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 Gauguin-Landscape(Paysage),1891(1761x2383)
꽃 지는 소리 – 최명란
꽃만 피면 봄이냐
감흥 없는 사내도 품으면 님이냐
준비할 겨를도 없이 다가와서는
오래된 병처럼 나가지 않는 사내 가슴에 품고
여인은 벌거벗은 채 서 있다
가랑이와 겨드랑이와 가슴과 입술에서 동백꽃이 피어나
그만 고독의 동백이 되어버린 여인
가슴 도려내듯 서러운 날이면 입으로 동백꽃을 빨았다는
수많은 날들 소리 없이 울며울며 달짝한 꽃물을 우물우물 빨았다는
장승포에서 뱃길로 이십분 거리
동백섬 지심도
육지를 버리고 부모 손에 이끌려 섬으로 와
시집살이 피멍든 여인의 가슴은 검붉은 동백기름이 되어버렸다
시든 것들이 더 질긴법
꽃답게 피었다가 꽃답게 떨어지는 일 쉽지 않구나
지난밤 내린 비에 무참히 떨어진 동백여인의 시들한 몸이
밀물 때린 갯바위처럼 차다
가슴을 파고드는 파도의 냉기가 무리지어 달려와
또 한번 매섭게 여인을 내리치고 뒬걸음질친다
아하! 부러진 가지에도 꽃은 핀다
여인의 가랑이에 겨드랑이에 가슴에 입술에
다시 붉은 동백꽃이 핀다
꽃만 피면 봄이냐
붉기만 하면 꽃이냐
시속 50 - 60마일의 대찬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처절한 상처만이 남아 있다.
가로수의 팔들은 절단되어 처절하게 보도 위에 나뒹굴고 꽃 몽우리는 처절하게
매질을 당하여 시인 최명란의 시 <꽃 지는 소리>가 노래하고 있는 만큼의
무게로 무참히 떨어져 계절의 서곡도 제대로 연주도 하여보지 못하고
봄이 물이 오르기도 전에 이름 모를 영혼들의 가슴에 제대로 피어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하고 마는 처절함 그 자체이다. 그러나 끈질긴 생명력은
부러진 가지 위에서도 다시 꽃을 피워 올려 봄을 노래할 것이다.
대찬 바람이 지나간 모국의 산천에도 가지는 다 부러져 나뒹굴어 산더미
같은 일들로 가득하고 꽃 몽우리는 다 부러져 나뒹굴어 이 봄 꽃 구경 제대로
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는 수화기 저 너머 산골이야기 그저 음산하다.
Camille Saint-Saens - Violin Concerto No 3 - Mvt II 를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학 펄만과 지휘자 대니얼 바렌보임의 지휘로 흐르는 곡의 잔잔함과
따듯함은 음산한 봄기운으로 황사와 대찬 바람으로 황량하여진 우리네 가슴을
화롯불처럼 뎁혀주고 움추러든 가슴을 조금은 따듯하게 열어주고도 남는다.
그뿐이랴 시인 최명란의 <꽃 지는 소리>는 눈부시게 시어의 깊이와 은유에
있어서 눈부시고 상큼한 거실 창 틈으로 스며드는 따듯한 햇살 같다.
위에 실어 놓은 최명란의 시를 2006년 겨울호 계간지 <창작과비평>에서
발췌해 자판기를 두드리면서 인생에 대한 감흥조차 없는 영혼의 소유자를
한 인간의 깊은 내면 가슴과 영혼의 기슭에 품는 것도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향기요 기쁨과 감흥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인간에게 감흥이 없다면 소금이 들어가지 않아 간이 맞지 않는 음식 맛과
같지 않을 까? 음식도 간이 들어가고 향료와 양념이 이것 저것 들어가야
제 맛을 고유하게 낼 수 있듯이 한 인간의 심성이나 모습 또한 감흥이
담겨져 있을 때 비로소 한 인간의 향기를 우리 스스로 경험할 수 있지
않을 까.
물론 각 개인마다 살아온 환경과 교육배경과 인생 경험을 통하여서
그리고 스스로 자신이 쌓아오고 갈고 닦은 만큼만 감흥의 깊이는
물론 색깔을 낼 수 있다. 자기 능력만큼만 삶의 향기와 감흥의 깊이는
물론 멋과 낭만도 일상 속에 하나의 삶의 향기로 살아갈 수 있다.
한 생애를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진실로 사랑하고 아끼고 영혼의 교감을
깊이 있게 서로 할 수 있다면 생은 그래도 따듯하고 잔잔한 감동으로
늘 일상을 살아 갈 수 있지 않을까? 서로의 행복을 위하여서 기쁨과
위로가 되어주고 진실한 영혼의 의지로서 서로를 지켜주는 버팀목이
되어 인생에 대찬 바람이 불어오는 날에도 기대일 수 있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대 진정 먼저 그대의 따듯한 가슴을 열어 놓고 기다릴 수 있는
그리움 한 자락이 있는 가…누군가를 가슴 깊이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앞서는 그런 향기 나는 따듯한 인연 하나 있는 가 보지 않으면
보고 싶어 견딜 수 없고 수화기 너머 따스한 군불 같은 음성을
감지 하지 않으면 허전함에 견딜 수 없는 그리움 진솔한 그리움
한 자락 아직도 그대 가슴에 피어나고 있는 가 그대여 사랑하라
가슴을 열고 진솔한 생의 오솔길을 오늘 하루도 걸어보시라
행복은 그대 가슴에 있다. 한 송이 목련 꽃 같은 감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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