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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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 독백

그동안 비는 철철 내리고

붓꽃 에스프리 2024. 2. 10. 10:01

 

 
 

토요일에는 잠을 자다 깜빡 알람을 잊고 켜놓지 못하고 자다 눈을 떠보니 출근시간이 넘어 버렸다.

결근하기도 그렇고 비는 억척같이 내리고 30분 늦겠다고 직장에 통보를 했다. 그리고 아닌 게 아니라

딱 말한 30분 후에 도착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늦은 사람이 나뿐이 아니라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

골목마다 물이 철철 흐르고 지대가 낮거나 경사가 지지 않은 곳은 물이 고여 차가 지나가기에도

장애가 될 정도였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인 그저께 퇴근길도 하염없이 비가 내려 조심해서

운전을 해야만 되었다.

여기까지 자판기를 두드리다 말고 쉰 지가 며칠이 넘었다. 어저께부터 개여 햇살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화요일 수요일 아침 10시가 넘어 침대에 누워 있는 데 전화가 요란을 떨고 있어 직감이

이상해 열어보니 주치의 사무실에서 정기 진료 있는 날이라며 오후 1시 반에 오라고 연락을 해주어

알았다고 했다.

비는 억척같이 내리는 날 우산을 쓰고 사무실을 방문하니 환자 부담 비용이 25불이던 것을 30불을

내라고 하여 새해라고 올라간 것이냐고 영어로 물어보니 한참 컴퓨터를 브라우싱을 하더니 그렇다고

한다. 지불을 하고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니 한참 있으니 들어오라고 한다. 오랜만에 종합적인 혈액

검사를 위해 혈청을 하고 진료실에서 기다리니 주치의가 들어왔다. 혈압 하고도 위에 시스톨리가

조절이 안 되고 있어 그동안 약을 몇 번을 바꾸어야만 했다.

철철 비가 내리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고 귀갓길에 대형 체인 잡화 백화점 안에 있는 약국에

들러 처방전을 제출하고 30분을 기다려 약을 받아들고 다시 우산을 쓰고 건너편에 있는 그로서리 체인

마켓에 들려 바게트 빵 두 줄과 우유를 사들고 돌아왔다.

비는 내리고 춥고 피곤하고 혈액 검사와 정기적으로 굶고 하는 HbA1C - 당화혈색소 검사를 위해 굶고

가서 집으로 돌아올 때는 허기가 졌다. 당화 혈색소란 말을 몰라 구글링 해서 찾아내어 지금 이렇게

자판기를 두드리는 것이 때론 답답하다. 특히나 의학용어 같은 특수 어휘는 한국어로 모르고 영어로만

알고 알고 있어 한글 자판기를 두드릴 때는 어떻게 한국어로 표현을 해야 할지 몰라 결국은 다른 방법으로

묘사를 하는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뒤돌아 보니 한 두해도 아니고 긴 긴 세월을 한국이 아닌 이역에서 살아온 세월이 반세기가 넘는다고

생각하니 아..... 소리가 절로 뇌리에서 뱅뱅 돌고 있는 느낌이다. 어려서 한국을 떠나 칠순을 넘긴

노인이 되었다 생각하니 무정한 세월이 야속했다. 내가 오십만 되었어도 아직도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제는 모든 미련을 내려놓고 내 모든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어저께는 한국에서 어릴 적 친구가 설날이 다가오는지 설날 인사를 보내왔다. 문화가 다른 곳에서

살고 있으니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방금 한국시간 아침 8시 정도에 가장 친한 친구 중에 고대를 졸업한

친구가 일산에서 설날 안부를 전해왔다. 까까 머리때 만나 평생을 이렇게 서로 잊지 않고 안부를

주고받고 있는 것도 먼 이역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감사할 뿐이다. 이제는 서로가 늙어

안부 인사가 처음도 마지막도 건강하라는 이야기다.

간밤 쉬고 있는 데 싱크대가 꾸르륵 대더니 악취가 올라와 부엌으로 달려가 싱크대 안에 있던 두부가

들었던 풀무원 플라스틱을 들어 올리고 물을 틀어 내려가나 보니 살짝 내려가는 듯하더니 물이 올라온다.

항상 윗집에서 문제를 일으켜 이 사단을 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저녁 8시 반 더 늦기 전에 급히 늘

이용하는 수도를 수리하는 분에게 전화를 하여 부탁을 드리고 내일 수리 좀 해주십사 하니 내일 아침

7시 반에 가겠습니다 하여 한시름을 놓았다.

 
 
아침에 수도 수리공을 기다리려면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해서 알람을 켜놓고 일찍 새벽 3시에
 
잠자리에 들고 아침 6시 반에 기상을 했다. 8시가 되어서 철대문을 열어 달라고 전화가 왔다.
 
