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독백 - 떠나 보내야 하는 마음 앞에 서서

붓꽃 에스프리 2010. 4. 17. 08:28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문득 마음의 길이 막혀 자판기를 두드릴 수가

없었던 날들이 많았던 지난 몇 주 동안이었다. 누구보다도 건장하고

건강한 분이 한 순간에 대장에 암이 발견되었다고 하더니 그것도

잠시 이미 다른 부위로 전이되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순간 할말을 잃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을 하고 또 하여 보아도 도무지

할말이 생각나지 않는 것은 물론하고 무엇이라고 위로를 하여야 할지

답이 없었다. 입을 닫고 말았다. 입이 있어도 굳어버린 입은 열리지가

않았다. 침묵이란 깊고 깊은 무저갱 같은 모든 생각의 정지 흐름과

감각도 사라져버린 절대 침묵과 고독만이 서성이는 시간의 연속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눈빛이 부딪칠 때마다 할말을 서로 잃고 멍하니 바라만 보다 가만히

잡아보는 손 따듯한 온기가 전달되어오지만 그마저도 시간이 흐르면

멈춰버리고 떠나 보내야 할 준비를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하여야

한다는 불가항력 앞에서 인생이란 것을 생각하여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은 매 순간이 영원이요 찰라적인 진실 앞에서 모든 것은

애련함으로 다가와 가슴을 적시고 영혼을 뒤흔든다.

 

삶과 죽음이 인생이라면 아직도 조금은 더 살아야 할 나이인데

한 마디 하고 마는 칠순의 그 모습 앞에서 깊은 슬픔과 아픔으로

다가오는 매 순간 잔인한 계절 앞에 다른 해와는 달리 올 봄은

왜 이리도 전 지구촌이 이상기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지 그 또한

잔인하다.

 

우리 지방도 예외가 아니어서 하루는 아련하게 흐린 잿빛 하늘 문득

누군가 그리운 날 다음날은 비바람을 몰고 와 밤새도록 비는 내리고

또 다음날은 겨울바람과 다름없는 세찬바람이 세상을 뒤흔든 후 비로소

봄날은 다시 열렸다. 다른 해와는 달리 도무지 봄을 느낄 기회조차도

없는 것 같은 계절감각이다. 기온이 오르고 내리고 널뛰기를 하다

못해 춤을 추고 있다.

 

인도와 뱅글라데시에는 싸이클론이 훌코 지나가 가옥이 파괴되고

수 없는 사람들이 죽고 침수 당하고 티베트 가는 길목의 중국에서는

지진에 수 없는 생명을 잃고 지구촌이 그야말로 자연재해 앞에

인간의 능력은 한계에 부딪치고 모국에서는 천안함 참사로 생떼 같은

고귀한 젊음들의 죽음으로 가족은 물론 전국민이 연일 눈물바람으로

장식을 하고 온 세상이 어수선하다.

 

연일 물가와 각종 세금은 다락같이 올라가 서민경제를 한숨짓게

만들고 가난에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현실 앞에 더 가난해질

수 밖에 없는 경제위기의 현실 앞에서 아직은 한치 앞이 안 보인다.

그동안 선진국들이 과소비에 흥청망청 잘들 먹고 살았다 싶다.

 

진작에 절제를 하여야 하였고 일상생활은 물론 직장에서나 정부나

분수를 지켰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소비와 배불리 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오늘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겨우

눈을 들어 주변을 바니 이미 집안 살림 바닥이 난 것을 알고

허리띠를 졸이고 정신을 가다듬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는 생각이다.

 

인생사에서 개인이나 가정이나 국가나 절제를 모르면 망할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한 일이다. 전과는 달리 더 편리한 문명의 이기와

더 많은 양의 살림살이를 갖고 살고 먹고 마셔도 그 끝을 모르는

것이 요즘 세상의 모습이다.

 

먹을 것이 궁하던 보리 고개시절과는 달리 온갖 가공음식과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마시고 피워댄 결과 성인병 환자는 늘어나

전과는 달리 다른 유형의 질병이 창궐하고 의료수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현대의학의 발달로 수명을 길어지고 공급이 수요를

미쳐 따라갈 수가 없으니 병들고 재정적자에 개인이고 나라고

모두가 허덕일 수밖에는 없다.

