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독백 - 백합꽃 향기 가득한 인간의 길

붓꽃 에스프리 2009. 2. 22. 05:30

새해가 열린 지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 데 벌써 이월이 저만치 흘러가

봄이 성큼 코밑까지 다가와 눈부시게 화창한 날씨에 상큼한 찬 공기가

온몸을 휘감고 스쳐간다. 어느덧 가로수에서도 조금씩 동면을 한 대지의 힘이

눈을 부시시 샛눈을 뜨고 계절의 경계선 앞에서 경계를 넘을 채비를 하고

있다. 요 몇 일 출퇴근을 하면서 혼자 차 안에서 머리 속으로 독백을 하는

것이 있다.

 

다름이 아니라 직장 가는 길가에 있는 지독히도 볼품없는 한 그루의 높디

높은 나무다. 그러나 볼품없다고 그의 내면까지 볼품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녀석은 봄이면 연초록 움을 틔워 생기발랄한 봄기운을 전해주는

전령사 노릇을 톡톡히 한다. 그뿐이랴 가을이면 낙엽이 되어 온몸을 사르고

겨울이면 裸木(나목)으로 비가오나 바람이 부나 우직하게 한자리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여름이면 그늘이 되어주고 사계절 나에게 계절의 이정표

노릇을 하여준다.

 

지독히 못생긴 외모이지만 충직하고 사랑스런 모습으로 자기 소임을

다하여 메마른 세상가운데 억만장자나 백만장자들의 저택 정원에

잘 가꾸어진 정원수가 아니어도 필부에 불과한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살아가는 나에게는 더 없는 낭만의 상징이요 사색의 벗이다.

 

요즘은 어찌나 세월이 빨리 가는지 눈 깜박하면 벌써 한 주가 흘러갔고

한 달이 가는 느낌에 이제는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진정 짧음을

피부로 가슴으로 온몸과 영혼으로 느끼는 세월의 강가를 거닐고 있다.

문득 한국 캐톨릭의 대표이신 스테파노 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선종

하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져 오고 있었다. 그렇게 연로하셔서

투병 중이라고 하시더니 지극히 높으신 그분의 부르심을 받았구나 싶은

순간의 상념이 스쳐가는 동안 가슴과 영혼은 멍하고 그저 멍하였다.

 

온전히 자신의 일생을 희생과 봉사로 바치신 숭고하고 정결한 수도자의 길

그러나 인간이기에 때로는 그분 또한 수 없는 고뇌와 갈등과 번민과

상처와 아픔으로 걸어오신 고독하고 외로운 길 그 마지막까지도 진정

숭고하게 하얀 비둘기처럼 정결한 하얀 백합꽃 향기처럼 떠나신 길 위에

놓여진 가장 겸손하고 또 겸손한 진정 참사랑의 사색이 담긴 고귀한

한 마디 그것은 다름이 아닌 감사하다라는 말씀이다.

 

이 가난한 영혼을 온전히 리히터 스케일 6내지 그 이상으로 요동치고

강물처럼 뜨거운 눈물을 영혼 깊이 쏟고 또 쏟게 하는 귀하고 귀한

단 한마디에 수 없는 존재와 실존에 대한 인생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는 언어의 진실이 아닐 수가 없다. 인간이 숨을 거두는 마지막까지

감사할 줄 아는 겸손과 자애로움이 얼마나 아름답고 향기로운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인가 우리를 깊은 상념으로 손을 잡아 끌고 간다.

 

20세기 벽두에 아프리카 밀림으로 걸어 들어가 온전히 자신을 바친

프랑스의 대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의 어머니의 사촌이었던 밀림의

성자요 철학자요 바흐 음악 해석의 대가로서 파이프 오르간 연주자요

신학교수요 인술을 베푸는 의사였던 내 인생의 영원한 멘토어인

앨버트 슈바이처 박사,

 

인도의 가난하고 버려진 영혼들의 삶과 죽엄 조차 거두어 주시던

젊은 날의 내 영혼과 삶을 온전히 뒤흔들었던 사랑의 선교회 창시자이신

마더 테레사 수녀님,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문학이란 도구로 시혼을 불살라 버려진

영혼들의 대리모가 되어주셨었고 지금은 암과 투병 중에 계신

영혼의 전령사 이해인 수녀님,

 

세상 속에서 청빈으로 자신을 불살라 수도의 길을 걸어가시며

혼탁한 세상을 향하여서 영혼의 양식과 지혜를 나누어 주시는

최근작 <아름다운 마무리>의 저자로서 병중에 계신 법정스님,

 

물질주의와 혼탁한 세상의 모함으로 한동안 세상으로부터 돌팔매질을

당하셨던 홈리스들의 대부요 꽃동네의 창시자이신 오웅진 신부님

이 모두가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는 위대한 정신을 소유한 영혼들이

아닐 수가 없다.

 

이분들 모두의 공통점은 온전히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희생과

봉사와 겸손과 청빈과 위대한 휴머니즘으로 철저히 무장하고

수도자로서 희생과 겸허한 헌신적인 삶으로 초지일관 인생의

길을 걸어왔었거나 걸어가고 있다는 진실이다.

