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었다.
작은 아이는 갑자기 일이 생겨 다녀 온다며 다른 도시로 먼길을 떠났다.
큰 아이는 자기방에서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더니 내려와 마루 바닥 먼지를 닦아 내느라고
마루를 맙을 하고 있다. 초저녁 작은 아이가 이제 부터는 각자 더 많은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며 큰 아이한테 일장연설을 형한테 하였다. 환경의 지배를 받는 다고 할까. 엄마가 영면하고
고아가 된 아이들은 달라지고 있다. 나 또한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로 적응하려면 좀더 시간이
많이 흘러가야 할 것 같다. 먼길을 떠난 작은 아이가 돌아오지 않는 한은 잠자리에 들 수가 없다.
전과는 또 다른 위치와 운명 앞에 서있다.
어찌 다 말로 할 수가 있을까......
그저 생각만으로도 모든 것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고 가슴이 무너지고 산산조각이 나는
못다한 그리움과 슬픔과 기구한 운명 앞에서 순간 순간 솟구치는 눈물과 목을 타고 올라
오는 뜨거움을 가누기가 힘이 들다. 아이들을 생각하고 이를 악물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때론 솟구치는 눈물과 슬픔을 감당하기에 벅차고 벅차다.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모두가 떠난 인생의 이정표 앞에서 왜 이토록 갑자기 몸서리 쳐지는 고독이 밀려올까.
그래도 이를 악물고 아이들 둘과 함께 주변사람들의 염려와 우려와는 달리 우리가
서로를 의지하고 굳굳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되기를 바란다.
그런 최소한의 축복이 우리 세 고아에게 있기를 애절하고 절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하나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갑작스런 비보에 쇼크를 받고 할말을 잃고들 있다.
한국서부터 하와이 캐나다 영국까지............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슬픔에 우리는 각자 속으로 각기 다른 모양으로 아파하고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나는 나대로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모두 꿈 같은 이 비극적인
현실 앞에서 아픔과 슬픔의 시간을 지나가고 있다. 긴 어둠의 터널......
비통한 마음과 아픔과 슬픔을 어찌 다 말로 하랴..
크리스마스에는 이 모든 슬픔을 딛고 일어나 파티를 열겠다고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벼르고 있다. 기구한 운명을 잘 극복하고 무난하게 살아가고 있씀을 보여주고 싶다.
하나님,
우리 하니님 우리 영혼을 불쌍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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