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휴가를 맞추며

붓꽃 에스프리 2024. 5. 10. 02:00

 
 
 

지금은 5월 9일 목요일 새벽 5시 8분이다. 이제 11일간의 올해 4차 휴가도 끝나고

오늘 내일모레 사흘간 근무하고 2주 후 5월 27일 부터 올해의 마지막 5차 휴가 그리고

이 직장에서 마지막 휴가를 12일간 다시 시작하게 된다. 그 휴가를 맞추고 3주 후

6월 29일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나는 모두 손을 내려놓고 은퇴하게 된다. 지금은

감정이 복잡하다. 주변에 사람들과 소식을 주고받지 않은지도 몇 개월이 지났거나

한 달이 넘었거나 그렇다,

그저 조용히 나만의 시간 속에서 홀로 있고 싶다. 은퇴를 함으로서 모든 일상을 천지개벽을

하는 수준으로 변화를 준비해야 되고 또 다른 시작을 하여야 하기에 은퇴 후 나태해지기

쉽고 활동 범위가 줄어듦으로써 오는 무기력감 내지는 신체적이고 물리적인 감소를 늦추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일상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요즘은 한국어로 내 의사를

어떤 것은 제대로 표현할 수 없어 군더더기 어휘를 덧붙여 설명을 해야 되기에 자판기

두드리기도 답답하다.

5월 7일 주치의를 만나고 돌아온 날이다. 참담한 심정의 하루였었다. 지난번 혈액검사

결과에서 하나 빼고는 모든 것이 정상이다. 신장기증, 간 기능, 콜레스테롤

모두가 언제나 그렇듯이 정상치였다. 다만 지난 반년 식생활 습관을 전과 달리

늦추어서 먹지 않던 육식 소고기 돼지고기를 1주일에 한번 아니면 열흘 정도에

한번, 만두, 설탕이 많이 함유된 떡볶이 소스 같은 하얀 쌀로 된 음식을 증가시킨

결과 들어도 자꾸만 잊어먹는 한국어 용어 당화 혈색소에 변화가 왔다. 5.8→ 6.0

→ 6.3 → 6.5에 도달하고 말았다.

전달 마리셀이 저도 HgA1c가 6.5라고 난리를 치더니 내가 그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주치의가 멧훠민 이란 당료 약을 처방하고 다음은 역류 식도염이라나

뭐라나라고 하는 영어로는 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 (GERD) 증상이

있는 것 같다고 다시 약을 하나 더 처방을 했다. 결론은 매운 음식과 육식

그중에서도 금지된 육류 돼지고기와 소고기, 라면 한류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닭고기도 껍질은 먹으면 안 되고 칠면조 고기나 생선과 초록색 채소, 현미

보리쌀 등으로 제한시켜야 된다. 초록색 채소라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해산물도 갑각류 랍스터나 대 왕게나 조개 같은 것은 금지된 음식이다.

결론은 불교 수도승처럼 살아야 되거나 이 세상에 맛나는 모든 음식은 금지

대상이다.

돌아오는 길에 먼저 약국체인이 영업이익 감소로 문을 닫아 건너편 약국으로

가니 줄이 장난이 아니게 길었다. 발길을 돌려 그냥 돌아왔다. 미국에서

6개월치 장기처방을 허락하는 곳은 아마존 약국뿐이라고 주치의와 상의

하니 말을 했다. 혹시 앞으로 해외에서 6개월 이상을 머물러야 할지 몰라

그런다고 하니 그렇게 말을 했다.

컴퓨터 다루는 것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영어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집으로 가자 하고 돌아왔다. 아마존 약국과 거래를 할 생각이다. 자기

환자들 가운데 세 가정이 한국을 왔다 갔다 하더니 영구 귀국을 했다며

그럴 생각이 있냐고 넘겨집어 혈육도 없고 한국도 모르고 평생을 영어권에서만

살아서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내가 어떻게 문화도 다른 곳에 가서 이 나이에 적응을 하겠냐고 했다. 그냥

여행자로 방문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했다. 은퇴하고 나중에 아이 곁으로

이사를 가야 되고 해서 집 근처 약국을 상대하면 또다시 약국을 바꾸어야

하고 해서 그것보다는 장기적으로 거래를 할 수 있는 아마존이 났겠다 싶다.

 
 
 
전과 같이 거의 90% 채식을 위주로 하는 비건으로 살아야 하는 것 이외 내가 지금

이 나이에 나의 건강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철저한 절제된 생활을

전과 같이 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건강을 위해서는 한류의 인기 품목 라면, 떡볶이와

육류는 모두 식단에서 다시 모두 퇴출 시켜야 한다.

돌아와 그 울적한 마음을 달랠 길 없어 마켓을 들려오면서 브로콜리와 박초의/청경채와

파 두 단과 국순당 막걸리 두 병을 사갖고 돌아와 속이 상해 마시고 자버렸다. 멀리 사는

친구 피터 부부와 대화를 나누고 은퇴하고 나면 지난 2월처럼 기차 타고 토요일에 내려와

일요일같이 시간 보내고 월요일 기차 타고 돌아가면 되지 않느냐고 해서 그러마 했다.

