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불청객 감기 목이 완전히 잠겨 허스키가 되고 말았다.
그야말로 아이들 표현으로 맛이 갔다. 가만이 앉아서 당할 일이 아니다
싶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일단 있는 전에 복용하다 남은 감기약 단 한알을
일단 해열제와 함께 복용하고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 그런데 이게 아니다 싶은 것이 골이 아파오고 열이 오르기 시작하고
목이 잠기고 약한 기침에 콧물까지 흐르는 것이 아닌가. 출근은 해야 하고
이를 어쩐다냐 싶었다. 다행이 밤사이에 좀 나아졌다. 그러나 입맛은 반쯤
가버려서 잘못하면 지난해 가을처럼 긴병을 앓을 것 같아 무조건 무엇이든지
싫어도 억지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먹고 마시고를 반복하였다. 더하기 비타민
씨 1000mg 짜리 두알씩 하루에 복용하고 오늘은 더하기 대추 생강을 끓여서
꿀물을 마시고 또 마시고를 반복하고 지금 이순간도 마시고 있다.
그뿐이랴 평소 먹지 않는 라면을 김치 국물을 넣고 팔팔 끓여서 뜨거운
국물과 더불어 목을 지지고 다시 약을 복용하였다. 다른 식구들은 한국
신라면이 맛나다고 하지만 매운 음식은 질색인 나는 한국 라면은 매워서
먹지를 않는다. 우리 미국에서 생산한 안 매운 라면도 어쩌다 한 두번
정도면 충분하다. 라면은 금기 음식 가운데 하나로 소금 함량이 우리가
하루에 필요한 양 보다 더 많이 함유되어 있어 보건당국에서 권하지
않는 음식이다.
오늘 한 일은 토요일 CPU가 망가져 수리한 HP 데스크탑 컴퓨러를 아침 일찍
다시 수리점으로 들고 가서 프로그램을 손보고 돌아오니 이런 모니터가 켜졌다
나갔다 하는 모양새를 보아 틀림없이 모니터가 또 망가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접속불량 판단을 받고 몸은 아픈데 도매점 몇십리 거리를 가기는
귀찮아 가까운 곳에서 사려니 수리점이 자기네가 갖고 있는 데 도매점 값의
중간선까지 할인을 해주겠다 하여 사들고 돌아와 켜보니 이상무였다.
밀린 세탁을 하고 저녁나절 늘 내가 다녀와야 하는 곳을 다녀오고 다시
국을 끓여서 마시고 또 마시고 약을 복용하고 하니 더는 승하지 않고
일단은 소강상태로 들어가는 듯 하여 다행으로 생각하지만 아직도 코가
막히고 목소리는 허스키다. 아시는 할머니는 이번 깍두기 너무 맛있었다
하시고 날씨는 봄날처럼 영상 23도에 햇살은 눈부시고 그러나 실내는
그래도 추운 편이었지만 창문 다 열어제치고 진공청소기 돌려 청소하고
샤워하고 법정 스님의‘텅빈충만’을 다시 만나보고 하루를 살았다,
아프면 누구든지 만사가 귀찮고 고독하고 외롭고 서럽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스스로 돌보아야 하는 일 철저히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래도 늘 기억해주고 생각해주고 곁에 함께 있는 영혼의 친구 J가
있으니 커다란 위로다. 그리고 벗님들과 흙집매실 선생님의 온유함이
거하니 감사할뿐이다. 내님은 지금 어려운 시간을 보내시고 계시고
다만 나는 묵묵히 투병을 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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