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직장에서 근무 중에 위에 사진을 만나는 순간 내 마음은 순화되는 느낌이었다.
가을비가 내리는 날 소나무에 맺혀진 수정 같은 물방울들과 푸른 가을비를 먹음고 있는 산하 속으로
정글 같은 도시문명에서 정신적으로 나마 잠시 탈출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돌아와 샤워하고 조금 요기하고 유튜브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 <한국인의 밥상> 을 가장
먼저 올라왔나 컴퓨터를 열자마자 구글링 해보고 다음은 내가 즐겨 보는 블로거들의 이야기가 올라왔나
찾아보고 마지막으로 새로 올라온 국제결혼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춰본다.
그중에서도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국 사람 보다 더 한국 사람 입맛을 갖고 먹방을 하며 운동도 그만큼 하는 참
괜찮은 남자 필서방네, 텍사스주에 귀엽기로 말을 하면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운 아들인 주니와 딸인 지아네,
한국에 사는 또 다른 귀염둥이 에머슨네, 한국서 살다 미국으로 돌아간 젊은 부부 레이진, 순천에 산골 여자
부부님 일상, 신 작가, 중국어로, 남미 남자 주로 내가 일상으로 들리는 온라인상에 유튜버들 채널들이다.
어저께는 [공감 다큐 러빙 2 20회 1부] 쑤어 천사 홍티안넌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를 1부 2부를 시청했다.
남원에 사는 어려서 열병으로 청각을 잃어버린 임낙천씨의 인생유전 이야기였다. 애당초 농아인인 것을 알고
결혼해 한국 와서 한국어 보다 먼저 수화를 배운 베트남 출신의 부인의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늦은 나이에
아들과 딸을 낳고 7동이나 되는 비닐하우스 딸기농장을 하는 인간극장과 같은 이야기다.
두 번이나 보아도 그대로가 감동이고 눈물겨운 고달푼 인생 이야기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행복을 찾아가는
두 부부의 이야기 그리고 선하고 선한 임낙천 씨 부부가 이웃들의 도움을 받고 또 이웃들을 서로 도와주며
살아가는 감동적인 이야기 너무 고생하는 두 아이의 아버지 낙천 씨의 모습에 가슴이 시리면서도 눈물겨웠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말이 생각나게 하는 부부의 삶의 이야기다.
며칠 전 직장에서 시간이 충분히 나서 쉬고 있는 데 시카고에 형으로부터 카톡을 보내왔다.
"우리가 비 오는 날 갔던 밀워키 그 길도 가보고 호숫가도 가보고 가락국수 먹었던 일식집도 가보고
아주 매운 아귀찜을 잘하는 식당도 가보자. 지금 네 생각하며 음악 듣고 있다."
들꽃
들길을 걸으면 내 발이 향기로워진다.
햇빛 밝은 날은 눈 감나도 보이는
다년생 풀의 초록빛 생애
꽃들은 한 송이만 피어도 들판의 주인이 된다.
이기철 : 우리, 수채화 같은 꿈 꾸면 안 될까.
가을이 내리고 있는 모국 그리고 여기다. 여기도 이제는 선풍기나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시원해지고 있다. 한국 같으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고 구린내 나는 은행들이 보도 위에 낙하를
시도하는 계절이다. 밤송이 입을 벌리고 겨울을 이겨내고 봄의 기운과 여름날의 뜨거운 태양빛을
가슴에 품었다 결실을 맺어 이제 실한 밤톨을 토해내고 있다.
오늘 하루 근무하고 다시 이틀 근무하고 하루 근무한 후 11일간 올해 4차 연중 가을 휴가를 시작하게 된다.
지금 계획으로는 내년 가을 한 번 더 보내고 내 인생의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으려고 한다. 벌써 연방정부
사회보장국으로 부터 정년이 갈 수 있는 마지막 나이 만 칠십이 곧 되니 사회보장금 즉 한국의 국민연금과 같은
것을 신청하라고 편지가 날아왔다. 국민연금은 직접 은행구좌로 입금이 되게 되어있다. 국민연금은 일한 연도
수와 그동안 매년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납부했는가에 따라서 정산이 달라진다.
일반적인 은퇴 연령의 만기는 만 65세다. 그리고 그때도 은퇴하지 않는 경우 최고 70세가 되면 진정 은퇴 연금을
수령해야 된다. 그 후에 얼마나 일을 하고 얼마나 벌든 상관없이 정산된 매월 받는 국민연금의 총액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수령하며 일을 하는 것은 무방하다. 다만 연말에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단점이 있을 뿐이다.
