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어 새벽 3시가 거의 다 되어가는 시간이니 시간적으로 어저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주치의를 만난 지도 거의 1년이 다 되어가 혈압 조절이 잘 안되어서 약 도수도 바꿔야 하고 해서
전화를 했다. 천만다행으로 당일치기로 예약이 가능하다고 하기에 허락되는 시간으로 해달라고
하니 오후 3시에 오라고 하여 알았다고 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시간이 아침 9시 반 검사해야 할 혈액검사 종목이 머리에 떠오르면서 그중에
하나 혈중 당 검사를 하려니 온종일 굶어야 하기에 그것도 오후 3시까지 단식도 하는 데 뭐 하고
말았다. 다행히 전화를 받는 사람이 전과 달리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서 참 다행이었다.
3시 전에 도착하니 환자 부담금 25불을 지불하란다. 지난해는 20불이더니 그것도 올라갔는지 가
장 좋은 보험을 갖고도 환자 부담 요금이 25불이니 2만 5천 원도 넘는 금액이다. 지불하고 기다리는
동안 앱으로 뉴욕 타임스를 읽고 있으니 들어 오란다. 먼저 혈액 채취를 맞추고 기다리니 착하고
늘 미소를 잊지 않는 주치의가 들어왔다.
혈압을 그동안 기록한 것을 프린트해서 갖고 간 것을 건네주며 혈압조절이 안되니 약 도스를 재조정해야
되겠다고 하니 약간 더 센 약을 처방하겠다고 해서 알았다고 하고 1개월 후 약의 효능을 재평가하여야
하니 다시 방문하라고 해서 그러마 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무실을 나설 수 있었다.
언제까지 근무할 것이냐고 물어와 내년 상반기까지만 근무하고 은퇴하려고 한다고 하니 하는 말이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잘 지내지를 못한다고 말을 한다. 건강을 쉽게 잃게 되고 쇠잔해진다는 말과 때론 쉽게
세상을 떠나기도 한단다. 그동안 수없이 들어온 말이다. 은퇴란 것이 꼭 환영할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 더 규칙적이고 절제 있는 생활을 해야 되는 것으로 인식된다.
처방전을 받고 나서 곧바로 거의 1마일반을 운전하고 이발소로 향했다. 머리가 길면 사람이 더 늙어
보이고 추하고 게을러 보여 이발 먼저 하고 약국에 들러 새약을 받아 갖고 귀가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을
했다. 이발소 문을 들어서니 수십 년 전 같은 직장에 부부가 들어와 근무한지 얼마 되지 않아 부부가
다시 상급학교로 진학하고 직장을 떠난 사람하고도 그중에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우연의 일치로 그와 나는 가끔 이발소에서 만나게 된다. 머리에 물감을 드리고 이발을 하고 있었다.
나보다 두 살인지 세 살이 아래인 그로 기억을 하는 데 하얀 머리가 많은지 늘 검은 물감을 드린다.
이발을 하고 떠나면서 악수를 청하더니 뒤돌아서 자기 부인한테 가끔 아무개 선생님을 만난다고 하니
다음에 만나거든 전화번호를 받아 오라고 했다며 우리 집사람이 한번 통화를 하고 싶어 하니 전화번호를
달라 해서 그러지 말고 당신 전화번호를 전화기에 넣어 달라고 하니 할 줄을 잘 모른단다.
하여 out of sight, out of mind 눈에서 안 보이면 잊어버린다고 이름을 잊었는데 당신 이름이 뭐냐고 하니
자기는 내 이름을 기억하는 데 어떻게 선생님은 내 이름을 잊었냐고 반문을 하였다. 이름을 넣고 저장을 해서
콜을 하니 내 번호가 전달이 되어 저장을 하였다고 하며 다시 악수를 청해 두 번째 아니 세 번째 악수를 하였다.
