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떠나고 하루를 더 뉴욕에 머무르는 동안 어쩐 일인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밤을 꼬박 새우는 동안 후런트 데스크로부터 기상을 알리는 전화를 받은 후 세면을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 갔다. 가볍게 베이글과 한잔의 커피로 아침 식사를 맞춘 후
호텔 로비에서 잠시 셔를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이미 입구 쪽으로 운전사가 들어오고
있었다. 성질 고약한 인도계 운전사는 백인 호텔 투숙객 젊은 부부에게 까탈을 부리면서
커피를 갖고 차에 타지 말라고 한 마디를 한다.
셔를 버스는 투숙객을 실은 후 공항으로 떠났다.
뉴욕의 JFK 국제 공항은 어찌나 복잡하던지 각기 다른 터미널로 향하는 도로는 모두가
원형으로 돌고 도는 숨바꼭질로 가득해 보통 사람들은 엄두조차 낼 수가 없이 복잡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이번만은 다행으로 비행기를 미리 자동으로 작동되는 컴퓨터에서
프린트로 받을 수가 있었고 짐을 부칠 수가 있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보안검사가
끝난 후 비로서 쉬카고행 비행기에 오를 수가 있었다.
비행기는 자동차 산업도시 디트로이틀 향하여 비행을 하고 다시 쉬카고 행 비행기로
갈아타는 동안 출구가 있는 곳이 얼마나 먼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실내에
승객을 실어 나르는 Tram이 운행될 정도였다. 낯선 도시는 전혀 마음에 와 닿지가
않았다. 천신만고 끝에 비행기는 목적지인 쉬카고에 도착을 하였다. 이런 배기지를
클레임 하는 캐러솔이 있는 곳이 에어 캐나다로 바뀌었단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작은 짐 가방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우선 짐을 챙기고 나니 이를 어쩌나 셀률러
전화를 아직도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 사용하지를 않는 입장이니 연락할 방법이
이런 경우 없는 것이다. 다행이 공중전화가 근처에 있어 전화를 하니 형은 공항으로
오고 있었다.
날씨가 더우니 밖으로 나오지 말고 안에서 기다리면서 밖을 내다보라고 한다.
쉬카고 날씨 역시 습하고 덥기는 뉴욕과 별 반 차이가 없었다. 조금 났다고
할까 터미널 밖으로 나와 기다리는 동안 저만치서 낯이 익은 미니 밴이 시야에
들어온다. 아니나 다를 까 그토록 그리운 형이 미소를 보내며 문을 열어준다.
차에 오르자 미끄러지듯이 형은 운전을 하고 공항을 빠져나가며 무엇이 먹고
싶으냐고 한다. 동생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언제나 사주고 싶어하는 형의 마음
앞에 바보가 되고 만다.
별로 시장기도 없기에 점심도 굶은 형은 무척이나 시장기가 크다고 하였다.
그러나 남은 짧은 오후시간 때문에 형은 시간을 아끼고 동생 가슴에 가을을
담아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가득해 간단하게 점심을 먹기로 하고 우린 맥다널드로
향하여 주차 후 가벼운 랩과 샌드위치를 시켰다. 형의 오른쪽 팔은 독일계
이웃집을 도와주다 다쳐서 보조대를 하고 있고 바라보기가 안타까웠다.
식사가 끝나고 아픈 오른쪽 팔로 운전을 하고 형이 동생을 데리고 간 곳은 쉬카고
식물원으로 많은 인공호수와 산책로와 숲과 억새와 국화꽃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말이 식물원이지 이것은 아주 커다란 1개 동을 연상할만한 대단한 면적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국화꽃과 호숫가의 정경들 산책로 그렇게 가을을 부르고
있었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고독과 외로움과 그리움이
서성일만한 곳이란 인식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형과 함께 언제나 공유할
수 있는 눈부신 이지와 지성의 향기는 이런 잔잔한 그리움과 사색의 여백을
남겨주는 대자연임을 우리는 서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진실이요 사실이다.
우리의 생애에 얼마나 같이 할 수 있는 가을인지를 생각하면서 가능한 모든
추억의 편린들을 디카에 일단 담았다. 일단의 클럽을 떠나서 절필을 한지도
어언 1년 아주 최근에 부족한 생각으로 발생한 일련의 필화사건을 놓고 형은
눈물이 쏟아 질만큼 사랑하는 동생이기에 그 동안 독자들에게 쌓아온
너의 필명 값도 못하는 실망스런 처신을 하였다며 눈물이 쏟아지도록
매섭게 질책을 하였다.
“숲의 산책로와 아름다운 정원을 거닐며 이런 대자연 앞에서 생각을 좀 해봐
과연 그런 사소한 일들에 너의 그 귀한 에너지를 낭비하여야 하는 지를
너의 그 순수한 영혼이 너만의 것인지를……….
