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봄 보슬비가 내리던 날 오후 퇴근하자마자 B 선생님은 오랜 암투병 끝에 내 곁을
영원히 떠나셨다. 퇴근 후 옷도 벗기전에 받은 비보 그길로 달려간 병실 마지막으로
열어본 백색의 침대보 누워계신 선생님께 절대 침묵 가운데 영원한 이별을 고하고
발길을 돌려 돌아오던 저녁이었다. 늘 내 영혼 깊은 곳에 거하시며 함께 계신 선생님의
순결한 영혼 그 훤칠하시고 아주 정갈하시며 고고한 학 같으셨던 철학을 전공 하셨던
당신 사모님과 함께 오셔서 저녁을 사들고 갖다 주시면서 따듯하게 포옹을 해주고
가시던 어느날 기억이 또렸하다.
퇴근 후 매일 들려 병상에 함께 앉아서 손잡아 드리고 당신곁에서 함께 머물며
들려 드리던 곡이 바로 이곡 잔 휠드의 낙턴이었다. 그러시면 꼬옥 손을 잡으시고
왜 이제서야 우리가 만나야 하였냐며 그토록 애달파 하시던 당신의 모습 비록
힘든 병으로 내가 죽어야 하지만 내일생동안에 단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이토록
숭고하고 고귀한 사랑을 받는 축복을 받고 가니 행복하고 감사하노라고 하시던
날들의 병상이 생각난다. 그리고 우리는 가장 솔직하게 죽음을 서로 이야기 하고
함께 그 여정을 준비하시는 과정 앞에 있었다.
선생님이 그리운 날은 제가 선생님께 들려드린 이 잔 휠드의 낙턴을 듣겠습니다.
비록 선생님은 제곁을 떠나가시지만 선생님의 영혼은 영원히 저와 함께 함을 믿으며
죽음 그 너머 영원까지 함께 하리란 생각입니다. 불현듯이 비가 오고 눈부신 남국의
햇살이 가슴시리게 하고 바람이 부는 날 당신이 그리운 날 듣겠 다고 위로와 더불어
함께 하였던 언약의시간은 저만치 몇 해가 흘러 갔다.
간밤은 긴 휴식 후 돌아간 직장에서 돌아와 피곤해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사랑하고 아끼는 내 모든 인연들의 흔적을 확인하고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를
얻고 아무 생각도 없이 마음을 비우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였다. 그리운 선생님께
수화기를 들고 싶었지만 이 아침 오늘의 근무를 맞추고 인사드리리라 생각하였다.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는 순간 앞에 홀로 서있다.
어찌 마음의 슬픔과 비통함을 다 말로 형언하랴.
조용히 그리고 아주 고요히 마치 겨울날 산자락 숲속에 안겨 있었던 수도원의
성소를 생각하며 더욱 더 이 가을 나는 깊어져야 하는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고통의 시간이 곰삭아 다시 아름다운 영혼의 빛과 존재의 의미로
있는 듯 없는 듯이 눈부시게 다가올 그날을 생각하며 주어진 여건과 환경에
다시 조용히 이를 악물고 일어나 최선을 다 하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늘 그랬듯이 아주 고요히 영혼을 정갈하고 단아하게 순화시키며 바보처럼 주어진
하루 하루 앞에서 귀한 인연들을 귀히 여기며 따듯한 마음과 배려와 깊고 견고한
신의와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숭고한 우정과 사랑과 열정을 다 하여 남은 날들을
가슴으로 배려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귀한 인연을 귀히 여겨야 또한 마땅하고
그것이 사람이란 생각이다. 참된 인간의 길과 도는 견고한 성채와 같아먀 옳다.
이해관계와는 절대로 무관하여야 하는 순수를 요구한다.
서로를 귀히 여기는 존귀한 생각과 가치관과 마음의 애틋한 배려없이는 어떤
인간관계도 의미부여를 참되게 할 수가 없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무한한 관심이요
생각이며 숭고한 인간의 길이요 사랑이다. 서로를 귀히 여기고 아끼지 않는 한은
어떤 인간관계도 그 존재의 가치를 상실하고 만다. 천마디 만마디의 허망한
가식과 위선으로 가득한 언어유희는 인격적인 모독이며 존재가치가 없다.
