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은퇴 신청 서류를 제출하고

붓꽃 에스프리 2024. 1. 24. 14:25

 

겨울비가 내렸다. 새해가 엊그제 며칠 전 같더니 어느덧 중순을 넘어 월말을 향해 가고 있다. 

휴가를 맞추고 출근하니 인사과에서 2년마다 있는 승진을 알려주는 일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반년 이상을 넘게 기다린 소식이다. 채 1년도 남지 않은 승진 기회를 놓치고 은퇴를 신청하고

싶지 않았다. 작으나마 매달 받는 연금 총 수령액에 차이가 있게 되기 때문이다.

휴가를 맞추고 며칠 근무하고 다시 5일간 쉬고 사흘 근무해 주고 오늘 퇴근했다. 오늘부터 이번은

사흘 쉬고 이제는 늙어 싫어하는 4일 근무를 해달라고 해서 할 수 없이 이번은 목 금 토 일 근무를

해주고 다시 4일 쉬게 된다. 그렇게 서 네 번 반복하다 다시 2월 휴가에 들어간다. 매달 5월까지

1주일씩 또는 그 이상 휴가를 갖게 된다. 그러고 나서 정부가 허락하는 날 은퇴를 할 예정인데

그 수속이 보통 까다롭고 힘들고 시간이 장기간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라 머리가 지끈거린다.

승진이 되었으니 이제는 은퇴를 신청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같이

근무하던 사람도 다른 부서에 가서 은퇴 신청을 하고도 6개월이 지나도 수속이 완료되지 않아

아직 은퇴를 못하고 있다며 케렌이 수속을 미루지 말고 시작하라고 해서 부매니저에게 은퇴

신청 정보를 달라고 하였더니 이메일 링크를 보내왔다.

7년 전만 해도 서류 한 봉투 작성해 내면 되었던 것을 이제는 은퇴 신청자가 너무 많아 온라인으로

수속을 하라고 지시사항이 되어 있어 내일 쉬는 날 일부러 직장을 가서 매니저의 도움과 함께 은퇴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려고 한다. 그래도 최소한 3개월 내지 5개월이 소요되거나 넘게 된다 하여

은퇴를 언제 하게 될지는 예측 불허다.

은퇴 신청을 하려고 하니 다들 진짜냐고 묻고 아쉬워하는 표정들 이어서 진짜라고 했다. 그런 반응을

보면서 나는 생각하기를 인생에서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것을 되뇌고 있었다.

If everything has a beginning, it has an end.

여기까지 자판기 두드리다 피곤해 잠자리에 들 때가 거의 새벽 4시가 될 때였었다.

 

 
오늘은 휴무 사흘간에 이틀째 되는 날이다. 아침에 눈을 뜨니 8시가 넘었다. 세면하고 은퇴 수속을
 
하기 위해 직장으로 출근하니 고속도로가 단 10킬로 미터도 달리지 못하고 그야말로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었다. 교통체증 없으면 반 시간이면 되는 거리를 1시간이 걸려 도착하니 그 넓고 넓은 공설운동장
 
같은 곳에 주차할 공간이 없어 돌고 돌아 제일 먼 거리에 겨우 주차하고 5층 우리 근무처에 도착했다.

컴퓨터를 로그인하고 이메일 링크에서 안내한 곳으로 가서 매니저와 함께 리뷰하고 나서 하나하나

작성해 정식으로 은퇴 신청 서류를 온라인으로 맞추었다. 직장과 이별은 6월 30일로 제출했다.

모든 증거 서류를 프린트하고 잠시나마 수속을 도와 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백인 매니저에게 하고

교육을 담당한 브리짓 사무실에 들려 잠시 인사를 나누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하늘이 짙푸르고 높고 봄을 기다리는 장미화단은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시었다. 이미 전지 작업을 해서

장미는 오솔길 양옆으로 꽃을 만발하게 피워 올릴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서 노랑 장미 한 송이 빨간 장미 한 송이가 피어나고 있어 카메라 앵글에 담아 갖고

돌아오는 길은 노천에 주차 해둔 관계로 차 안은 한 여름이나 다름없었다. 돌아오면서 고속도로에서

내려 로컬 지방 도로를 운전하면서 왜 자꾸 울컥해지는지 쓸쓸함이 가슴 깊이 엄습해 오고 있었다.

이별은 정말 싫어를 속으로 외치며 왔다. 그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사랑하는 모두를 죽음으로 잃고

살아온 것만으로도 이별은 넘치고 넘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생사 그리고 인연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필연의 이치를 누군들 거역하랴 싶었다.

누군가에게 늙은 나도 오늘은 위로를 받고 싶은 그런 날이다. 왠지 모르게 밀려오는 쓸쓸함 그리고

모두와 이별을 기약하고 돌아온 느낌이다. 은퇴를 정식으로 신청하는 서류를 제출하고 돌아오니

고독이 해일이 되어 밀려오는 느낌이다. 단 한순간도 한눈팔지 않고 살아온 파란만장했었던

시간들이 주마등이 되어 영혼 깊이 스쳐간다.

 

직장으로 은퇴 서류 작성하러 운전을 하고 가면서도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고 돌아 오면서도
 
세계적인 중국계 여류 피아니스트 유자 왕이 연주를 들으면서 참 많은 상념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가고 있었다. 한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 단연 속하는 이곡을 이 순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자신이
 
연주한 연주를 듣고 있다.

