모시고 특별한 독일 산 와인을 마시면서 형님과
여정 속에 대화를 나누는 동안 상대적으로 형수님과 부족하였던
대화를 나눈 후 형님은 낮에 돌아가신 부모님 묘소에 데리고
다녀온 이야기를 형수님께 하여드렸고 3박 4일간의 여정을
맞추면서 버어지니아로 떠나는 다음날 아침을 위하여서
잠자리에 들었다.
아직도 "Tuesdays with Morrie"는 책상 위에서 홀로 읽혀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숲길과 호숫가 또는 강가의 산책로에서 진솔한
삶과 존엄성 때로는 실존에 대한 성찰을 위한 대화를 주로 나눈
여정 속에 버어지니아로 또 다른 3박 4일간의 여정을 떠나기 전
가슴에 깊게 새긴 언어는 모든 것에 대한 절제, 자기주관을
확고하게 냉철한 이성과 객관적으로 피력하는 용기와 진솔하고
따듯한 배려의 눈빛으로 같은 인간을 바라보는 자아발견이다.
물론 이때까지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읽혀지지 않았고
그 한 권의 책 속에 담겨진 지혜와 양식은 만나지 않았다.
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않아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결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 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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