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 독백 - 시인의 계절에 띄우는 편지

붓꽃 에스프리 2007. 12. 8. 14:18

Claude Monet - Snow Effect, Hermitage Museum, Russia 

 

시인님,

 

2007 12 7 18시 님의 수상식이 시작한지 이미 33분이

지난 시간입니다. 지구반대편 이곳은 오늘 겨울비가 추적이고 있는 밤

겨울 비에 가로등은 꾸벅 꾸벅 졸고 있습니다.

 

이런 날은 예외 없이 한잔의 향기로운 적포도주가 생각나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신선한 커피를 내리는 동안 한 해의 끝자락인 12월에 딱 어울리는

유니세프 소년합창단이 천상의 소리처럼 착각을 일으킬만한 애잔하고

청아한 발성으로 들려주는 가슴이 저미도록 시리고도 아름다운 쇼팽의

Etude중에서 Opus10, No. 3인 이별 곡을 듣고 있답니다.

 

창밖에는 빗소리가 아름답게 들려오고 향기로운 커피 향은 이 밤 한국문학을

이끌어가는 소월시문학상, 이상문학상, 김환태 평론문학상과 제 57

문학사상 신인문학상 수상식이 개최되는 수상식장으로 한 가난한 영혼을

안내하여 데리고 들어가는 마음 한 자락과 저 멀리 앞자리에 오늘 영예의

신인문학상 시 부문의 수상자 좌석에 앉아계신 시인님이 보이는 듯 합니다

 

12월 6일 양수리의  겨울 정경

 

한국문학의 지평을 열어가실 시인님………………

시문학이란 먼 여정에 오르시는 날 잠시 디지털 신문을 열어보니 영국에서

또 다른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가 들려오는군요.

 

Paul Potts이란 모바일 전화 판매원이든 사람이 하루 아침에 세계적으로 유명인사가

되어 이번 크리스마스에 그가 취입한 레코드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군요. 아주 못생기고 어린 시절부터 남들로부터 놀림을 당하던

그런 왕따를 늘 당하며 살아온 소외된 사람이었지만 그는 성악에 모든 열정을

받쳤지요. 그리고 “Britains got talent”란 전 영국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자랑

대회에 나가 푸치니의 투란도트 중에서 그 유명한 아리아 Nessun Dorma

일생동안 그토록 꿈꿔오던 성악가로서의 열정을 다 쏟아 붓고 그는 마지막

승자가 되어 전세계의 스타로 혜성처럼 탄생되는 영광 위에 이미 그는 뉴욕으로

초청되어 공연을 하였고 전세계를 순회하며 공연하는 테너 성악가로서의

길을 당당히 걸어가고 있지요.

 

Eugène Delacroix - Frédéric Chopin

(unfinished) 1838. Oil on canvas.

Louvre, Paris, France

 

아 그런데 이번에는 쇼팽의 나라 폴랜드에서 출생한 당년 28세의 젊은 이가

스카트랜드 글래스고 대학교의 청소부로 한 주에 백 파운드 그러니까 미화로

160불 정도 되는 아주 작은 극빈층의 주급을 받아가면서 근무를 하는 동안

대학교 채플 안에 있는 피아노를 발견하고 상급자에게 그 피아노를 칠 수

있게 허락하여 달라고 간청을 합니다. 그리고 허락을 받는 꿈을 이루고

청소를 한 후 늘 그는 피아노 앞에 앉아서 그가 평소 연주하던 피아노 곡들이

녹슬지 않도록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아 그런데 말이지요.

이 장면이 가끔 결혼식장으로 이용되는 대학 내 채플에서 진행되는 행사진행을

위하여 설치한 웹캠에 그 장면이 잡힌 것입니다. 그것을 바로 대학 내

채플 관리인이 보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녀도 어느 클래식 CD 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인줄 알았다지요.

그러다 가만이 듣다 우연히 웹캠을 보니 대학 내 청소부가 놀랍게도 쇼팽의

곡을 연주하고 있는 거였습니다. 그녀는 놀랜 나머지 주변의 친구들에게

웹캠으로 방영되는 청소부의 연주를 온라인으로 들어보라고 이 소식을 알려줍니다.

결국 이 소식은 대학교 총장의 귀에 들어가 그는 하루 아침에 청소부에서

피아니스트로 변신을 하게 되어 자선공연은 물론 전 미국대통령 빌 클린튼이

운영하는 자선단체에서 연주초청을 하여서 곧 그 연주회에 가게 된다는

놀라운 소식입니다. 영국에서는 “Goodwill Hunting”영화와 운명의 수레바퀴가

비슷하다고 경이로워하고 작은 소동을 피우고 있다고 12 7일자 영국의

“Independent Newspaper” 그 기사가 실려 나와 화재가 되고 있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질투와 시기로 그를 고운 눈초리로 바라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이 굿윌 헌팅과는 다른 점이라고 하는군요. 청소부 주제에 청소는

안하고 뭔 피아노를 쳤느냐며 근무태만이 아니었냐고 질투하고 시기하는

사람들은 꼬집는데 그게 아니라 그는 근무를 모두 성실하게 맞추고 나머지 시간에

근무처인 대학 내 채플 피아노 앞에 홀로 앉아서 피아노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그래도 세상은 언제나 공평하지 않아 시기와 질투가

그의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에 따가운 눈총을 한편에서는 주기도하나 봅니다.