이 곡은 우리 아버지 파파 후레드가 살아생전에 가장 좋아하시던 곡 가운데 하나 이기도 하며

40년 전 손수 녹음하시고 타자를 치셔서 목록도 만드시고 하여 카셋 테입을 학부시절에 보내주신

곡 이어서 더 많은 추억들과 사랑과 이지와 지성이 함께 담겨 전해진 곡으로 가슴 깊이 영혼 깊이

다가온다. 마치 파파가 다가와 따듯한 말을 속삭여 주시는 그런 느낌으로 다가오는 곡이기도 하다.

이곡을 들을 때는 결코 파파/爸爸 후레드를 잊을 수가 없다. 라흐마니노프의 연주로 그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으면서 자판기를 두드리노라니 사무치게 그리운 파파의 모습이 뇌리에 스쳐간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 주셨던 분이고 나에게 이지와 지성이란 것을 각성 시켜주신 분이다.

돌아오는 길에 마켓을 들려 세일하는 한국산 수라상 상표 냉동 김치만두, 채소 만두와 부추 만두,

선지 해장국을 구입하고 오늘은 쿠킹을 하고 싶지 않아 마켓 안에 작은 식당에 들러 참치와 들깻잎

김밥을 구입하고 돌아왔다. 오늘은 일부러 아침을 거르고 직장을 갔었다. 아침은 거의 항상 빵을

먹고 산다. 그 또한 내가 평생을 산 문화권의 영향으로 생각한다. 때론 하루 종일 그리고 항상

한식은 싫증 날 때도 있다.

양식은 칼로리가 높고 건강에 해로운 콜레스테롤이나 지방질이나 설탕 함유량이 높아 선별해

먹고살지 않으면 안 되는 음식들이 많다. 건강을 위해서는 한식이 훨씬 좋은 음식이란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도 논할 여지도 없다고 생각한다. 은퇴 신청을 하고 돌아온 오늘 오후는 왜 이렇게

쉽게 울컥해지고 눈물이 솟구치는지 모르겠다. 같이 웃고 때론 같이 눈물을 쏟던 모든 인연들과

이별을 하여야 함이 이런 것인지 싶다.

https://youtu.be/4JVFIWKq79g?si=10vnA41GmBFxbljx

 

사람이 살아가면서 직장이든 가정이든 학교든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만나 정을 주고 받고

살다 헤어짐이나 죽음으로 인한 영원한 이별이든 참 쓸쓸하고 외롭고 슬픈 일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인생은 필연적으로 만남이 있으면 이별 또한 있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이제 몇 개월 남지 않은 직장 생활 감사한 마음으로 잘 맞추리라 자신에게 다짐을 해본다.

말로만 하는 은퇴가 아닌 정식으로 은퇴 신청서를 온라인으로 제출하고 나니 다들 이제는

진짜로 떠나는구나 하는 모습들이다. 몇 개월 남았는데 벌써부터 아쉬워 하고 은퇴전에 파티를

해야 된다고 난리들인데 부담스러워 조용히 은퇴하는 것이 나의 바람일 뿐이다. 본래 떠들썩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주변의 시선을 끄는 것은 질색이고 아주 부담스럽다.

평소에도 조용히 사는 사람이고 주변 환경도 왁자지껄한 것 자체를 싫어하여 직장에서도

내 업무에 집중하고 근무하고 커피 내려 한 잔씩 나누어 주고 무슨 일 있으면 서로 몇 마디

주고받는 것 이외는 말 많은 사람은 딱 질색이다. 수다를 쉼도 없이 떨어 옆에서 집중이

안 될 정도로 말하기를 좋아하는 직장에 동료들도 있다. 그저께는 하도 쉬지 않고 떠들어대

목소리 좀 낮추고 조용히 하라고 말을 하고 말았다.

은퇴 신청서를 제출하고 집에 돌아와 우체통을 열어보니 3월에 있는 지방선거 안내 책자가

날아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 하나는 홈리스들과 마약 같은 것으로 인한 정신병 환자들을

위한 숙소 건축과 도움을 주는 6억 불이 넘는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승인하느냐 아니냐가

발의 안으로 하나 올라와 있다. 온전히 납세자의 세금으로 이들을 먹여 살리고 치료를 해주자는

내용인데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미 지난 5년간 이미 주정부 측에서 실패하고 있는 정책을 앞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생각한다. 부결에 투표하고 싶다. 내가 피땀 흘려 일을 하고 내는 세금을 이런 곳에

사용하고 싶지 않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생각한다. 나라 임금님도 구하지 못하는 것이

가난이라고 하지 않았나 싶다.

오늘 온라인 신문을 보니 한국에서도 마약을 집안 금고에 숨겨놓고 마약 질하다 경찰 수사에문

잡혔다. 한국도 이제는 마약의 악마 손아귀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 화도 나고 슬프다.

마약은 사회를 병들게 하고 범죄율을 높이는 원인의 하나가 되기도 한다. 마약 사범은 중국처럼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 잘하는 일로 개인적 시각으로 생각한다.

새해가 된 지가 얼마 안 되는 것 같은 데 벌써 월말을 향해가고 있다. 곧 2월이 다가온다.

2월이 오고 가다 보면 꽃샘추위 3월 초 그러다 보면 4월 이 되면 꽃대궐이 되는 계절 봄이

시작되는 모국 한국의 모습이리라 생각한다.

 

'붓꽃 독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정한 세월  (5) 2024.03.01
그동안 비는 철철 내리고  (4) 2024.02.10
오늘 하루 그 에스프리  (2) 2024.01.12
겨울밤  (1) 2024.01.12
근하신년  (0) 2024.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