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휴식을 끝내고 직장으로 돌아가는 날 이 아침 전화벨이 울려
헬로우를 하여도 답이 없어 수화기를 놓아 버렸다. 가끔 모르는 전화가
걸려 올 때가 있기에 응답을 하지 않고 있으니 자동응답기에 어저께
H 선생님의 비보를 알려준 친구G의 음성이 흐름을 인지하고 곧 바로
달려가 수화기를 드니 나란다.
첫 마디가 “나 아파” 한다.
어저께 H 선생님의 비보를 전하여 주었기에 선생님의 소식을 듣고서 몸져 누웠는
줄 알고 그 마음을 알고도 남지 하고 나니 난데없이 암투병중이라고 한다.
순간 망치로 뒷통수를 맞았는 줄 알았다.
화학요법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하면서 H 선생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아느냐고 묻는다. 하여 나는 영어권이고 한국어 권이고 전혀 티비 시청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 모른다고 하니 산행 중에 실족으로 생명을 잃으셨다 한다.
생전 산이란 곳을 잘 다니시지 않던 사진작가인 선생님께서 친구 G에게
안부전화를 하시고는 그 길로 그 악명 높은 볼디 산이란 곳을 가셔서
일행들이 먼저 올라가라 하셔서 올라 가시고는 그 길로 실족을 하셨고
사람이 보이지 않아 일행이 인지하고 산악경찰에게 연락을 취한 시간은
실족 후 한참이 지난 시간이었다고 한다. 지방뉴스에서 소식이 전해 진 것을
친구의 배우자가 알려주었고 다른 친구가 연락을 해주었고 한다. 지난 봄에도
40대 중반의 잘나가는 변호사였던 여성이 같은 산에서 강풍에 실족을 하여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는데 같은 장소에서 비명횡사를 하신 것이다.
어저께는 선생님의 비보를 듣고 눈물을 빼고 나니 오늘은 그 소식을 전해준
친구 G의 암 투병 소식을 접하고 어이도 없고 사는 것이 무엇인가 싶다.
잘못하면 죽기 전에 얼굴도 못보고 죽겠다며 한번 만나자고 하는 친구의
농담 어린 말에 화학치료 받고 나면 다음 4 -5일은 죽도록 힘든 시간임을
아는 나로서는 다음주 목요일 정도면 괜찮을 시간이니 그때 집으로 찾아
가겠노라고 하였다. 수술하던 날 법학대학원을 다니며 변호사 공부를 하고
있는 아들이 엄마 곁에서 그토록 서럽게 울고 또 울고 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울고 말았다.
아들이 우는 것을 보고 내 몸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알고 이를 악물고
아들 생각을 하여서 투병을 한다고 하는 친구에게 그 모든 신앙은 다 어디
있느냐고 하면서 기도에 매달리라고 하였다. 신앙심이 깊은 친구의 살아온
길이다.
정말 우아하고 지성적이며 이지적인 친구와 같이 작품활동을 하며
그림을 그리던 시절이 가장 행복한 우리들의 시간이었다라고 비보와 가슴
아픈 암 투병 이야기를 접하고 싸늘하게 식어가는 한잔의 커피 머그 앞에서
생각하는 이 순간이다. 화학치료로 머리도 다 빠졌으니 그 심정이 오죽하랴
싶다. 참 이지적이고 지성미 넘치는 친구와 어느 가을날 빈센트 밴 고흐의
작품 Mulberry Tree앞에 섯던 그날이 아련하게 다가오며 그 순간이 그립다.
벌써 주변에서 한 사람 두 사람씩 우리 곁을 죽음으로 떠나가는 인생의 세월
앞에 서있다. 오나 가나 국내외로 이어지는 한국인들의 산행 참 좋으면서도
퍽이나 주의를 요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힘든 것이다. 그렇게 아까운
한 분이 이 가을에 유명을 달리 하셨다. 부검까지 하는 참담함으로 두 번의
죽음을 하시고 비운에 가신 선생님 아직은 아까운 청춘 66세 이시다.
사람이 살아 있어야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인생에는 출생이란 시작이 있다면 완성이 되는 죽음이 누구나 하고
숙명적으로 맞이 하여야 함은 당연지사이다. 다만 그때가 언제이냐가
문제 일뿐이다. 그리고 어떻게 죽는가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암 투병
중인 친구하고도 나눈 이야기 이지만 자연사를 하는 것이 축복이란
생각이다. 앞에 놓인 미완성의 난제하며 연일 들려오는 비보하며
이 가을이 너무나도 힘겹고 참담하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눈보라가 몰아치고 폭풍우가 지나가도 희망이란
무지개가 인생 그 너머에 또 있지 않을까? 인생과 세상의 종말이
온다 하여도 우리는 다시 스피노자의 말처럼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 하지 않을까 진정한 의미의 가치발견을 위하여서 말이다.
그럼으로 맺어진 귀한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며 순수하게
서로를 애틋하게 아끼고 배려하며 생각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일이다.
비록 남은 날들이 얼마나 되는지 그 누구도 모른다 하여도 열정을
바쳐 우정과 사랑을 숭고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고 바칠일이다.
숭고한 인간의 사랑보다 더 고귀한 인생의 가치는 없기 때문이다.
세상의 부와 명성을 한 손아귀에 다 검어쥐었던 애플 컴퓨러의
세기의 풍운아 스티브 잡스도 죽음 앞에서는 가족의 사랑을 가장
갈구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나누지 못한 시간 위에 미안하다고
사랑하는 부인과 자녀들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극소수의 친구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조용히 고요하게 홀현히 떠나지 않았던가.
사랑하라 열정을 다 바쳐서.........
그리운 선생님께서 어저께 먼 여정에서 돌아 오셨다.
무사히 돌아오신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며 큰 위로가 된다.
언제나 그리운 진정 아끼며 존경하고 사랑하는 나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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