 

분열과 증오와 적대감과 패륜과 극단의 물질주의로 인한

협동 보다는 자아중심적인 편협한 사고와 이기적이며 위아래와

윤리의 상실과 도덕적인 가치관의 해이함으로 가득한 현대문명

사회의 병폐와 현주소를 직시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되어주었던

한 사회의 양심이요 지성이라면 더 나아가서 인류공동체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였던 진정으로 위대하고 신령한 이지와

지성과 휴머니즘으로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채워지고 여문

정신의 시발점이 아닐 수가 없는 한 시대의 스승들이다.

 

도덕적 해이감과 윤리의 상실과 타락의 늪에서 우리에게

인간의 길을 가르쳐주는 진정한 방향계기판과 같은 위대한

정신들이 아닐 수가 없다.

 

사랑, 봉사, 희생, 감사, 청빈, 겸손, 배려와 화해, 따듯한 가슴

우리 모두는 늙어가고 있고 죽어야 하는 절대적인 존재와 가치

앞에 서있다. 우리의 도덕적 가치관과 인성과 윤리관이 무너질 때

사회란 공동체와 국가의 기강도 모두 흔들리고 망가지고 혼돈에

빠지고 만다. 도덕적 해이 감이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싶다.

 

늙어가시거나 늙으신 부모님의 아침저녁 수발을 묵묵히 들고

늙으시고 주름져 고랑진 연로하신 어머니나 아버지 손톱과 발톱도

깎아드리고 맛나는 국 한 수저라도 더 떠드리고 그 주름진 손

한번이라도 더 잡아드리고 따듯하게 어깨를 감싸 안아드리고

애기가 되어가는 늙음을 진정한 연민과 사랑과 따듯한 눈빛과

가슴으로 바라보고 참을 인자 세 번이 아니라 열 번이라도 새기고

또 새기며 살아간다면 자신의 일상이 피곤하고 곤고할지라도

사랑으로 가족과 늙으신 부모님을 위한 국이라도 한번 더 끓이고

만들고 살아간다면 부끄러운 언행이나 처세를 부끄러워할 줄 안다면

잘못을 잘못으로 인정할 줄 안다면 그것이 진정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

 

초지일관 변함없는 한 송이 민들레 같은 청초하고 따듯한 시선과

가슴으로 이웃과 인생의 지기인 주변의 벗이나 귀한 인연을

바라본다면 작지만 이러한 것들이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과

생의 충만을 안겨주는 진정으로 존재와 실존의 가치를 안겨주는

아름다움이다. 그 누구도 자신의 생애와 건강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럼으로 옛 어른들이 하신 말씀이 살아 있을 때 서로 잘하라고

말씀 하셨는지 모른다.

 

효도도 우리들 모두의 사랑하는 인연과 그 대상이 살아있을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가 그녀가 생애를 마감한 후에는 하고 싶어도

절대로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으로 말 보다는 행동이

앞서야 한다고 이만큼 먼 인생의 이정표에 와 서서 살아온 날들을

반추하며 진정으로 생각한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으신 K 선생님도 이제는

칠순을 넘기셨다. 늘 그렇듯이 가난한 이웃들을 위하여 인술을

베푸시는 그 어른 남은 두 딸들 이방인과 결혼을 시키고 두 부부만이

덩그러니 큰집에 사신다. 그리움에 그분의 사무실을 들려 오랜만에

같이 커피를 마시는 동안 전화벨이 울린다. 또 한 생명이 한 생애를

방금 맞추고 떠났노라고 보고가 들어온다.

 

순간……………

걱정하지 마세요.

더 늙으셔서 기력이 딸리시고 편찬으시거나 하면 제가 대신

달려갈게요. 씨익 웃고 마신다. 하루의 경계선에서 <평화의 기도>

잔잔히 흐르고 또 한 주가 간다.

 

 

 

 

 인생에서 최초로 이지와 지성과 휴머니즘과

참된 인간의 길을 가르쳐주신 당신

영원한 인생의 멘토어인 사상과 영혼의 스승인 당신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지극히 높으신 분의 참사랑과 청빈한 일상을

통하여서 진정한 인간의 길을 몸소 가르쳐주신 당신

캘커타 사랑의 선교회...

 

 

 

 

한없이 한없이 가슴에 뜨거운 강물같은

눈물을 흐르게 하신 당신

청빈과 절대 겸손과 정의와 자애와 사랑과 화평과

배려와 종파를 넘어서 진정한 신앙인은 어떤 것인가를

몸소 보여주시고 가르쳐주신 당신

 

위대한 이 시대의 스승이시요 큰 어르이신요

영성의 멘토어이신 당신  

 

 

 

참다운 인간의 길은 무엇인지

참다운 신앙은 무엇인지

종파를 넘어서 화평과 배려와 이해로

몸소 청빈을 가슴에 새겨가며

보여주신 이 시대의 스승이신 당신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가장 소외된 영혼들을

위하여 대리모가 되어주신 당신

인자하시고 자애로우신 영성의 혜안으로

수없는 가난한 영혼들의 갈증과 갈망을

정결한 시혼과 충만한 영성으로 채워주시고

등을 도닦여주신 백합꽃 향기 같으신 당신 

 

평화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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