나가 리모트로 문을 열어주는 데 밖은 영상 8도라 얼마나 춥던지 옆집 할머니도 춥다 소리로
 
아침 인사를 서로 주고받았다. 한 20분인지 30분인지 걸려 싱크대 막힌 배관을 뚫고 말았다.

수돗물을 한참을 틀어놓고 한국말로 뱀이라고 부르는 길고 긴 철 줄을 집어넣어 전기에 연결된

기계를 돌려 문제를 해결했다. 얼마나 속이 시원하던지 수수료를 물어보니 60불을 달라고 하는

것을 추운 아침에 와 수고한 것이 고마워 팁으로 5불을 더 얹어주었다. 그리고 줄기 콩과 무슨

버섯이라고 한국어로 부르는지 모르는 오이스터 머쉬룸과 납작한 부산 어묵을 썰어 넣고

심심하게 볶았다.

혈압약이 하나 더 늘어나 2정을 한 달간 시험으로 위에 혈압이 잘 조절되는지 보기 위해 복용하고

있고 먼저 의사는 복용하라고 하지 않던 심장약을 하나 복용하고 있다. 1개월 후 다시 주치의를

만나 혈압약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혈액검사 결과는 온라인으로 조사해 보니 아직 올라와

있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보통 혈액검사는 항상 완벽하거나 아니면 거의 완벽에 가깝다.

먹는 음식에 항상 주의하는 편이다. 세상에 수도 없는 먹고 싶은 맛난 한국 음식들과 서양 음식들

그러나 나는 먹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거의 다반사다. 먹어서 죽는 음식은 아니지만 내 몸이 못

견디거나 소금기가 많거나 콜레스테롤 지방질이 높거나 지나치게 달아 당료의 근원이 되든 아니면

간이나 췌장을 해치거나 발암물질이 많이 함유된 음식들이 있어 모르면 모를까 알고는 먹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하여 웬만하면 간편하고 소박한 음식들 채식을 주로 선호하는 편이다.

이번에 주치의를 만나니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하여 이미 안 마신적이 거의 십여 년이 되고 단지

근무하는 날만 더도 들도 아니고 딱 한잔 125ml 정도 마시는 것이 전부 하고 했다. 무정한 세월

벌써 2월도 중순을 향해 가고 있다. 잠을 자고 있는 데 한국시간 설날 아침 7시 조금 넘어서 어데서

지진이 났는지 건물이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영어권 신문을 지금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우리

직장에서 30분 거리의 부자 동네서 진도 4.6 지진이 발생했다.

 

 
 
벌써 2월 중순이 가까워지니 얼마 있으면 3월 되고 겨울도 물러가고 봄이 저 멀리서 손짓을 하리라
 
그러면 4월 꽃대궐이 되는 봄날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 봄날 나생이 캐서 된장국 끓이고 무치고
 
두릅나물도 해서 먹고 하면 봄을 만끽하리라. 벚꽃에 노랑 산수화와 개나리꽃에 수선화와 튤립으로
 
대지는 꽃대궐을 이루리라.

아이구야 한국어를 일상에서 사용할 기회가 없다 보니 냉이가 생각이 안나 어릴적 기억속에 있는

어휘 나생이가 무엇인가 구글로 찾아보니 바로 냉이다. 달래가 왜 그렇게 생각이 나지 않는지

이것도 지금 구글링 해서 뒤져보고 겨우 봄나물 카테고리를 두드려 찾아냈다.

 

 

설날이라고 한국에서 태국에서 설날 안부 인사가 오질 않나 거제도 건너 작은 섬 칠천도에

사시는 팔순을 넘기신 형님께서 방금 전화하는 것도 카톡 텍스트 보내는 것도 몰라 아들이

명절이라고 와서 눌러주어서 전화를 한다며 소식을 전해 오셨다. 올해는 은퇴하니 한국을

방문하도록 하겠다고 말씀드리니 오면 다시 내려 오라고 하신다. 다시 통화를 하자고 하고는

짧은 새해인사를 서로 교환했다.

설날 구정인 모국의 오늘 불꽃처럼 모두들 하는 일 잘되고 평안하고 무엇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의 편지를 그리운 유년의 친구들과 모든 인연들에게

띄우고 싶은 마음이다. 오늘은 주의 첫날이다. 며칠을 두고 비가 내려 자연적으로 세차가

되어서 타고 다니는 세단 자동차가 말끔하기 그지없고 비 온후라 겨울 하늘은 높고 짙푸른

빛이다. 아침 햇살은 눈부셨고 공기는 차갑지만 시원하고 가슴과  폐부가 뻥 뚤리는 느낌이었다.

해피 뉴이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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