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시작한 지도 오늘로서 6일이 되었다. 휴가를 시작한 첫날은 퇴근길에 마켓 들려 오랜만에 김치
담근다고 아주 못생긴 배추 중간 크기로 5 포기를 사들고 돌아왔다. 돌아와 소금물에 절여놓고 샤워하고
쓰러져 자고 일어나 피로감에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없을 때는 손 다 내려놓고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
자고 자고 그러다 심심하면 유튜브 뒤져 내가 좋아하는 <한국인의 밥상, 한국 기행, 귀농 일기,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하나같이 한국 자연과 음식문화에 대한 프로들을 시청 하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즐겨보던 일일 연속극 <으라차차 내 인생> 120회를 끝으로 드라마가 끝나 손을 놓고 있었다.
가끔 한국에서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세계적인 명장 히딩크와 같은 의사한테 같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에 있는 동생 같은 나이 아래인 60세의 친구에게 회복 잘하고 있는지 카톡으로 물어보고
그렇게 지냈다.
다음날은 냉동실에 얼려 두었던 김치 양념 꺼내 녹이고 찹쌀 풀 조금 다시 쑤고 생강, 마늘, 사과, 양파,
새우젓 조금 해서 블렌더에 다시 갈고 무채 썰고 해서 맵지 않게 김치를 3병이 약간 모자라게 담가 놓고
냉장고에 넣으려고 보니 이게 뭐야 저 깊은 뒤편에 묵은지가 3병이나 있는 것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순간 도리 없다. 묵은지로 김치찌개 만들고 김치 부침개 부쳐먹고 해야 되겠다 하고 순간 생각을 했다.
도통 김치를 안 먹고 산지가 몇 달이다 보니 김치를 못 먹어 먹고 싶어 죽겠다거나 하는 마음도 없었다.
환경상 먹을 수 없는 맛나는 수많은 한국의 토속적인 음식들 <한국인의 밥상> 같은 프로를 시청하며
간접적으로 시각적으로 경험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빵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권에서 살아가니 그러려니 하고 살아간다. 미식가들처럼 한국에 사는 사람들처럼
동창이나 친구나 누군가를 만나 같이 가까운 도시로 차를 다고 가서 카페에서 커피나 맛나는 음식을 주문해
먹거나 소문난 식당을 찾아다니면서 외식을 정기적으로 하는 사람도 나는 아니다. 나는 없는 반찬이라도
친구나 누군가를 방문하게 되면 손수 정성과 마음 담아 차려주는 소박한 밥상과 음식을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구태여 분위기 좋고 화려한 식당을 가지 않더라도 정감이 넘치는 인간적인 정과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는
그런 식당의 음식이 더 그립다. 쉽게 말해 강남의 화려한 식당이 아니더라도 사람 냄새나는 곳이 더 좋다.
물론 정장을 하고 아니면 깔끔하게 하고 고급 레스토랑을 가야 할 경우 또한 따로 있다. 그러나 그것이 꼭
내 취향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고통을 받고 이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데 나 하나가 버리는
쓰레기만도 얼마이며 때론 피곤함에 요리를 못하고 썩혀 버리는 채소 같은 재료를 생각하면 선진국 국민으로서
죄책감을 느낀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만나게 된 부자 농부들에 관한 프로를 시청하게 되었다. 믿으나 안 믿으나 한국 고흥에서
커피를 온실재배로 기르고 가공하여 판매하고 손수 카페를 운영하고 바리스타를 하는 양성하는 50대 말의
한 부자 농부가 있다. 얼마나 놀라웠는지 모른다. 그 커피는 일반 스톡 벅스 커피의 두 배 값이거나 넘는다.
한 잔에 1만 2천 원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기꺼이 지불하고 국산 커피를 마신다는 것과 가장 신선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표시한다고 한다.
위에 사진에 열매는 그 집의 커피나무에 매달려 있는 커피 열매다. \주인의 말에 의하면 그리고 체험 방문을 한
사람들에 의하면 커피의 열매의 겉 부분은 몹시 달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겉 부분을 벗기면 우리가 말하는 원두
커피가 나온다. 다음은 그 커피를 어떻게 말리고 가공하는 가에 맛이 달려 있다고 주인은 말한다. 한국에서
커피가 아주 소량이나마 생산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을 못 했다. 한 번쯤은 호기심에 한국 토양에서 자란
고흥 산 커피는 어떤 맛인지 마셔보고 싶은 심정이다. 농부가 직접 재배하고 기르고 수고하고 가공해서 판매하는
커피 한 잔에 1만 2천 원 꼭 비싸다고만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우연히 <Youth/청춘> 이란 영화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영화는 이태리 감독 Paolo Sorrentino에 의하여 2015년
만들어진 영화로 70대의 두 친구 사이에 스위스 알프스 휴양지에서 클래식 음악 작곡가인 후레드와 그의 친구
믹과의 사이에서 얼마 전 서거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작위 수여식을 하는 데 참여해달라고 하는데서
시작되는 영화다.
그런데 거의 영화 끝부분에서 나는 왼 동양 여성 가수를 만나게 되었다. 순간 눈이 확 뜨였다. 어...... 혹시 이 여자
조수미 아니야? 그런데 조수미가 왼 영화에 나와 설마..... 상단의 사진 속에 장면이 그 영화의 실제 장면이다.
하여 이 영화의 배경을 찾아 나섰다. 결국 그 동양 여성 콜라투라 소프라노는 조수미이었다. 순간 놀라고 말았다.
그런데 더 뒤져보니 그 한편이 전부가 아니라 클래식 음악에 관한 여러 편의 영화에 조수미는 출현했었다. 그래미상부터
현재 59세인 그녀 수상 경력은 너무나도 화려해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20세기를 장식한 위대한 지휘자 허버트 본
카라얀이 총애하던 불세출의 그녀 대한민국의 자랑인 그녀다.
축구에 손흥민과 김민재가 있다면 한류의 정상에 BTS와 블랙핑크가 있고 클래식에 조수미와 조성진이 세계 무대에서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벌써 10월도 말일을 향해 가고 있다. 어찌 이렇게도 세월이 빠른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