그 순간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그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이유는 그가 젊어서 만났던 날을 생각하며 지금의 주름지고 살이 빠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고
또 짠해서였다. 흘러간 세월 속에 그의 늙은 모습이 젊은 날의 그를 생각하니 너무 비교가 되어 내 마음이
슬퍼져왔다. 그 또한 나를 그런 모습으로 바라볼지도 모르는 일이다 싶었다. 그가 떠난 후 소파에 앉아
있던 내 앞에 손님 차례가 되어 이발을 하시 시작하는 데 그가 갖고 있는 삼성 폴더 불 폰에서 카톡 전화가
울리기 시작하니 이발사가 이발을 하며 전화받으라고 하니 괜찮다고 사양을 한다.
그리고 좀 있으니 다시 전화가 울렸다. 그가 받으면서 아 닥터 조 나 아무개요 하며 자기 몸 상태가 어떻다고
줄줄이 이야기하며 이번 한국을 갔는데 황사에 눈이 따가와 혼났다며 당료가 있는지 당료로 인해 시력검사도
해야 되니 안과를 추천해 달라며 이것저것 하여 혈액검사도 처방을 해달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무릎인지 엉덩이 고관절이 아픈지 아니면 허리가 아픈지 주사 맞고 나서는 아무 통증이 없어 한국
가서 골프도 쳤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오나 가나 그놈에 골프 타령들 뭐 폼 재기라도 되는 것인지
싶었다. 그런데 대화 내용을 보니 아직도 칠십도 안 되어 나 보다 어린 이제 60중반 정도 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늙어 보이지 싶었다.
년초 칠순 선물로 값비싼 골프채 세트를 사주겠다고 하는 것을 한사코 반대를 했다. 내 체질에 부르조와적인
골프는 맞지 않는 운동이다. 그놈에 골프 친다고 하면서 잘난척하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내 성질로는
감당이 안 되는 부류의 사람들 이다. 내 못된 성질이 직선적이고 꼴불견들을 못 참고 서투르면 다 까 새우고
마는 성격이라 내 평생에 골프는 배우지도 치지도 않겠다고 맹세를 했다. 물론 주변 친지들 다 골프를 오락으로
운동으로 즐겨 하는 사람들이다.
이발을 맞추고 약국에 들렀다. 1시간 정도 기다려야 된다고 해서 그러마 했다. 다행히 채 20분도
안 되어서 이름을 호명해 창가에 가니 약을 건네주면서 이제 \폐렴 예방주사를 맞을 때인데 하며
다음에 오면 접종하라고 해서 오늘 되냐고 하니 된단다. 그럼 기다릴 테니 놓아 달라고 하고 질문서를
작성해 건네주었다 채 5분도 안 되어서 성격도 좋은 스페인어권 여성이 방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가니 착석 하라고 하며 왼쪽 팔에 놓아 주었다.
접종 확인서를 보니 폐렴, 백일해, 대상포진 접종 세 가지가 올라와 있었다. 하여 백일해 접종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된단다. 그럼 놓아 달라고 하여 왼쪽 팔에 다시 접종하고 대상포진은 다음에 접종하기로 하고
사무실을 나와 집을 향해 운전대를 잡았다. 중간에 한국 식료품 마켓을 들렸다. 한류를 실감하는 현장이다.
우리 어려서는 한국이란 곳이 어데 있는지 미국 사람들은 알지도 못했고 겨우 전쟁을 한 나라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 시골서 미군들과 결혼해 이주해 사는 여성들의 경우 한국이 그리워 김치 만들어 먹으면
백인들이 냄새난다고 갖다 버리고 별별 수모를 다 당하며 살았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백인 여성이고 남성이고 스페인어권 사람들이나 흑인들 특히 십 대나 20-30대들을 많이 한국 식료품 마켓에서
요즘은 만나게 된다. 이들이 주로 사는 것은 테라 맥주, 과일향의 소주들, 불닭음면 같은 K-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음식들, 불고기나 갈비 양념들 삼겹살 또는 떡볶이, 김치, 김 별 별것을 다 산다. 우리가 먹고사는 것 이제는
그들도 먹고산다. 짜장면부터 온갖 매운 라면들 감히 매워 나는 먹을 생각도 못 하는 것들을 그들은 먹방을 보고
K-드라마나 영화 속에 음식들을 해먹고 산다.
