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 독백 - 모국으로 영혼을 돌려보내면서

붓꽃 에스프리 2007. 4. 5. 18:33

 

모국,

 

봄이 되면 계절병으로 찾아오는 불청객 앨러지로 한 주 정도는 주기적으로

고생을 하여야 하는 요 몇 일 재채기에 수도 없이 코를 풀고 견디기 힘든

일상에서 오늘처럼 모국이란 언어를 가슴 깊이 생각하여본 날이 드문 듯 하다.

아침 나절 세 점의 유화를 들고 찾아간 화방 배려 깊은 주인의 손길을 빌려

표구된 유화를 특수 재료로 앞뒤 보호막을 만들어 포장하고 다시 특수

재료가 들어 있던 상자의 크기가 포장된 그림의 크기와 완벽하게 맞는 상자에

넣고 재포장을 하고 무게를 재고 가로 세로 지름을 재고 그분들이 사용하는

정직한 주인이 운영하는 특배회사에 전화를 하고 수수료를 계산 한 뒤에

가뿐히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이렇게 저렇게 바뿐 일상에서 세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거의 반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때로는 좌절과 절망 앞에서 방황하던 한 작품을 지우고

그리고 반복을 몇 번 끝에 어느 정도 손을 놓을 수가 있었다. 한 인간의

고뇌와 열정과 혼신을 다하여 영혼으로 채색한 한 장의 캔버스 그리고

몇 주를 두고 씨름한 추수감사절의 정물과 어느 사진작가의 노랑 장미

한 송이를 회화적으로 옮긴 작은 유화를 차에 싣고 집을 떠나던 순간

왠지 모르는 쓸쓸함이 가슴을 엄습하며 , 이제 너희들도 이 거실에는

두 번 다시 오지 못하겠구나, 안녕…” 이런 독백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 완벽하게 작품에 손상이 되지 않게 포장하여 보내고 돌아오는 길

어느 길목에서 불현듯이 와락 뜨거운 액체가 눈가에 솟구치는 것이 아닌 가.

자식을 멀리 떠나 보내는 기분 이랄까. 돌아와 거실에 들어서니 이젤이 허전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 까. 왠지 모르는 생각 적어도 운명적으로 육신은 비록

이 땅의 국민으로서 삶을 영위하여야 하고 뼈를 묻어 이 땅에서 진토가 되어야

할지라도 적어도 내 혼신의 열정과 영혼이 담긴 작품만큼은 영구히 모국의

품에 안겨 모국의 일부로 귀하고 귀한 손길의 보살핌 속에 안식을 취하리란

생각에 이르니 감회가 깊었다.

 

오랜 여정 정체성의 종착역에 도달하였다는 안도감에 지극히 높은 분과 귀한

손길 위에 진정 감사하는 마음이 아닐 수가 없었다. 나의 선조들이 대대로

살아오고 지킨 모국을 가슴에 담아 안식을 준 이 봄날 멀리 이방인 형들에게

부활절 카드를 보내 놓고 한 인간과 인간 사이에 놓여진 <우화의 강>

되새겨본다. 인연이란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귀한 것인가….

 

마종기 시인의 마음속에 자리한 모국도 이런 것인가 싶었다.

4.19의 여파로 타의반 자의반으로 모국을 떠나야 하였던 노시인의 그리움도

이런 것이었을 까? 이런 심정을 지혜로우신 이방인이신 우리 파파는 충분히

그 자신 공감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난해 부활절 서부 캐나다로

파파를 방문 하였을때 파파 역시 그리움 한 자락을 살며시 보여 주신적이

있으시다.

 

젊은 날의 파파가 늘 그러셨듯이 이번에도 동생 내외의 배려로 지중해 연안

순방 여행을 하시는 동안 아직도 그림엽서로 안부를 전해오신 자상하시고

배려 깊으신 인생의 안내자요 등불이요 사랑이신 이방인이신 파파가 지난날

깊이 깊이 심어주신 모국 사랑과 정체성의 근간인 뿌리 한국 그리고 모국어

사랑을 다시 뒤돌아 보는 시간인 오늘이다.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정도가 무엇이며 진정한 인간적인 아가페적인 사랑이

무엇인지 손수 말과 행동으로 본보기가 되어주신 파파를 뒤돌아보는 시간이라면

오늘은 한 인간을 통한 진솔함과 참사랑이 무엇인지를 반추하는 기회를 허락한

귀한 손길을 통하여 인생의 진실과 순수와 영혼의 순결을 재조명하게 된

감사한 하루가 아닐 수가 없다.

 

이 혼탁한 세상 패륜과 때론 무질서와 윤리와 도덕상실이란 현실을 직시할 때

아직도 세상의 한편에서는 정직하고 성실하며 올곧은 인생을 순수한 영혼의

가치관과 시각으로 일상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건전하고 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냉철한 이성과 따듯한 가슴으로 선하고 착한 이웃들이 우리 곁에

함께 더불어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씀에 오늘도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 까?

 

오늘만큼은 모국의 꽃을 모국어로 쓴 이 글에 담고 싶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지 아니하며
,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

사랑은 언제까지든지 떨어지지 아니하나

예언도 폐하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폐하리라
.

우리가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하니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으로 하던 것이 폐하리라
.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 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

우리가 이제는 거울로 보는 것과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이제는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