이 가을은 조용히 단아하고 정갈한 마음으로 더 깊어지는 시간과 마주하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이 있다면 천방지축 평정을 잃고 주변환경이 시끄럽고
청결하지 않으며 질서없이 살아가는 모습이요 별것도 아닌 것을 난척하는
인간들의 파렴치함이다. 그저 웃기는 가증스러운 천박하거나 안하무인의
교만하기 그지없는 꼴 갖잖은 허접함 이다. 죽은 애플 컴퓨러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일생은 그렇게 행복한 삶은 아니었지만 그의 철저한 은둔의
삶은 존중할만한 충분한 인간적인 가치가 있다라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그는 겸손하였다 그리고 진정 깊은 사람이었다.
물론 나는 온 지구촌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애플 매니아는 아니다.
나는 그가 창안한 어떤 첨단제품도 사용하고 있지 않다. 아니 그럴 필요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 내가 사용하는 첨단기기는 마이크로 소프트 빌 게이츠가
창안해낸 윈도우다. 인간적으로 나의 가치관으로는 스티브 잡스 보다는
빌 게이츠를 선호한다.
스티브 잡스는 뛰어난 세기적인 역사의 한 인물로 남은 세기를 두고 두고
장식할지는 몰라도 그의 인간적인 면모는 그렇게 내가 가치를 두어야 할
인물은 결코 아니란 생각이다. 돈을 버리고 곧 출간될 그의 전기를 읽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럴 시간에 나는 스피노자의 도덕율을 한 페이지 더
읽을 것이다.
남은 시간과 날들을 진정 의미있고 귀하게 사용하고 싶다.
그중에 하나가 내가 진정 아끼고 사랑하는 극소수의 인연들을 진심어린
따듯한 가슴과 순수함을 다 하여 진정 아껴주고 인격을 존중하고 깊고
고요하게 위로가 되어주고 사랑하여 주는 일이 될 것이다.
이 독백의 공간이 나만의 공간 블로그가 아님을 이 가을에서야 나는 깨닫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나는 모든 것을 다 차단헤 놓았다. 하여 우수블로그니
뭐니 하는 그런 것 조차도 철저하게 싫어하는 사람이며 주루룩 포도송이처럼
아무런 깊이와 가치도 없는 그렇고 그런 댓글이란 것이 달리는 것도 원하지
않으며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숫자의 인연을 만들거나 갖고 싶지도 않다.
하여 내가 만난적은 없다 하여도 귀히 맺어진 진정 진솔한 극소수의
내 인연들을 목숨처럼 나는 마음을 다하여 아끼는 것으로 충분하고
존재의 가치를 나름대로 발견하며 그 인연들을 마음을 다하여 이지와
지성으로 사랑할 수 있씀에 진정 감사하게 생각하며 귀히 생각한다.
그래서 그 극소수의 인연들과 함께 매일 매일 이곳을 통하여 서로를
그리워하며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의 소통으로 넘치는 충만이다.
아무런 존재적 가치도 없는 행위나 술 한잔의 만남보다는 이지와 지성을
함께 하며 인간의 길을 애틋한 마음으로 더불어 손잡고 산책하는 생의
여백으로 충분하다. 진솔한 영혼의 울림이 담긴 내 영혼의 영원한 우정의
친구 진경산수 J와 존경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몇 분 선생님들의 마음담긴
진심어린 소통의 댓글로 서로간에 대화는 충분하다. 서로가 알고 있다.
서로를 얼마나 깊이 우리는 생각하며 아끼고 사랑하고 있는 지를 말이다.
진심어린 관계는 하루 아침에 설정되지 않는다.
진심어린 정직과 신의와 믿음과 서로에 대한 에틋한 마음 위에 세월을
요구한다, 뫼닮 선생님과 함께한 세월도 햇수로 4년이 되어간다.
그 세월 위에 선생님을 가슴에 담았다.
해피님과 감기치례를 하셔서 훌쩍해지신 우리 미지산 선생님, 친구
진경산수 J, 흙집매실님, 언제나 그자리에 나의 오랜 벗님, 매스터 선생님,
늘 푸른 솔 선생님, 은파님, 정글맨님, 나그네 선셍생, 은조령님 모두
진심어린 세월을 함께 하셨거나 현재진행형으로 하시고 계신 분들이다.
내 영혼 깊은 곳에서 나를 굽어 살펴주시는 영원한 내 인생의 알파와
오메가 이신 영혼의 쉼터와 둥지 그리고 온전하고 존귀하신 나의 어른..
벌써 이 아침 두시간이 독백 위에 흘렀다.
모국의 월요일 새벽으로 가는 새벽 2시 12분 모두들 주무시고 계실 시간
아침 10시 12분이 되어가는 일요일 아침이다. 잠시 누웠다가 신선한
커피를 한잔 머그 잔에 내리고 하루를 시작하련다.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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