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 독백 - 창살 없는 감옥에서 띄우는 편지

붓꽃 에스프리 2011. 10. 15. 16:27

 

 

오늘은 사랑하는 내 님과 함께 저 스카트랜드의 바닷가를 산책하고 싶은 그런 날이다.

가다가는 어느 작은 카리지 오두막 여관에서 하루 묶고....님이 그립다.

 

 

계절적으로 9월과 10월 사이에 꼭 한차례 오고 가는 늦더위를 우리 지방에서는

인디언 썸머라고 부른다. 온종일 주변에 콩크리트 공사로 문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가 없어 창살 없는 감옥에서 할 수 있는 바깥 세상으로의 통로는 인터넷

뿐이다. 통로가 열린 상태에서의 스스로 실내에 멈추는 것과 통로가 막힌 상태에서

실내에 창살 없는 감옥처럼 머무는 상태 앞에서 심리상태의 변화는 하늘과 땅의

차이다.

 

이것은 완전히 클로스트훠비어 즉 작은 공간에 갇힌 공포의 현상으로 가는

길이라고 하여야 할 것 같은 느낌으로 와 닿았다. 날씨는 덥고 계절은 여름과

가을을 오고 가며 반복하고 마음의 안정이 안 되는 하루였다. 바깥은 공사로

떠들썩하고 음 하다가 점심은 핫덕으로 하고 그러다 보니 하루에 한잔 내려

마시는 커피도 마시지 못한 오늘이었다.

 

다들 여행 후에 행복한 표정들이 아니시니 마음이 조금은 편치 않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누가 말을 하지 않았던가.

나는 뭔가 모자라는 사람이 아닌가 모르겠다.

평소 여행이란 것에 남들처럼 그렇게 목을 매달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 말이다.

기회가 되면 하는 것이요 아니 되면 안 해도 그만인 것이다.

세상 구경 다한다고 행복하리란 생각을 아예 꿈에도 하지를 않는 사람이다.

 

보리 고개시절 다들 넘기고 다들 이제는 밥술이라도 먹고 살게 되고 선진국에

진입하는 한국인들이 되다 보니 너도 나도 블로그 마다 여행후기로 가득하고

사진기 다들 하나씩 들고 다들 작가로 변신해 포토에세이로 블로그 마다 또한

가득하다. 첨단기술로 휠름 없이도 메모리 칩 하나에 몇 백장씩 담아내고 하니

얼마나 편리하고 좋은 세상인가. 다들 인생을 즐기자 가 된 시대에 있다.

 

물론 하루 세끼 해결도 안 되어 지금도 고통 받는 사람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그늘 아래 널렸다. 빈부의 차이는 날로 더 커져 갖은 자와 못 갖은 자의

사회적 반목이 생기고 월가를 점령하자는 시민들의 봉기가 일어나고 있는

이 가을이다. 지구촌은 모두 경기부실로 허덕이고 나라마다 허리띠 조이라고

난리소동을 치고 좋은 시절은 다 갔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그래도 갖은 자는 넘치는 부를 오늘도 주체를 못한다. 미국이고 한국이고

시장물가는 나날이 다르게 치솟아 모두들 살기 힘들어 단 일전이라도 절약을

하여야 하는 어려운 시대상황에 처해있다.

 

집들은 은행 빛을 못 값아 은행으로 도로 넘어가고 세 사는 사람들은 세도

못내 쫓겨나고 장난이 아니다. 도무지 뭐가 행복인지 분별하기 힘든 혼돈스런

시대에 우리는 서있다. 우리 같이 가난한 사람들은 몇 권의 양서와 몇 개의

쓸만한 클래식 CD와 일용할 양식 빵과 치즈가 테이블 위에 있으면 족하다.

 

그리고 사랑하고 아끼는 진실한 인생의 지기 한두 명과 진정성 있는 소통이

함께 하고 참된 우정과 사랑을 주고 받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생각하며 기억하고

아끼고 배려함으로 충분하다 하겠다. 그러다 운이 좋으면 여행길에 올라

세상에 그 어떤 것 보다 영혼을 행복으로 이끄는 명작들이 소장된 미술관에

들려 하루 이틀 작심하고 하나 하나 심도 깊게 작품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고

어느 허름한 여관에 머물고 이국의 서정을 가슴 가득히 담는 것이다.

화이브 스타 호텔이 아니어도 가난한 자의 여정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세계적인 사진작가 Ian Cameron 같은 사람의 작품 배경이 되었던 스카틀랜드의

그 황량한 고독이 서성이는 바닷가 어드메쯤 홀로 거닐어 보는 호사와 영혼의

소통이 가능한 인생의 지기와 함께 산책해보며 이국의 하늘 아래서 인생을 반추

해보는 시간도 그 어떤 것보다 품위 있는 로망일 수도 있다. 뭐 로망이라고

해서 스타 몇 개의 프랑스 식당이나 호텔에 묶어야 하고 명품으로 온몸을 치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밤은 법정스님의 저서들을 손에 쥐어보고 싶어진다.

진정한 한 시대의 구도자였던 그분의 맑고 고운 향기로 가득한 인생의 지침서와

말러의 교향곡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오늘 같은 날은 독일의 시성 후리드리히

횔덜린 같은 시인의 작품을 한번쯤 읽고 음미하는 것이다. 아니면 아직까지

알고 있는 한국문단에서 가장 이지적이고 지성적인 노 시인 허만하 선생님의

관념적이고 지성미 가득한 주옥 같은 작품 하나쯤 읽어 보는 것이다.

 

대륙횡단을 홀로 차를 몰고 서부에서 뉴욕까지 가난한 학창시절 두번이나

하였고 영국에서 또한 학창시절 보냈고 알래스카 카리브해 캐나다 쉬카고

버지니어 뉴욕에서 살아보았으면 되었지 더 뭘 바랄까 싶다.  런던 중앙역에서

주말이면 기차를 타고 남부 영국 치체스터로 그리운 친구 찾아 갔던 그 외로웠던

학창시절 모두가 저만치 흘러간 세월의 흔적들이 너무도 가슴이 시리도록

오늘은 그립다. 돈과 부귀영화가 결코 나를 행복하게 하리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가치관으로 설정해본적이 없다. 내면의 성찰과 충만이 더

소중하다고 믿어 왔기에...

 

이제는 잊어야 할 모든 시간들과 떠나간 인연들 잊어야 옳다.

과거는 과거일뿐 현재에 머물고 남은 생애의 미래를 향하여 가야한다.

하나의 인연이 떠나간 자리에는 또 다른 가슴시리도록 순수하고 정결한

영혼의 지기와 사랑하는 인연들이 이미 자리하고 함께 손잡고 인생길을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