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의 문화 면을 몇 일전 잠시 드려다 보니 놀랍게도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인 뉴욕필하모닉이 북한 평양에서 역사적인 공연을
한다는 소식이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더욱이 재미난 이야기는
연주곡목 중에 하나가 드보락의 신세계 교향곡이라고 한다.
왜 하필이면 신 즉 새로운 이라는 어휘가 담긴 곡이어야 할까
하는 것이 의문이요 관심사였다.
그 상징성이 높다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분단 반세기 철권정치의 북한에도 조금씩 역행할 수 없는 역사적인
시대의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나 보다. 북한 연주 조건 중에
하나는 연주실황을 북한 주민들에게 방영한다는 전제조건이다.
죽창으로 죽여야 할 미 제국주의자들 나라 교향악단의 연주실황을
북한 주민들이 시청한다면 과연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바라볼까 싶다.
아직도 꿈을 꾸고 있을까…………………………쇼윈도에 있는
것으로 보여주기 위하여서 인위적으로 꾸민 것이라고….
얼마나 많은 이산가족들이 이 순간에도 역사의 상흔 앞에서 신음하고
고통하며 이산의 슬픔 앞에 이를 악물고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삼키는지 헤아릴 수가 없다. 분단 반세기가 얼마나 긴 세월인가.
우리 형님도 분단 반세기의 이산가족임을 생각할 때 최소한 북한이
조금이라도 개방이 되어 그토록 애타게 그리워하는 가족들만이라도
먹고 사는 걱정에서 자유로운 날이 왔으면 좋겠다. 고철 조각
주워다가 두만강을 넘어가 중국 땅에 팔아다가 연명을 겨우 하는
것이 현재 북한 현실의 진실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난데없는 추위에 실내온도는 내려가
옷이란 옷은 다 껴입고 스카프에 요지경일 때 난데없이 독감주사를
맞고도 칠칠치 못해서인지 감기란 녀석한테 한방 얻어 맞은 지난
사흘 두통과 미열로 휴무에 두러 눕고 말았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태산이고 크리스마스는 다가오고 80노인이신 우리 파파 멀리 홍콩에
겨울을 나러 가셨으니 마음 담아 카드를 지난해처럼 늦장 부려 다시
낭패를 보기 전에 보내야 하기에 온몸을 처 싸매고 우체국을 가니
다행이 줄이 짧아 맞추고 하루를 다시 두러 누워 휴식을 취하고 나니
조금은 살 것 같다.
못 맞춘 일 마주 맞추어야 하겠기에 은행을 가는 길에 우체통을
열어보니 언제나 매년 첫 카드는 파파 것인 전통이 아직까지
무너진 적이 없듯이 홍콩에 가계신 파파로부터 올해의 첫 카드가
도착하였다. 파파를 만나 뵈온 것처럼 얼마나 기쁘던지 봉투에
코를 대고 파파의 향기가 나나 숨을 들이 쉬어 보았다.
인생의 상록수 파파는 늘 그렇듯이 일년 365일 수십 년을 같은
자리에서 그렇게 묵묵히 흐르는 강물처럼 이방인인 아들과 함께
흐르셨고 세상의 그 어느 누가 눈길 한번 주지 않아도 변함없는
온유하시고 따듯한 눈길과 가슴으로 손잡아 주셨고 흔들리면
붙들어 주셨고 귀 기울여 아들의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답답해 울면 가만이 울음을 그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 주셨고
이제 기분이 좀 나아졌느냐로 끝을 맺으셨고 언제나 나의 멘토어
이셨고 절대 사랑이셨다.
앞으로 얼마나 더 파파의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는 축복을 누릴 수
있을지는 알 길이 없다 생각하니 애절한 그리움으로 이 아들의
가슴에 그리그의 솔베이지 노래의 뉘앙스만큼이나 아직도 이 나이에
다가온다. 전생에 인연이 깊었나 보다.
잠시 은행에서 모국에 계신 아버지 구좌로 송금하여드리고 오니
춘천에는 함박눈이 내린다고 우리 벗님이 소식을 주시고 잠시 후
유년에 은사님이시자 서울에 계신 아버지께 전화를 드리니 이게
왼 일 오늘 따라서 전화가 되지를 않고 번호가 잘못되었다고 한다.
난감해 모바일 전화로 전화를 드리니 이 전화로 왼 일로 전화를
하느냐며 아버지가 되물으신다. 전화가 불통이라고 하니 아니
예야 조금 전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왼 말이냐
지금 눈이 오다 멈추었고 아빠가 카드 보냈는데 받았니 하신다.
아버지 누가 들으면 웃어요.
이 나이에도 아빠라고 하느냐고요.
크리스마스 전에 다시 전화 드리겠노라 하고 통화가 끝나니 창가에
어둠이 내렸다. 그리움이 밀려오는 계절의 길목이다.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찬바람만 스쳐가고 마음 한켠 스산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럼에도
우리보다 더 외롭고 고독하고 가난과 질병과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웃들을 생각한다면 이런 넋두리를 하고 있는 자신은 룸펜인가 싶다.
태안반도의 유조선 재해사건을 생각하면 찬바람만 몰아치는 황폐하여진
갯벌 앞에서 삶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하고 있을 어민들은 물론
전국각지에서 몰려드는 자원봉사자들의 건강과 고초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본도 같은 경우에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자연재해의
바다를 살려 냈다고 하지만 어느 전문가는 발암물질인 원유에
일부 어민과 자원봉사자들이 두통과 구토를 호소한다며 정부에서
자원봉사자 인증서를 발부하여서 먼 후일이라도 만에 하나 어민이나
자원봉사자들 중에 기대치 않은 건강문제에 부딪칠 때 정부가 나서서
책임을 저야 한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없이 안타깝고 재해를 미연에 방지 못한 관계당국과 당사자들의
안이한 자세와 근무태만에 실망스럽기 짝이 없고 세모에 이게 왼 인재요
재난이란 말 인가.
앞으로 어민들이 어찌 살아갈지 막막하다 하겠다.
삶의 터전이 지옥과 죽음의 바다로 하루 아침에 날벼락을 맞았으니
갯가에 모진 찬바람은 불어 닥치고 이를 어쩌란 말인가 깊이 마음
아프고 슬프다. 지혜로운듯한 인간이지만 이렇듯이 인간은 한편
한없이 미약하고 어리석다 하겠다. 스스로 재앙을 불러 왔으니…
지극히 높은 분의 가호가 재난을 당한 어민들과 자원봉사자 모든 분들
위에 함께 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아 쓸쓸한 계절의 길 목이여…
재난을 당한 우리들 이웃들이여……
작업 종료 방송에도 끝까지 원유를 퍼나르는 어느 자원봉사자
'붓꽃 독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붓꽃 독백 - 크리스마스와 고린도전서 13장 (0) | 2007.12.23 |
---|---|
붓꽃 독백 - 그래 정말 잘났어 (0) | 2007.12.17 |
붓꽃 독백 - 시인의 계절에 띄우는 편지 (0) | 2007.12.08 |
붓꽃 독백 - 운명, 이별과 감사 (0) | 2007.12.03 |
붓꽃 독백 - <11월 그 저녁에> 에스프리 (0) | 2007.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