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 독백 - 그리움이 머무는 언덕 위에서

붓꽃 에스프리 2012. 12. 3. 06:48

 

오늘로서 모든 것은 끝을 맺었다.

두 아이들과 함께 몇년만에 찾아간 누님이 다니시고 봉사를 많이 하셨던 교회에 참석하여

예배를 드리고 우리는 곧 바로 하관식 한지 사흘째가 되는 오늘 먼길을 운전하고 묘지로

향했다. 가는 길에 맘/엄마/어머니를 위하여서는 빨간 장미를 누님을 위하여서는 노랑

장미를 사들고 한없이 고요하고 아주 깔끔한 언덕을 따라 차를 운전하고 올라 갔다.

 

가는 길 먼저 아이들에게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산소를 먼저 들렸다.

누군가 와서 포인센치아 크리스마스 꽃나무를 눈물나도록 그리운 맘/엄마/어머니 묘지

앞에 놓고 갔다. 울컥 눈물이 올라왔다. 참고 또 참고 억눌렀다. 긴 빨간 장미 한송이를

꽃다발에서 뽑아 아이들은 할아버지 앞에 놓았다.

 

다시 차를 운전하고 더 높고 높은 언덕 위로 올라 갔다.

저멀리 어느 가족들은 천막을 치고 세사람이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묘지

옆에서 쉬고 있었다. 전형적인 우리 미국사람들 묘지 풍경의 하나다. 아직도 하관식 때

내려 놓은 꽃다발이 시야에 들어왔다. 바로 그 자리가 누나 진의 묘지 자리다. 꽃을

들고 내려가 내가 왔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멀리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바지에

사무치게 그립고 사랑하는 누나는 그렇게 그 자리에 누워서 우리 셋을 기다리고 있었다.

 

뒤돌아서 오면서 '누나, 다시 올께' 말을 하고는 차를 몰고 언덕길을 내려왔다.

우리 점심을 어디 가서 먹을 까 하고 큰 아이가 묻기에 그저 집으로 가서 따듯한 국과

해놓은 음식을 먹으면 될 일 바깥 음식을 자제하라고 한 마디 하고 나가 먹는 것도

버릇이라고 일침을 가 하고 말았다. 날은 흐렸고 비는 오락 가락하는 을씨년스런

그런 날씨다. 돌아와 날씨와 딱 어울리는 따듯한 국과 감사한 음식으로 우리 셋은

아침겸 점심 식사를 한 테이블에서 맞출 수 있었다.

 

한 테이블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먹을 수 있는 일용할 양식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꼭 백만장자나 억만장자가 되어야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줄 아는 삶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 인가를 새삼 고난 가운데서 생각하게 된다. 인생에서 이제

남은 것은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남은 날들 두 아이에게 위로와 사랑과

울타리와 버팀목이 되어주는 일이다.

 

일단 내년도 계획은 직장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다음으로 다시 학교로 돌아가 내가 필요한 외국어를 조금 더 공부하고 학문적으로

순수예술 사진학을 내 인생의 마지막 도전으로 공부를 시작하는 일이다. 그리고

환경적으로 여러해 손을 놓았던 붓을 다시 들어 이젤 앞에 캔버스를 놓고 붓질을

다시 시작하는 일이다. 내 모든 영혼과 열정을 캔버스 위에 담고 싶다. 모든 인생의

생사고락과 희열과 환희와 슬픔과 고뇌와 고난과 시련과 아픔과 상처와 모든 것을

프러시안 불루 색에 담아 내고 싶다.

 

오늘 저녁 메뉴는 떡만두국으로 작은 아이와 정했다.

큰 아이는 외출을 하고............

날도 춥고 하늘은 잿빛이고 우중충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