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봄을 재촉하며 하염없이 내리는 비

붓꽃 에스프리 2023. 3. 17. 07:01

2주 휴가 후 돌아가서 근무하던 첫날은 악몽 그 자체였었다. 그야말로 물 한 모금 마실 시간도 없었고

숨고를 시간도 없이 바빴다. 퇴근시간보다 2시간이나 늦게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그대로

쓰러져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이틀 쉬는 동안 그저 자고 자고를 반복했다. 이게 웬일 다시 비가

매일 내리고 있다. 아직은 추위를 몰고 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번 비는 봄을 재촉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저께는 아침부터 비가 내려 그야말로 대낮인데도 깜깜절벽이었다. 하여 나는 숙주나물 세척하고

물 거르는 사이에 물에 담가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일어나니 오후 3시 그런데도 날이 흐려 깜깜했다.

비는 내리고 일어나 물에 부른 녹두 갈고 묵은지 썰고 숙주나물 넣고 밀가루 좀 넣고 잘 섞어 부치기

시작했다. 중간에 피곤 하다 싶어 다 내려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눈뜨니 오늘 아침 5시가 되었다. 다시 부엌에 들어가 남은 재료로 녹두전 부치고 기름 튄 오븐, 프라이팬, 

모든 것 세척하고 비나 내리를 밖인데도 창문 다 열고 기름질 해 나는 냄새 환기 시키고 촛불 켜서 냄새

없애고 나니 온몸이 기름질 해 냄새나 옷 다 세탁 물통에 집어넣고 샤워하고 창문 다 닫고 난 지금도 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

03-08-2023

여기까지 자판기 두드려 놓고 손을 내려놓은지 오늘로 3일이 되었다. 어저께 이번 주 마지막

근무를 맞추고 5일간 휴무하는 시작이었던 어저께는 샤워하고 피로감에 앉아 있기도 힘들어

자고 자고를 반복하다 눈을 떠보니 새벽 3시가 넘었다. 그리고 서머타임이 시작되어 일요일

새벽 2시를 앞으로 1시간을 당겨 한 시간을 덜 자게 되었 고 낯과 밤의 길이가 달라지게 되었다.

지금은 화요일 새벽 4시 42분 한국은 수요일 저녁 8시 42분이다. 오늘은 낯에 매년 하는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하러 가는 날이라 어저께 두 번이나 전화를 한 것을 두 번째 저녁에서야 내가

그쪽 전화를 받게 되었다. 환자 부담은 32만 원이 된다고 알려왔다. 알았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세상 모두가 아는 좋은 보험을 갖고도 일반 주치의가 아닌 이런 전문의를 만나게 될 경우 소히

말하는 코페이 환자 부담금 또한 높다.

한국 같은 의료혜택을 생각하기는 힘들다. 갖고 있는 보험이 좋은 보험이라 아무 데나 나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다 해도 일단 정해진 전문의를 만나는 경우 환자 부담 의료 수가는 한국

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아주 없는 저소득층으로 일 년에 천만 원 수입도 안되는 경우의 노인들

같으면 아예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다 무료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 경우 해외여행 같은 것은

제한된다. 정부에서 자금 출처를 추적하게 된다.

이런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도 한국인들은 물론 각 인종 각 나라 출신들마다 수없다. 멀쩡하게

좋은 차 타고 다니면서 모든 재산을 아들딸 앞으로 해놓고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 그리고 나 아무것도

없다고 하여 정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사람들 신체장애도 없으면서 장애자 번호판을 받아

주차할 때 악용하는 사람들 널렸다.

올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최고 주연 여성 배우는 말레이시아 출신의 중국인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에 출연한 미셜 여가 수상했다. 남우 주연상은 <The Whale>에

출연한 브랜든 후레이저가 차지하고 최우수 감독상 또한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를

감독한 두 감독 <Daniel Scheinert and Daniel Kwan>이 수상했다. 5일간 휴무하는 동안에 오스카

수상작들을 보는 것이 바람이다.

다들 최소한 2 - 3 시간 소용하는 영화들이라 나 같은 사람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딱 1시간 반이나

2시간이면 적당한 시간으로 생각하는 나로서는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아직도 인도 영화 <Black>의

여운이 강렬하게 남아 있다. 올해 내가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영화 중에 하나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번 수상작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할리우드 영화계에 아시아 출신 미국 배우들과

감독의 또 다른 이정표라고 기사 제목을 내보냈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올드 보이>의 박찬욱

감독은 이미 세계적인 반열에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현존하는 가장 훌륭한 감독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이미 전 세계 명작 중에

들어가는 영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두 작품은 영어권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한국 작품으로

명작에 들어간다. 왜 이렇게 이 아침부터 다시 비를 뿌리는지 모르겠다. 거의 한 달을 비가 두고두고

내리는 것 같다. 직장에서 만난 동료 백인 케런 도 남편하고 스키 여행을 3일간 다녀왔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03-13-2023

어저께 온종일 비가 내리더니 새벽을 지나 아침 아니 지금 밤 10시 32분 까지도 하염없이 비가 내리고 있다.

