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동방의 꽃
한국 중앙문단에 新星 한석호 시인의 등단작품 <몰락하는 가을>이
아니더라도 이제 가을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서서히 그 동안
물 흐르듯이 흘러온 지나온 시간들을 뒤로 한 채로 다리 후들거리며
하향곡선을 그리며 내리막길을 질주하고 있다 아니 또 다른 계절로
전이를 위한 소멸이란 완벽한 살신성의 몰락을 하고 있다.
시간의 궤적이 정오를 넘어 간지도 두어 시간 깊어가는 가을의
창 밖으로 보이는 정경은 비록 삭막하기 그지없는 도심일지라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오롯이 가을을 흠뻑 뒤집어 쓰고
눈부신 가을 햇살로 자신을 절이고 또 절이고 있는 포인센치아
꽃잎의 붉어짐이 가슴 저리도록 아름답다라고 순간 내다본
침실 창 밖을 통하여서 느끼는 순간 한 잔의 커피는 준비되었다.
가을의 대표적인 음악가의 반열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 몸서리를
치게 될지도 모르는 브람스 그의 인터메조를 단돈 20불짜리 싸구려
CD Player에 걸쳐놓는다. 아 그윽한 가을향기 가득한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조화여 다시 창 밖의 햇살은 브람스의 오선지 위에서
찬연하게 그 빛을 발할지라도 이 가을이 홀연히 떠나고 나면 또 다시
이 가을을 맞이 할 수 없는 절대 절명의 영원으로 매 순간 순간을
병상에서 보내며 투병하고 있거나 죽음을 맞이하여 떠나가고 있는
수많은 영혼들에게 이 가을은 결코 다시 돌아 올 수 없다.
눈부신 햇살조차도 소멸하여가는 생명체 앞에서는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고 만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위대한 존재의 가치를
소유하고 있다. 죽음은 그 누구도 경험을 통하여서 왈가왈부 할
수 있는 소재가 아닌 이 지상 모든 존재에 대한 마침표이다.
그 영원한 소멸이 삶의 저편 떠나가면 그 누구도 돌아올 수 없는
피안의 거리에 있기에 삶의 존재가치는 무한대 그 자체이다.
그러나 건강한 그대에게는 자연 순환의 법칙에 따라서 그리움과
절실한 감성 위에 다시 돌아올 내년 가을이 있지 않은가? 기다릴 수
있는 또 다른 계절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나 축복받은 존재인지 모른다. 때론 그 존재자체도
버거운 삶의 무게로 다가오는 노숙자나 살기 힘든 가난한 이웃들과
병고에 시달리고 있는 병자들도 있지만 그래도 살아서 우리가
호홉 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한 존재이다.
사람은 출생하면 누구나 예외 없이 성공이란 고지를 향하여 질주하고
명예와 권력과 부귀영화를 위하여 매진한다. 그러나 모두가 다 그
모든 것을 소유할 수는 없는 일 한편 성공이란 성채를 쌓아 올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반대로 실패란 쓴 고배의 잔을 마셔야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성공이란 정의가 얼마나 애매모호한가는 각자
개 개인의 인생관과 가치관과 시각에 좌우된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모든 것의 끈을 놓고 홀연히 지상의
여정이 끝나는 날 떠나야 하는 운명체 이다. <겨울나그네> 연가의
작곡가 슈베르트도 헤르만 헷세도 카프카도 사르트르도 슈바이처도
도스토예프스키도 에머슨도 떠났듯이 우리 모두 또한 그렇게 떠나야
함을 어찌 잊을 소냐 아니 망각을 할 수 있으랴 싶다.
가을 낙엽이 다 지고 앙상한 가지만이 스쳐가는 바람에 흔들림만이
서성이는 고독한 가을의 끝자락 그 비움도 겨울을 위하여서 얼마나
필요한 충분조건인가. 일상에서 찌들고 넘친 부분들을 비우는
자아성찰 또한 매일 일상을 살아가는 과정만큼 또한 소중한 인생의
한 부분이 아닐 수가 없다. 아니고서야 넘치는 일들의; 무게로 우리는
때론 내면적으로 압사당할지도 모를 일이다. 고인 물이 썩듯이 비움이
없는 자아 역시 일상의 스트레스와 과욕과 지나친 욕구불만으로
작은 그러나 잔잔한 일상의 소박한 꿈과 행복조차도 잃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늙어갈수록 지나친 과욕보다는 비우고 또 비우며
간단한 일상을 살아가는 일상의 습관이 필요한 조건이 아닌가 싶다.