시내를 나가면 앞으로 좌우로 뒤로 요즘 가장 많이 보이는 차는 단연 테슬라와 기아다. 그리고 렉서스, 혼다,
벤츠, BMW 내지는 토요타 같은 차들이다. 그리고 현대도 요즘은 많지만 기아가 더 많이 보이고 디자인에서는
이제 한국 자동차를 따라올 차들이 없는 것 같다. 한국 자동차 디자인은 한마디로 예리하고 눈에 확 들어
온다 아니 슬랭으로 쌈빡하다.
못 보던 디자인의 차들도 기아나 현대가 많고 차 색감도 짙은 회색도 아니고 그렇다고 회색도 아닌 중간 정도의
정말 멋진 색의 기아 자동차가 요즘 눈에 띈다. 해외에 사는 사람으로서 이런 변화가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느끼게
하고 갖게 하는 일이다. 한류는 잠시의 현상이 아닌 당당한 하나의 시대적인 흐름과 더불어 매일매일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젊어서 명동에서 미용사로 근무했었다고 하는 우리 이발사는 70중반을 바라보는 여성분이다. 내 머리
모양과 이발은 그분 마음 내키는 대로다. 오늘은 아예 짧게 깎아서 군대 입영하는 사람처럼 만들어 놓았다.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처음부터 마지막까지 80%는 가위로 하는 분이라 고정 단골들이 수십 리 밖에서도
온다. 그리고 다른 이발소 보다 더 비싸도 우리 같은 충성심 강한 단골들은 꼭 이분을 찾아온다. 이발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품 창작으로 보인다.
이발을 하고 나니 얼마나 속이 후련하고 좋던지 뒤도 안돌아 보고 이발비 20불 더하기 늘 아빠 헨리
살아생전부터 하던 습관대로 더도 들도 아니고 꼭 2불을 더해 지불하고 약국 들르고 한국 식료품 마켓
들려 돌아왔다. 초저녁부터 자기 시작하여 새벽 1시 넘어 발에 쥐가 나 일어나 일기장처럼 두드린
하루 일과 벌써 새벽 5시 반이다. 예방주사 두 대 맞은 어깨 자리가 이제서야 아파진다. 결근을 할까
출근을 할까 생각 중이다. 다음 주면 15일간 휴가를 시작한다.
글을 한번 올리려면 몇번을 수정해야 된다. 영어를 일상 언어로 사용하는 관계로 어순이 바뀌기 일수고
불필요한 부사나 형용사를 부치기 일수고 띄어쓰기가 가장 어렵다. 나의 한글 쓰기는 초등학교 수준의
악필이라 자판기 아니면 답이 없는 형편이다. 한글을 남들처럼 반듯하고 멋지게 쓰지 못해 때론 속상하다.
BTS J-hope이 군대를 가는 데 내가 왜 눈물이 나던지 그래 제대해서 다시 BTS로 재결합하는 날까지
기다릴게 속으로 다짐을 했다. 영어권 유튜브 영상을 보니 제이홉 군대 간다고 70대 늙은이들이 한 두명도
아니고 주루룩 주루룩 댓글을 달아 놓고 제대할 날을 기다리겠다며 서약들을 하고 있었다.
투병하는 칠십대는 BTS는 투병중에 오아시스 였다고 하고 며칠전은 블랙 핑크로 전세계 언론들이
도배를 했다. 블랙 핑크는 주로 활로우어들이 여성이고 그렇게 인기가 세계적이어도 BTS를 넘어서지
못한다고 평론이 올라와 있었다. 그래도 BTS도 블랙 핑크도 둘다 국위선양을 하는 국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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