비는 내리고 매년 한 번씩 하는 초음파 검사를 하고 정기진료를 위해 심장과 전문의를 만나야 하는 날인데

순간 가기가 싫었지만 약속을 했으니 가야 했다. 운전을 하고 도착해 우산을 쓰고 사무실에 도착해 방문자

명단에 이름을 기재하고 좀 있으니 백인 여성이 들어오라고 한다.

상의를 탈의하고 누워서 초음파 검사를 한 30-40분을 했나 싶었다. 그리고 다른 진료방으로 옮겨 앉아

있으니 누군가 그린 벽에 걸린 유화 한 점이 눈에 띄었다. 좀 있으니 늘 조용한듯하면서 자상한 모습의

나의 의사가 들어왔다. 그는 한국어로 인사를 해왔고 항상 그렇듯이 나는 영어로 대답을 하고 진료하는

동안은 서로가 영어로만 대화를 하였다.

의학에 관한 한국어는 내가 알지도 못하고 설명이 불가능해 이런 경우는 부득이 영어를 사용한다고

하니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며 4개월 후 다시 만나자고 하여 초음파 비용 324불 지불하고 우산을 쓰고

빗속을 걸어 차에 도착해 운전하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너무 피곤해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심장과 사무실 벽에 걸린 유화 한 점 눈길을 끌었다.

다행스럽게도 작년에 찍은 초음파 결과와 올해 찍은 초음파 결과에 변화가 없고 오히려 작년보다

결과가 조금 더 좋다고 하여서 얼마나 기쁘고 감사 했는지 모른다. 누구라도 자기 건강은 자신이

지켜야 하고 절제가 필요한 것은 꼭 절제하고 살지 않으면 중년이나 늙은 나이 60-70이 되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질병에 시달리고 인생 말년을 고통 속에 살다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수도 없다.

지난주 우연히 유튜브를 브라우싱 하다 "불타는 트롯"이란 것을 발견하였다. 호기심에 이것이 뭐지

하고 보다 나는 아예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 결승에 오른 7인 가운데 에녹과 신성과 김중연의 노래를

밤이 새도록 몇 번이고 반복해 들으면서 개 개인이 갖고 있는 결승 무대까지 오기까지의 가슴 아픈

사연들과 그들이 살아온 인생 여정을 들으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쏟았는지 모른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나는 7인의 사연과 노래들을 다 들어보았다.

손태진의 부모님은 말레이시아에서 사업하며 살고 있고 신성의 아버지는 병환이 있어서 신성이

눈물을 많이 쏟았었고 에녹은 아버지의 병환으로 엄마가 운전사를 하였었고 김중연은 세 살 때 아빠가   

돌아가셔서 홀어머니가 갖은 고생을 다하며 길렀고 지금도 식당 일을 하고 있고 공훈의 아버지는 버스

운전사로 현재도 근무하고 있고 민수현은 아버지가 아들 뒷바라지를 9년인가를 하며 매니저로 무명의

아들을 태우고 전국을 돌아다녔고 지금도 다니고 있고 이렇게 다양한 사연들을 갖고 있으며 그 어느

한사람 쉬운 인생길을 걸어온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트로트라는 장르가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먼저 티조의 "미스터 트롯> 우승자들도 임영웅부터 김호중까지

인생역전의 승리자들이 아니던가. 하나 같이 슬프고 가슴 아픈 사연의 인생을 그동안 살아온 사람들이란

것이 공통점이다. 출생부터 입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없는 고생을 하고 자기

성취를 한 사람들도 세상에는 많다. 그리고 그 어려움을 딛고 칠전팔기를 한 불타는 트롯 7명의 수상자들이다.

밤 12시 34분 지금도 밖에서는 하염없이 비가 내리고 있다. 이런 일은 평생에 처음인 것 같다. 거의 3주를

내리고 또 비가 내리고 있다. 이번 비로 가뭄이 해갈되지는 않나 싶다. 분명한 것은 전과 달리 비가 내리면서

그리고 내리고 나서도 뼈 속을 파고드는 추위가 느껴지지 않고 하여 가벼운 스웨트 팬츠를 실내서 입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론은 겨울은 물러가고 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난 며칠은 불타는 트롯 우승자들

그중에서도 특히나 에녹, 신성, 김중연의 노래를 수십 번은 반복해 듣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우승자들의

노래들을 또 듣고 또 듣고 있다. 특히 신성의 <누가 울어> 눈물을 쏟게 한다.

김중연의 <불나비> 그 온몸으로 불사르는 공연부터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고도 남는다.

그리고 에녹의 공연과 노래들 그들의 사연을 생각하고 듣노라면 절로 눈물이 난다. 너무나도 그들 인생 여정이

애절하고 애닮아 가슴이 시리다 못해 아프다. 비가 지금 밤 12시 47분에도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작품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와 <The Whale>을 휴무 동안 보고 싶다. 아니 볼 것이다.

03-14-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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