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0년도의 롸벗 슈만
잠결에 전화가 걸려온다.
이 전화로 전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지극히 제한되어 있는데 누구지 하고 받아보니
선생님, 저 K 인데요.
주무세요?
괜찮아요..걱정하지 말고 무슨 일인지 이야기 해봐요.
저 오늘 직장인터뷰 가거든요. 어떻게 이야기 하여야 하는 지 말씀 좀 해주세요?
깔끔하게 옷 입고 가서 상대방 얼굴과 눈을 똑바로 쳐다 보면서 묻는 말에만 간단
명료하게 대답하고 그리고 기회를 주면 최선을 다 하겠노라는 말을 잊지 말고
꼭 해야 해요. 우선은 직장을 잡는 것이 목적이니까 보수문제도 상대에게 맡겨요.
중요한 것은 상대가 질문을 할 때 상대의 얼굴과 눈을 똑바로 쳐다 보면서 이야기
해야 하는 것 잊으면 안돼요. 한국에서는 상대를 똑바로 쳐다 보고 이야기 하면
무례하고 건방지다고 하지만 여기는 그 반대이니까요. 그리고 묻지 않는 말 쓸데없이
하지 말아요. 실수하니까요. 그리고 말 많이 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주눅들지 말고요.
그러면 다녀와서 알려줘요. 꼭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더 더욱이 지금같이 경기가 나쁠 때는 어디든지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아니면 안 써요.
한국도 마찬가지겠죠. 누가 일 제대로 하지도 않는 사람을 채용하겠어요. 기민성과
더불어서 성실이 최대의 무기지요. 더 더욱이 생명을 다루는 일이야 더 하지요.
그리고 시간 나면 지금도 영어를 괜찮게 하지만 더 열심히 갈고 닦아야 해요.
아니면 직장잡기 힘들고 얻어도 올라 갈 수가 없어요. 유창해야 돼요. 전화도 받고
업무처리 하려면 필수니까요. 스페인어도 하면 더 좋고요.
고향 독일 Zwickau에 있는 롸벗 슈만의 동상
네, 알았습니다.
찰칵 수화기는 내려졌다.
창 밖은 칠흑같이 어둡고 실내도 불을 켜야 할 정도로 날씨가 흐려있다.
잠시 컴을 열고 어제 올려 놓은 시 사이로 흐르는 슈만의 피아노 소나타 2번
4악장을 들어본다. 부엌으로 들어가 헤이즐 넛 커피를 한 잔 내리고 우유를
조금 붙는다. 이런 이 감미로운 슈만의 곡이라니 이 행복을 어찌 돈과 세속적인
가치로 판단을 하랴 순간 영혼은 가볍게 천사의 날개라도 타고 오르는 것처럼
행복과 충만감으로 가득하다. 커피 맛은 담백하게 스쳐간다. 늘 그렇듯이…
독일 본에 있는 롸벗 슈만과 클라라 슈만의 묘지
슈만 그는 참 따듯하다.
격정적이지도 않으며 지나치게 과장되지도 않으며 그저 애잔하고 고요하게
그러나 강렬한 내면의 불꽃 같은 열정으로 한 영혼을 끌어안고 영혼의 벤치로
안내한다. 가을과 겨울에 참 잘 어울리는 슈만의 따듯함 이다. 팝은 때론
영혼을 뒤흔들고 깊이가 있는 듯 하면서도 가벼워 깊이가 없어서 쉽게 권태롭고
식상한다. 그러나 클래식은 무한한 상상력을 안겨주기 때문에 깊고 따듯해서
좋다. 클래식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가 없다. 지극히 감각적이며 관능적인
세상으로 전락하여 지극히 천박한 아마겟돈 같은 세상이 될 것 같아서 싫다.
슈만의 영원한 사랑 클라라 슈만
이성적이며 이지적인 감성과 선하고 순수함이 결여되어 있고 모두가 물질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전락한 시대의 차가운 현실은 인간의 영혼을 한없이
피폐시키고 타락의 구렁텅이로 몰아가고 있지 않은 가. 살인이 연일 발생하고
사람을 치고 때리고 쏘고 자르고 죽이고 인간성을 잃어버린 세상을 우리는
살아간다.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고 그 아름다운 정신의 세계에서 선을
바라보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정신적인 수양과 교육의 부재 가운데 오늘날
현대인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살아가고 있다. 지극히 메말라 있다.
슈만이 사용하던 피아노
지극히 간단한 것 하나 따듯하게 차나 커피를 한 잔 내려서 자신을 대접하라
그리고 아름다운 선율에 자신의 영혼을 잠시라도 하루에 한 번 기대어
보고 영혼을 맑고 순수하게 세상에서 묻혀온 때를 닦아내는 하루의 마감도
필요하다. 영혼의 정제가 우리의 윤택하고 정결하며 아름다운 소박하며
단아한 격조 있는 일상을 위하여서 일상에서 필요하다. 허구헌날 술이나
마시고 백해무익한 흡연이나 하고 쓰잘데 없는 객기나 부리며 살기에는
인생이 짧고 아깝지 않은가. 진정한 인생의 행복을 위하여서는 하나의
건설적이며 의미 있는 일상과 살아가는 양식과 삶의 품위가 필요하다
슈만 그는 이 가을에 따듯하고 안온하여서 위로가 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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