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 독백 - 계절의 에스프리

붓꽃 에스프리 2011. 11. 9. 06:52

 

 

갑자기 추진 날씨에 어깨가 움추러든다.

목도리에 얇은 재킷을 입고도 모자라 실내에서 낡은 잠바를 위에

다시 걸치고 목도리를 칭칭 두르고 앉아 있다. 코도 맹맹하고 목도

이상함을 느껴 부랴 부랴 따듯한 숩을 만들어 점심 식사를 하고

커피를 한잔 내려서 늘 그렇듯이 설탕은 넣지 않고 우유만 조금

크림 대신 부어 마시고 있다. 양말을 신고 있어도 종아리가 시리다.

 

랑랑이 영국 BBC Proms 2011에서 모든 열정을 다 바쳐서 연주한

리스트의 Piano Concerto No. 1 in E flat major를 듣노라니 그래도

잠시나마 한기가 온기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어느덧 한해도 기울고

있다. 새해 아침이 엇그제 같은 이야기라면 벌써 한 해가 가면서

그 정점을 향하여서 다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런 것을 인생무상

이라고 하는 것인가 때로는 되물어 보고 싶다.

 

어린아이가 자라서 청소년이 되고

청소년이 자라서 성인이 되고

성인이 아버지 어머니가 되고

어머니 아버지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그리고 가는 세월은 죽음이란 인생의 숙명과 맞닿는 정점에서

완성을 이룬다.

 

더워서 못살겠다고 한지가 엇그제 같은 데 벌써 만추다.

곧 모든 단풍잎이 지고 낙엽이 지면 나목만이 우뚝 홀로 서서

추운 엄동설한을 나고 또 다시 윌리엄 워즈워드의 봄 <수선화>

이야기 하며 병아리 색깔의 노랑물감으로 채색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