 

힘든 일은 하기 싫어하고 직장에서도 책임감 있게 일을 하려고

하기 보다는 눈 가리고 아옹 식으로 시간이나 때우고 말려는

게으름과 나태함으로  만연한 그동안 이었다면 이제서야 여기저기서

채찍질이다.

 

이런 세상에 우리 모두는 정도의 차이 일뿐 살아가고 있다.

시간에 쫓기고 제대로 마음 놓고 앉아서 독서다운 독서는 물론

휴식이 되는 잔잔한 음악과 향기 나는 신선한 커피 한잔이나

차 한잔도 제대로 마셔보지 못하고 늘 종종걸음에 쫓기고

쫓겨가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상에는 인간미가 살아 진지

오래되었다. 그나마도 스스로 없는 시간 쪼개가며 취미생활

이라도 하지 않으면 절대로 기회는 오지 않는 현실 앞에 있다.

 

따듯한 말 한 마디 주고 받기도 힘든 세상 시기 아니면 질투

그것도 아니면 음모와 모함이나 이해득실로 인간관계도 뇌라는

계산기를 두들겨 합산 후에 때론 의리도 사랑도 우정도 헌신짝

처럼 저버리고 마는 인간적인 모습이 상실된 무정한 세상은

따듯한 가슴과 손길과 말 한 마디조차도 인색하여 진지 오래다.

하면서 우리는 때론 종교적인 사랑과 진리를 설파하려 하는

그야말로 가소로운 우를 범하고 있다. 효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람 그가 그녀가 부모가 되었든 형제와 친구나

자식이나 배우자가 되었든 제자의 발을 닦으시던 예수님이란

종교적인 신앙공동체의 정신을 설파하기 이전에 진심 어린

마음으로 늙어가는 부모님이나 누군가의 발이라도 진심 어린

눈빛과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인생에 대한 늙음과 죽음이란

절대 진실 앞에서 연민과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따듯한

마음으로 우리 스스로 따듯한 물 한대야 받아서 사랑하는

사람의 일상에 지치거나 늙어 쪼글쪼글한 발이라도 깨끗하게

닦아준 일이라도 있는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사랑과 효나 우정은 행동양식이란 진심 어린 따듯한

가슴으로 하는 것이란 생각이 세월의 성상 앞에서 일어나는

수 없는 주변의 죽음에서 절절하게 느낌은 자신만의 기우일까..

늙으면 몸과 마음도 쇠약하여 주변의 따듯한 말 한 마디와

관심 어린 시선과 사랑과 보살핌이 필요함은 인지상정이다.

 

인생에 영원한 젊음이란 없다. 진실된 사랑과 우정 그리고

효 그 영원한 인생의 알파와 오메가 없는 세상과 삶은

속이 텅 빈 강정과 무엇이 다를까….따듯한 말 한 마디와

따듯한 시선과 따듯한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심과 진실과

신의와 진정한 사랑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영혼의 양식이다.

 

 

 

자연이든 사람이든 세상이든 다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마음이 진정한 인간의 마음으로서 맑고 투명하다면 그

그림자인 세상도 맑고 투명해진다.

 

세상에서 온갖 사건, 사고와 비리들이 일어나는 것은

인간의 마음이 순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맑고 향기롭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꼭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자기 존재에 대한 그때그때의 물음,

나는 누구인가, 어떤 것이 내 온전한 마음인가, 거듭거듭

물음으로써 삶이 조금씩 개선되고 삶의 질도 달라진다.

 

우리가 너무 외부적인 것, 표피적인 것, 이런 데만 관심을

갖다 보니까 마음이 황폐해졌다. 옛날보다도 훨씬 많이

갖고 있으면서도 마음들은 더 허전하고 갈피를 잡지 못한다.

 

법정 스님의 저서 <산에는 꽃이 피네>

홀로 있는 시간 가운데서 페이지 20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