뒤돌아 보면 어느 사이에 청춘은 다 가고 이제 칠십 노인네가 되어가나 싶다. 겉은 멀쩡해 남이 보기에는
아직도 50중반으로 보지만 그거야 착각일 뿐이다. 며칠 전 웃어른께서 부부가 7박 8일 멕시코로 크루즈
여행을 떠나신다며 안부를 물어 오셨다. 그리고 보고 싶으니 오라 하시기에 곧 휴가를 시작하니 그때 찾아
뵙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늙어가니 멀리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는 인연들이 그리워진다. 캐나다에 아우는 프랑스에서 화가로 살아가는
여동생의 딸인 조카가 결혼식을 남프랑스에서 하여 결혼식에 부부가 참석한 후 파리를 들려 40년을 넘게 살아온
토론토 본가로 돌아 왔다고 소식을 전해왔다. 그런가 하면 한국에 사는 어릴 적 친구는 클래식 음악 파일과 일요일
미사 강론을 보내왔다. 다들 은퇴하고 친구만 아직도 현장에서 공업 분야의 특수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 타워에서 내려다 본 좌측의 남산 그리고 다른 산들
그저께 정말 황당한 일이 있었다. 기억도 못 하는 십수 년 전 근무하던 직장에서 부하 직원으로 근무하던
한 사람이 있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어 본적도 없고 그렇다고 말을 주고받을 정도로 아는 사이도 아닌
다만 부하 직원이었다. 그런 그녀가 어서 내 전화번호를 구했는지 난데없이 텍스트 메시지를 보내왔다.
낯선 텍스트로 받고 그리고 어투에 기가 막혀서 순간 무척이나 황당했었다. 전혀 무관한 사람 그렇다고
이야기를 주고받던 사람도 아닌 사람이 누군가 낯선 사람에게 전화상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가정하자.
그렇다면 일단은 정중하게 죄송하다는 말이 앞서야 하고 다음은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 순차적인 예의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그녀가 보낸 메시지는 명령조에 전화를 해달라 하였었다. 그리고 잠을 자면 늘 전화를
끄고 자는 관계로 나중에서야 그녀가 전화를 했던 기록을 보게 되었다. 오래되어 기억이 안 나는 데 혹시
이러 이러한 분이 아니냐고 답을 보냈더니 장난 하듯 ㅋㅋㅋ 하면서 전화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직장에서
이 텍스트 메시지를 보고서 얼마나 화가 나고 황당하더니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무례하고 왕싸가지 없는
사람이 있나 싶었다.
한주 근무를 맞추고 귀가해 샤워를 하고 나오니 그녀로부터 텍스트가 다시 날아왔다. 어디 사느냐 그리고
난 5시 30분 이후에나 시간이 난다며 이러 이러한 날에 만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대체 용무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그 옛날 그녀가 상급학교를 진학해 공부해 수료했다는 소식을 같이 근무하던 사람으로부터 몇 년
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알고도 싶고 대화도 나누고 싶다며 단도직입적으로 만나 달라는 것이었다. 오랜 평생지기인
친구 제넷에게 텍스트를 보내 이러이러한 일이 있는데 누군지 아느냐고 하니 그녀가 오래전 푼수 짖을 해서 제넷이
근무하던 직장에서 잘랐다고 한다. 그러면서 궁금한 게 왜 너를 만나자는 것이지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러지 하는 것이었다.
하여 알았다 하고 그 즉시 그녀에게 대체 당신이 내 전화번호를 어디서 얻어 냈으며 남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무례한
처신을 하느냐고 메시지를 보내고는 그 즉시 그녀의 전화번호를 블락 시켜버리고 그녀가 보낸 메시지 또한 모두
삭제했다. 난생처음 당한 이런 황당한 일은 처음이다. 그런 그녀는 누구도 아닌 한국인이다.
하여 더 더욱 화가 나고 말았다. 생각하건대 내가 현재 연방정부에 근무하고 있다는 소식을 어디서 듣고 지원하는 데
도움을 달라고 요청하려고 그렇게 무대보 적이고 무례하고 예의와 상식에 벗어나는 처신을 그녀가 하지 않았나 싶다,
나는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얼굴조차도 기억을 못 한다. 사람은 사람다운 언사와 처신을 할 때만이 누구든지 사람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항상 올바르고 정직하고 착하며 강인하게 살아야 된다.
김치를 담근 지가 몇 달 되었는지도 모르겠고 김치를 안 먹고 산 지도 몇 달인지 모르는 요즘이다.
이번 휴가에는 묵은지 한 병 윗분에게 갖다 드리고 오랜만에 김치를 담가볼까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