아니야 결코 네 영혼이라고 네가 그렇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너의 영혼의 순수를 내가 너 보다 더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는
아직도 모르고 있어. 그 모든 에너지와 열정과 순수는 창작에 미친듯이
너는 쏟아 부어야 마땅해 네가 진정 그 길을 가고 그 길 위에서 너의 남은
생애를 맞출 것이라면 결코 이번의 사건은 너답지 않아 그건 너의 진실된
모습이 아니야. 사건의 개요와 전후 사정을 떠나 진실된 사과문이 너다워
그리고 모든 너의 열정과 혼을 담아 미친듯이 미친듯이 너는 붓질과 칼질만
하여야 옳아. 그것이 네가 하여야 할 일이야. 아니……….
무엇이 너를 그토록 그런 필화사건을 일으키게 만들었는지 나는 궁금해
누가 어떤 정황이 너의 순수에 때를 끼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지가
나는 가장 우려하는 바였어. 사람들이 그러더라 과연 네가 내 동생이
맞느냐고……………그런 말을 들을 때 형의 심정을 너는 생각해 보았니
그리고 이해할 수 있겠니 그 느낌을………
잊지마 너는 나의 동생임을
형의 동생은 결코 그런 모습이 아니었고 되어서도 안돼…….
나 자꾸 실망시키지마
한번 미쳐봐 붓질과 칼질에……
무엇이 너를 슬럼프에 빠지게 하는 것인지 알고 싶어…
너 외롭니…………………”
“형………….
우리 실존 자체가 고독이 아니던가?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고 혼자 태어나서 혼자 죽는 것이 아니던가?
형,
잘못했어………………
그 동안 나는 나의 영혼은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 영혼의 순수를 아끼는 형이나 형과 같은 분들의 것도 된다는 사실을
미쳐 생각이 짧아 생각을 못했어. 그리고 이번의 필화사건은 많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 이 대자연 앞에 서고 보니 그 하찮은 일들로 하여금 내가 왜
잠시라도 이성을 잃어야 하였는지 그리고 형의 동생답지 않은 처신을 하였는지
버어지니어에 가면 진솔한 사과문 올리고 마음을 정리할게….”
잠시 후 식물원에서 찍어온 사진을 슬라이드로 보니 참 가을다운 모습들이
가슴에 잔잔한 파문으로 다가왔다.
“야………오늘 몇 작품 건졌다.
구도가 좋구나. 이런 아름다운 것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좋지 않니…
그런데 그런 하찮은 일에 너의 그 순수와 에너지를 낭비하여야 하겠니.
아름다운 것만 보고 사색하고 즐기고 살아도 우리에게 남은 인생이 살아온
날보다도 작은 데 네가 갖고 온 이 모든 음악들과 더불어 너의 형수와
이 가을과 수많은 날들은 행복한 시간이 되겠다. 그리고 우린 다시 네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 소중하게 소장하고 있으마.
이 험한 세상에서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를 만나 더불어 살아가기가
그렇게 쉬운 일인지 아니……………결코 아니야…………그러기에
순수한 영혼이 고귀한 것이지………이제 자자……………
물 좀 마시랴………….”
“아니 괜찮아 형……………”
“기다려 형이 갖다 줄게………”
이리 와서 여기서 입이 텁텁할 테니 이것을 입에 물고 우굴 우굴해
뱉어 난 여행 중에 하니 참 좋더라………….
여기 물 있다. 잘 자렴………
아침에 보자…………
간밤에 비행기를 놓친 후 단 한숨도 자지 않고 새우고 날아온 여정은
피곤하였다. 잠자리에 들어 뒤척인 밤 일찍 일어나니 형수님도 일어나셔서
직장출근 준비를 하시기 전 아침으로 커피와 간단한 베이크리를 사오겠다
하신다. 그러시지 말라고 하였다. 지난번 방문 때도 떠나오던 날 아침
형이 사랑의 소스를 담아 만들어준 샌드위치를 먹었던 추억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어느 샌드위치 보다 도 맛나던 샌드위치를 다시 먹고 떠나고
싶었다. 동생의 마음을 읽은 형은 부엌에서 바나나를 넣어 만들어 동생
앞에 한 잔의 커피와 함께 놓고 먹으라며 권하였다.
간단한 아침 식사가 끝나고 공항으로 떠나는 동안 길은 교통체증으로
말이 아니었다. 사잇길로 빠져나간 형은 아픈 팔로 운전을 하면서도
형의 회사 사무실이 있던 곳을 동생에게 가르쳐주곤 하는 동안 다시
형은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너의 영혼은 너만의 것이 아닌 너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의 것도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늘 너는 내 동생답게 이름값을 하는 처신을
하여야 해 알았지 그리고 정진해 작품 창작에………………미친듯이……”
터미널 2에 도착한 형의 차에서 짐을 내리고 아픈 팔이 것만
형은 못내 아쉬움으로 이제 또 그리움으로 간직하여야 할 동생을
힘차게 포옹으로 안아주며 작별을 하고 차를 몰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저만치 차는 떠나고 있었다.
형이 퍽이나 좋아하는 노래 이은미가 부르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는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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