 

비가 온 다음날 오늘은 휴무 조용히 님의 작품을 읽으며 내일에 있을

작업을 생각합니다. 간밤은 워싱턴 디 씨 국립미술관으로 외출하여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과 우리 미국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하나 하나에 담긴 예술혼과 작품이 주는 뉘앙스와

에스프리를 만난다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일이요 가슴 저 깊은

곳에 파도처럼 밀려오는 영혼의 애무였습니다. 그 맑고 고운 환희의

무지개 빛들과 감동은 우리의 영혼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그 시간에 창밖에는 겨울비가 하염없이 아름다운 멜로디로 내리고

있었습니다.

 

Paul Gauguin - Snow Effect. 1879. Oil on canvas.

Museum of Fine Arts, Budapest, Hungary.

 

참 말이지요.

에디뜨 삐아프 말 입니다.

어머니가 알코홀 중독자로 거리의 거렁뱅이 비슷한 가수였고 아버지는

써커스 단원으로 그녀는 할머니와 함께 사창가에서 성장하였다지요.

그리고 엄마처럼 그녀도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사창가 기둥서방들

한테 그마저도 뜯기고 하다가 20세에 어느 나이트 클럽 주인의 눈에

그녀의 타고난 가창력을 인정받아 20세기 프랑스 팝 음악의 여왕으로

등극을 하였다는 이야기가 가난한 폴랜드 이민자의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와 함께 인디펜던트 신문에 실려 있더군요.

 

진주는 언제나 진흙탕 속에서도 빛을 발하고 그 진가를 발휘하나 봅니다.

가난한 학창시절 한 주를 20불을 갖고 살아간 날도 저에게 있었지요.

그런 역경과 시련은 우리에게 인생의 아주 작은 부분조차도 감사하는

조건을 제시하고 진정 겸손하게 살아가야 함을 가르쳐주지요. 세상

그 어느 것에도 기대일 수 없는 철저한 고독과 외로움의 홀로서기는

가난한 이웃들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안겨주고

현재의 우리보다 더 못한 이웃들의 빈곤과 교육의 기회균등과 질병에

시달리는 현실의 불합리함과 사회정의를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주지요.

 

Alfred Sisley - Snow on the Road, Louveciennes. 1874.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문학과 예술 또한 그 시대상과 연계되어 있고 사회윤리와 도덕을

이끌어 나가는 책임 또한 갖고 있다면 또한 단지 개인의 성공과

영달을 위한 것이 아닌 맑고 고운 사회를 위한 의식을 이끌어

나가는 매개체의 역할로서 또한 자리매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빌헬름 켐프가 연주하는 베토벤 소나타 14월광곡이나, 템페스트,

소나타 17번은 어찌나 따듯하고 포근하게 오늘 같이 겨울비가 내린 후의

추운 날씨에 한잔의 커피와 더불어 어둠이 내린 저녁에 어울리는지요.

결코 가볍지 않은 독일인의 심성으로 연주하는 그의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그분의 조부도 아버지도 오르간 연주자였다지요 그리고 그의 브라더도

교회의 음악감독이었다지요. 그는 말년에 이태리 Positano란 도시에서

수전증 일명 파킨슨씨 병으로 프랑스 파리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은퇴 후

95세로 천수를 다하고 이 지상의 여정을 맞추었지요. 특별히 그는

베토벤의 대가였다 합니다. 저녁이 깊어가 밤이 되었습니다.

이제 머지않아 이 한해도 다 가겠지요.

 

Camille Pissarro. La Route de versailles a Louveciennes (effet de neige). 1869.

Oil on canvas. The Walters Art Gallery, Baltimore, MD, USA.


한국문학의 중심축에 서셔서 이제는 문학이란 먼 여정의 장도에
오르시는 날 더도 들도 말고 잔잔한 그러나 심연의 지극히
인간적이며 우아한 향기로 불꽃 같은 냉철한 이성의 열정과
더불어 참 진실된 문학을 하시는 시인님이 되셔서 남은 날들도

아름다운 문학의 발자취를 남기시기를 바랍니다..

흔해빠진 이름 시인이란 시대상 위에 양질의 작품성으로

시란 이런 것이란 말없는 말의 향기와 굳은 심지로 오롯이
설 수 있으신 귀한 시인으로 거듭나시어서 한국문학사에 아름다운

한 페이지 귀한 발자취를 남겨주시기를 기원합니다.

갈 수는 없으나 오늘은 시인님을 추억하며 지내는 근무시간

그리고 하루를 열겠습니다. 부디 축복되시고 행복한 수상식이 되어
많은 선배 문인들을 조우하셔서 아름다운 우화의 강도 만드시는

기회가 되시기를 바라며 부디 강건하시고 평안하시고 행복한 모습으로

이 한해도 잘 마무리하시고 명년에도 님의 맑고 고운 시심 가득한

작품으로 만나 뵙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Claude Monet - Sandvika, Norway, 1895

 

Maurizio Pollini가 연주하는 쇼팽의 Etudes 중에서 우리가 소이

이별 곡이라 일명 부르는 Etudes for Piano, Op. 10: No.3 in E major

이 밤을 보듬어주고 있습니다. 눈을 기다리시고 계신가요

 


Chopin, Etude Op.10 No.3 Tristesse
Maurizio Pollini, 1972년 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