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냉이 된장찌개라는 소리에 어찌나 반가운지 귀가 번쩍 뜨인다.
뭔 말인고 하니 퇴근 후 귀히 인연을 아끼고 생각하며 사랑하는 교단에
계신 벗님의 오솔길로 마실을 갔다, 거기에는 앙증맞게도 가을들판에서
자란 푸릇 푸릇한 냉이가 손짓을 하며 부르고 있는 동안 손끝에서 잠시
환절기에 피로로 감기 기운으로 두러 누우신 귀한 분의 인생의 반려자이신
마나님을 위하여서 냉이 된장국을 앙증맞은 질그릇 뚝배기에 손수
끓이신 이야기가 시선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냉이,
봄날 들판에서 봄의 전령사로 푸릇 푸릇 자라나는 전형적인 모국의
봄을 상징하는 나물의 하나다. 세월이 흐르고 흐르니 이제는 알던 것도
모두 다 잊어버려 생각이 막혀 꼭 필요한 때에 어떤 특정한 식물
이름들을 기억할 수가 없다. 이런 때는 그저 막막하고 아득하고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파 같은 것으로 봄에 시장에 나오는 것
그 이름을 이 순간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양념간장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봄에만 나오는 그 어떤 것……그 이름이 생각이 안나 이런 때는 속된
표현으로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깊어가는 가을날 냉이 된장찌개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마치 코끝으로 냉이의 그 풋풋한 향기가 바람결을 타고 스쳐가는
듯하다. 잊어버린 맛 그 맛은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
들판에서 맑은 공기 마시고 바람과 맑고 눈부신 햇살과 별빛과 달빛과
때로는 시선을 주고 받으며 눈맞춤도 하고 때론 칠흑 같은 어둠과
회색 빛 구름과 함께 갖은 풍상을 다 겪고서야 온전히 누군가의 귀한
밥상에 올라오는 냉이라고 생각하면 그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앞선다.
자연의 위대함이랄까 스스로를 바침으로 반찬이 되고 인간의 미각을
감칠맛 나게 하여주는 귀한 냉이 유년을 상징하는 가장 한국적이고
모국적인 소박한 나물이요 질그릇 같은 모국의 정서를 전하여주는
매개체가 아닐 수가 없다. 어머니들, 누님들과 누이들의 추억 어린
봄의 교향곡 같은 아지랑이 피어 오르는 봄날 들판에서 소쿠리 가득
추억을 안겨주었을 냉이의 아련한 이야기들과 함께 이 가을도 깊어가
10월은 가고 썸머 타임도 해제되고 11월의 초입에 이미 서있다.
한 해가 잔뜩 기울어 얼마 있으면 이별을 고하고 새해를 맞이하게
될 것이며 흐르는 시간과 세월이 아련할 뿐이다. 된장찌개만큼
한국인의 미각을 어루만져주며 사랑받는 음식이 있을 까. 언제나
들어도 구수한 맛이 먼저 전해져 오는 된장찌개가 전해주는 그 느낌
질그릇 뚝배기 안에서 춤을 추고 있을 두부와 호박과 파와 양파와
고추와 된장과 각종 양념들의 향연으로 벗님의 가을은 깊어 가고
있었다.
구절초 향만큼이나 그 영혼이 맑고 순수하며 마음결도 고우신 분
미래의 대한민국을 짊어지고 나아갈 귀한 인재를 자녀로 두시고
인성교육을 참되게 부모님으로서 가정에서 가르치시고 인도하시는
귀한 분의 가을도 이제 깊어가 곧 겨울이야기를 시작하게 될 것
같다는 전갈이시다.
사랑하는 나의 벗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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