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 독백 -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흐르는 강물처럼

붓꽃 에스프리 2008. 9. 20. 22:36

 

 

 Bartolomé Estebán Murillo - The Young Beggar/어린 거지

 

 

이틀간의 휴무 그러나 요즘은 그 조차 정신적으로 힘겹다.

누군가 가족 가운데서 병상생활을 하는 경우는 더 더욱이 마음의 여유를

찾기란 정말 어렵고 더불어 늘 무엇인가에 쫓기는 느낌과 더불어서

불안과 초조에 시달리곤 한다. 앉아 있어도 무엇인가에 몰두하기가

힘들며 한 줄의 글을 쓰는 것도 캔버스 앞에 앉기도 결코 쉽지 않다.

 

좋은 내용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데는 무엇보다 정서적인 안정과

평화가 필요하다. 어느덧 가을이 성큼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푸른

옷을 입은 모든 초목들은 가을이 닥치기 전에 한바탕 더위와 함께

옷을 갈아입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요즘의 일기변화다.

 

오늘은 오랫동안 간다 간다 하면서도 가보지 못한 빈민가에 위치한

S의 사업장이자 화실이 자리하고 있는 곳을 오후에 찾아갔다.

월튼 길에서 무조건 하얀 건물이라서 모퉁이를 돌고 보니 어른 키

두 배도 넘는 철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아마도 금요일 주말이라서

일찍 그녀가 퇴근을 한 모양이다. 잠시 옆으로 문이 열린 건물의 사무실에

들어가 S네 사업장이 어디냐고 하니 한 중년사내가 바로 옆에 뒤라고 한다.

 

텅 빈 대로를 따라서 걷다 보니 막다른 골목 월튼 길은 한적하다 못해

건너편에 위치한 오래된 유서 깊은 공동묘지의 쓰러져가는 담장 너머로

이름 모를 다양한 묘비들이 고목나무들 사이에서 빛 바랜듯한 하늘색

허나 옅은 회색 빛에 가까운 하늘과 함께 애잔함으로 영혼 깊은 곳에

파문을 순간 일으키고 있었다. 막다른 골목 중간쯤에서는 이제 겨우

일곱 여덟 살이나 되었을 까 싶은 소녀가 자기 아빠의 오래된 낡은

자동차 안으로 아빠가 문을 열자 토끼처럼 깡총거리며 들어가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동묘지를 바라보면 죽음을 연상하고 공포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주를 이룰 것이다. 그러나 가을이 드리운

고목 사이에 영면을 하고 있는 이름 모를 낯선 영혼들 그러나 가을의

초입에서 바라보는 담장 넘어 정경은 순간 나에게 한없는 안식과

평화와 더불어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하였다.

 

잠시 막다른 골목 끝자락을 바라본다.

하얀 공동묘지 담벼락과 마주하고 있는부촌의 깔끔하고 옥에

티 하나 없는 거리와 집들의 정경과는 너무나도 대조가 되는

가난한 이웃들의 골목길 그러나 그곳에는 부촌의 거리와 집들이나

저택이 안겨주지 못하는 애잔한 그리움과 깊이 인생을 직시할 수

있는 따듯한 정감이 넘치는 흐름과 에스프리가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그의 구도적인 여행기 <먼 북소리>에 담긴

애잔함과 같은 지중해의 그리움이 있었다. 이태리, 그리스와

오스트리아를 계절 따라 살아가며 때론 가난한 지구촌 언어와

문화도 다른 이방인들과 어우러져 여수에 젖어 인생을

깊이 성찰하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대열에 있는

작가가 전해주는 그런 그리움이 있었다.

 

누군가 시칠리 섬 그 척박한 언덕바지 위에 자리한 어느 한적한

어촌 가난한 이웃의 카페 창밖에는 해풍이 불어와 허름한 외투 깃을

스쳐가는 그런 바람의 애잔함과 창가에 놓여진 한잔의 쓰디쓴 커피 한잔

아니면 프랑스 어느 어촌의 한적한 카페에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어부들과

어촌의 정감 어린 가난한 이웃들의 인생과 사랑이 담긴 쓰러져가는

하얀 공동묘지 담장 넘어 고목 사이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누군가의

인생 그들에게도 찬란한 젊음과 인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영원으로 떠났고 그들의 후손들이 그 자리를 오늘은 이어가고 있다.

 

잠시 후 자동차 안으로 들어와 엔진에 시동을 걸고 썰물처럼 조용히

떠나온 공동묘지의 골목길 그 순간 가장 듣고 싶었던 곡이 있었다면

쇼팽이 그 유명한 낙턴을 작곡하는데 무한한 영감을 준 아이랜드 출신의

작곡가 John FieldNocturnes/낙턴 이었고 1번의 피아노 선율이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저 멀리 빛 바랜듯한 산과 더불어 학교 건물과

그리스 정교 교회당과 그리스 식당과 식료품점이 시야에 들어왔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예측불허이며 삶과 죽음은 찰라적이라면

과연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존재의 가치이며

의미요 추구하여야 할 삶이며 인생일까?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

그렇다 더욱이 더 낮아 저야 하고 처음도 마지막도 겸손하여야 하며

자기분수를 지켜가며 살며 아름다운 이웃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필요하다. 인간다운 인간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를 낮추고 타인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고 소외된 영혼과 이웃들을

위하여 살아가는 일상은 멀고도 험한 구도와 같다.

 

아 흐르는 강물처럼 내 영혼 깊은 곳에 가을이 그렇게 오고 있었다.

 

 

 

John Field's Nocturnes - Miceal O'Rourke, Piano



1. Nocturne No.1 in E flat major, H. 24 (5:07)

 

2. Nocturne No.2 in C minor, H. 25 (4:28)


3. Nocturne No.3 in A flat major, H. 26 (4:12)


4. Nocturne No.4 in A major, H. 36 (5:57)


5. Nocturne No.5 in B flat major, H. 37 (3:23)


6. Nocturne No.6 in F major, H. 40 (5:40)


7. Nocturne No.7 in C major, H. 45 (5:07)


8. Nocturne No.8 'Pastoral', in A major, H.14 (5:13)


9. Nocturne No.9 'Romance', in E flat mj,H.30(4:23)



 
         

클릭하시면 곡이 강물처럼 흐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