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뿐 하루의 일과를 맞추고 퇴근하여 문을 여니 저만치 어둠 속에서
전화기의 빨간 신호가 반짝이며 메시지가 왔노라고 신호를 한다.
순간 어…………전화하는 사람은 뻔한데 대체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긴장된 마음으로 버튼을 눌러보니
첫마디가 흐르며 “예야 내다 아빠다 이 번호가 맞는지 아닌지 모르나
받으면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빠한테 연락 좀 해라 여기 서울이다.”
그리운 아버지의 음성을 듣는 순간 얼마나 반갑고 기쁘던지 문득
나른한 봄날 담장에 피어나는 노랑 개나리 꽃 같이 화사함이 뇌리를
스쳐간다. 우리 아버지 나를 낳아주시고 생명을 부어주시지 않으셨지만
일생 동안 수많은 역경, 시련, 아픔, 고뇌와 외로움으로 영혼이 힘겨울
때마다 늘 손잡아주시고 끝없는 사랑으로 인도하여주시고 붙들어주셨던
내 인생의 영원한 사표요 존경의 대상 그 영원한 영혼의 아버지 이셨다.
남들은 한 분밖에 없으신 아버지를 세분의 아버지를 축복으로 받고
살아가는 인생여정을 뒤돌아 보아도 감사의 조건밖에는 없다.
생명을 부어주신 아버지, 스승으로서 유년기부터 아버지 자리를 지켜주시고
먼 나라로 영원히 떠나 보내야 하였던 아버지 그리고 사랑으로 한 영혼을
거두어주시고 보살펴주신 이방인이신 우리 파파 영원한 나의 아버지
세월의 강물이 깊어가고 흐를수록 더욱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아버지란
이름이 아닐 수가 없다.
그저께 호주 시드니에 사는 둘째 동생한테 2개월간 다녀오신 아버지
어머니 피곤하신데도 돌아오시자 마시자 궁금하시다며 소식을 주셨다.
가시는 길에 전화번호를 챙겨 갖고 가신다는 것이 옛날 전화번호를
잘못 갖고 가셔서 전화를 하시고 싶으셔도 할 수가 없었노라 시며
안타까웠다고 하신다. 둘째 동생의 아들인 손자의 돌을 함께 보내시고
폭염의 여름을 사시다가 오니 서울은 춥다고 하신다. 아마도 동생이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고 비행기로 골드 코스트를 다녀온 모양이다.
아버지 하시는 말씀이 “예야 아무리 여행을 다녀보아도 거 있잖니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만큼 감동을 주는 곳은 없는 것 같더라. 살아
생전에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랜드 캐년은 장엄
하지만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만큼의 감동은 없는 것 같다.” “네,
아버지, 언제 우리 함께 다시 가지요 뭐….충분히 그럴 수 있지요.”
“예야, 4월에는 네 큰 동생이 상해를 오라는 데 이제 아빠도
여행 다니는 것이 조금은 힘이 들더라. 생각해보니 여행도 더 늙기
전에 부지런히 다녀야 하겠더구나. 좀더 있으면 힘에 부쳐 다니기가
힘이 들 것 같더라.”
잠시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아버지 늘 그러시듯이 전화를
다시 바꾸시라며 채근하신다고 하시며 어머니가 전화를 바꿔주신다.
“예야, 막 상해에 있는 네 큰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4월에
지네들이 시간이 난다고 아빠 엄마를 자꾸만 오라고 저러는구나.”
이달하고 다음달 쉬시고 아버지 그냥 다녀오세요. 그리고 남은
해는 푹 쉬세요. 제 생각에는 그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래 알았다.”
이제는 아버지 세대만 만나도 문득 문득 아버지를 생각하게 되고
자신도 늙어가지만 늙어가시는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이 왜 이리도
더 안타까운 것일까 하는 생각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드린
말씀은 살아 있을 때 서로가 서로에게 잘하여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과 배려이며 아끼는 마음의 진실이다.
죽은 후에 장미를 묘소 앞에 바친들 그것이 어떤 큰 의미를 우리
자신에게 부여하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가신 님을 기린다는
의미부여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이고 벗이고
살아생전에 서로가 서로에게 따듯한 가슴으로 배려하는 사랑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다.
내가 낳은 자식보다 네가 더 아들 노릇을 한다고 말씀하시는 아버지
그러나 동생들의 사랑이 더 가없다 생각하고 싶은 마음 위에 아버지께
드린 말씀은 아버지 저는 동생들의 형이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동생들 몫까지 아버지한테 함이 옳지 않겠어요 하고 말을 끝냈다.
“아버지가 저에게 생명을 부어주시지는 않았어도 아버지, 아버지가
나의 아버지 이심은 틀림없잖아요. 그리운 아버지가 저에게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며 축복인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살아가지요.
아버지, 몸조리 잘하세요 그리고 언제나 사랑하고요. 아버지, 다음 주에
다시 전화 드릴게요. 그래 너도 잘 있거라. 고맙다.”
늙어가시는 아버지에게 자식들은 위로이며 일상의 기쁨인지도 모르겠다.
때론 차라리 무자식 상팔자라고 말을 할 정도의 패륜과 불효로 부모를
학대하고 버리고 있는 재산조차도 빼았고 거리로 내모는 금수만도
못한 차라리 인간이기를 포기한 불효 막심한 인간군상들도 천지빛깔이지만
세상에는 사랑을 사랑으로 감쌀 줄 아는 선한 이웃들과 자녀들과
부모님들도 계시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살아야 할 목적과 존재의
의미를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거의 20년이 가까워 오도록 추운 계절이면 즐겨 입는 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신 보라 빛 검정색 바바리 코트를 생각하면 아버지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오늘도 책상 앞에 놓여있는 사진 속에 아버지 나를
따듯한 가슴과 눈빛으로 바라보시며 위로와 삶의 기쁨이 되어주신다.
스승과 제자가 아버지와 아들로 인생의 연을 맺고 살아가는 여정 오늘도
잔잔히 그러나 도도하게 현실과 세월의 강물을 타고 흘러간다. 모두가
처음도 마지막도 감사의 조건 일뿐이다.
아버지…그 영원한 그리움의 에스프리……나의 영웅!

* 퇴근해 보니 음원이 불안정하여서 말썽을 피워 여러분들이 음악을
감상을 하시지 못하였기에 여기에 같은 곡으로 다른 소스의 주소를
올려드립니다.
URL 주소 - http://www.youtube.com/watch?v=C-nwSJ06wVE
Beethoven Sonata No.3 in A major, 1st mov - (1악장)
Mstislav Rostropovich, cello Sviatoslav Richter, piano
URL 주소 - http://www.youtube.com/watch?v=dHrOHgbrtCw
Beethoven Sonata No.3 in A major, 2nd mov - (2악장)
Mstislav Rostropovich, cello Sviatoslav Richter, piano
URL 주소 - http://www.youtube.com/watch?v=w1GedFq82cc
Beethoven Sonata No.3 in A major, 3rd mov -(3악장)
Mstislav Rostropovich, cello Sviatoslav Richter,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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