일상의 찌꺼기 치우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팔순이 되신 우리
파파가 지난 봄에 아들에게 보낸 편지 글에 성격처럼 정결하게
집안을 정리하시고 닦고 치우고 사시는 일도 이제는 예전같이
하기가 게으름의 느낌으로 조금은 힘에 겨우시다고 고백을 하시며
이제 내가 늙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으시다고 하셨다.
그 고백만큼 나를 슬프게 한 일도 없는듯하다.
46세 그 패기 넘치던 아버지의 정갈하시고 깔끔한 모습만이 각인된
세월은 저만치 흘러가고 이제 정갈한 모습의 노구를 이끄시고
아직도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시는 노인네 그리고 조용히 자신의
서재에서 편지를 쓰시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콘체르토 2번이나
베토벤 바이올린 콘체르토를 듣기도 하시는 아직도 검은 머리가
더 많으시며 각기 다른 국적을 갖고 있는 손녀를 두신 할아버지의
모습 이런 것이 인생이라고 부르는 것인가 보다.
출생의 신비와 축복의 끝자락에는 늘 늙음이란 지극히 자연적인
조화와 현상들이 자리하고 마침표를 찍는 것은 누구 나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대입법이다. 영웅호걸도 세상에 없는 부호도 문호와 예술가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의 진실 그럼으로 우리는
주어진 일상을 최선을 다하여서 살아가야 할 의무가 있다.
벌써 11월 감사의 달도 한 주가 훌쩍 지나가고 있다.
곧 머지않아서 크리마스 캐롤과 올드 랭 사인 노래가 거리마다
상가마다 흐르고 연말이 다가와 한 해가 거침없이 세월의 격랑을
일으키며 흐르리라 그리고 또 한 해가 가리라 우리 모두 살아있는
동안 건강한 모습으로 살다가 잠자듯이 생을 마감할 수 있다면
축복 중에 또 하나의 축복이리라. 출생, 결혼과 세속적인 성공만이
축복이 아니라 평안한 죽음의 과정조차도 얼마나 큰 축복인가는
인생을 깊이 관조한 사람만이 자각할 수 있는 진실이다.
가을이 이제 저만치 떠나가고 있다.
이 가을이 생애 마지막인 사람들도 수 없는 진실 앞에서
다시 맞이할 수 있는 가을을 기약할 수 있는 그대는 행복한 사람
저무는 가을 길 위에 행복하소서…………
<몰락하는 가을>
--------------- 한 석 호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날들의 저녁 창을 열면
무수히 많은 별들이
마음의 갈피마다 집을 짓고 있다.
하늘 가장자리서 뜯어온 들풀로 지붕을 엮고
그 들풀의 이슬들 꿰어
슬픔의 반대쪽 귀에 높이 걸어두는 것이다
태가 고운 바람이 불고
명상에 든 달맞이꽃의 그림자가
투명한 풍경소리에 제 어둠 묻는 시간이면
풀벌레 울음소리 더욱 환해진다
모두는 가을밤 가운데로 걸어 나와
고달팠던 걸음들 내려놓고 한없이 깊어 가는 것이다
그런 날은 책갈피 위에 불을 밝히고
찻물 끓는 소리가 툇마루 가득 흘러 넘칠 때까지
어떤 흔적들 찾아 나선다
푸른 여우가 몰고 오는 달빛과
그 달빛에 부서지는 박쥐들 하얀 웃음소리 들려오는 곳으로
방직돌기를 굴려 나아간다
내 의식의 처마 끝을 잡고 있는 곳으로
거미줄 그렇게 던져 가는 것이다
별들이 지은 집 담장은 높지 않아서
오가고 싶은 것들은 모두 경계를 잊고 넘나들며
마음의 풍향계를 어루만지다 간다
그들은 소중했던 것들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을 번갈아 지우며 멀어져 간다
은빛구름, 소나기, 검은 우산
욕망의 사슬에서 풀려나야만 비로소 만날 수 있는
풍경 속으로 묻히는 것이다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날들의 새벽 창을 열면
핵을 감춘 무엇이 기다리고 있다
티벳 사자의 서 같은 화두를 던지며
사랑해야 할 날들의 저녁으로 돌아가라고
눈 부릅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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