다음은 유타 주로 이사를 간 백인 친구 브렛에게 잘 지내는지 텍스트를 보내니 조카

아들이 6월 졸업해 가야 하는 데 그날 네가 근무하는 날인데 만날 수 있겠냐고 해서

은퇴 후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 있으니 새벽녘 한국시간 밤 9시가 넘어 한국에서 어릴 적

친구로부터 통화 가능하냐고 연락이 와서 장장 2시간 반을 전화를 붙잡고 두 사람이

늙는 과정이 얼마나 힘겨운지를 서로 이야기했다.

친구는 벌써 탈장 수술에 어깨 수술에 혈압약은 오십 초반부터 달고 살았고

당료 약을 먹으라고 하는 것은 대신 땀빼고 운동을 하는 것으로 대신해 더는

악화는 되지 않고 현상 유지를 하고 있다며 나 보고 너무 순진하단다. 다들

우리 나이면 혈압약 당료 약 달고들 살아 그런데 그동안 너는 건강하고 잘

자신을 관리해서 치아도 다 네 것이고 이제서야 혈액 약 복용하고 당화 혈색소가

변화가 와서 당료 초기라 약을 먹으라고 네 주치의가 그러는 것이지 한다.

요즘은 우리 나이 또래들 죽었다고 부고 오고 그래 아직 건강하니 최대한

즐기자 하고 부부가 태국 가서 겨울을 나고 오고 거기서 한국 사람들 하고

골프 치고 그러다 오는 것이란다. 우리가 몸을 움직이고 살수 있는 날도

그렇게 많지 않다며 내년 정도에 미국에 사는 두 딸들을 만나러 오던지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 며느리 손자 울산서 올라오면 셋이서 같이 맥주 마시고

그러면서 산다고 은퇴하면 바쁘게 살도록 하란다. 수화기 너머로 부인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 잠자리로 친구가 간 시간이 한국시간 밤 12시 반

이었다. 참 우리가 늙었구나 했다. 늘 젊은 사람들과 근무하다 보니 내가

미쳐 우리 세대들의 현실을 잊고 살았다 싶었다.

다들 어디가 아프고 쑤시고 수술하고 심장마비로 갑자기 죽고 다들 대부분

혈압 당료 콜레스테롤 약들을 달고 산다며 네가 지금 혈압약에 주치의가

당료 약 처방해 준 것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나이를 생각하란다. 그리고

가끔 한국어가 생각이 안 나 속이 터지면 성질이 급해 말이 빨라질 때가

있는 데 그럴 때는 말을 더 천천히 하라고 이른다.

성질 급해 말을 빨리하면 한국 같은 데서는 상대가 오해를 할 수 있고 좋게

안 볼 수도 있다며 다들 네가 영어 하는 나라서 평생을 살아 한국어가 때론

기억이 안 나 힘들어해도 이해한다며 거듭 다시 말을 천천히 하라고 친구가

충고를 한다. 물가가 너무 올라 외식하기도 전과 달리 힘들고 시장 보기도

힘들고 음식값이 만 원이 넘어가 간편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 물가를 이야기하니 거의 한국과 비슷하다고 한다.

 
 
 

5월 8일 새벽녘에 한 것은 최근에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영화 <파묘> 한편을 본 것이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두 번 이상을 보기도 하고 그랬는지 개인적인 영화의

취향이 달라서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생각만큼 가슴에 와닿지는 않았다. 가끔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경우는 있었고 영화의 구성과 이야기의 전개는 지금 생각하니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은 든다.

점심때가 가까워서 텍스트가 시카고에서 날아왔다. 형 이름이 떴다. 그런데 곧바로 사진

한 장을 보내왔는데 이게 웬일 형이 윌췌어에 앉아 있어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 중풍이라도 아니면 몹쓸 병이 걸렸나 싶어 견딜 수 없어 전화 신호를 보냈더니 받았다.

그리웠던 목소리 늘 그리운 사람 형의 목소리를 들으니 옛 생각이 떠올랐다.

가을날 우리가 함께 산책했던 숲길들 그리고 미시간 호숫가 도시를 물들 이던 노랑

단풍들과 우리가 갔던 식물원과 호숫가 윌췌어를 타고 형이 앉아 있었다. 이제 칠십

중반이 되어가는 형 그런 형의 큰 형님은 80중반에 상처를 하시고 재혼을 한 후

아직도 팔팔한 청춘의 마음이라 벤츠를 테슬라로 바꾸고 재혼을 한 노부부가 훌로리다

가서 몇 달 살고 한국 가서 몇 달 살고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황혼의 인생을 즐기고 있단다.

다 그 옛날 60년대 말에 유학을 와서 정착한 분들로 자수성가한 분들이다.

그 자녀들 모두 명문대 나와 다들 자기 전문분야에서 성공된 삶을 살아가고

손자들은 3세로 고등학교 내지는 대학교에 재학 중인 세대들이다. 3세가

한국말을 하는 경우는 아직은 보지 못했다. 우리가 함께 만난 지도 20년이

되었고 전화 통화도 20년 만에 처음 하는 것이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그 세월에 우리는 서로가 늙었고 할아버지가 되는 연령이

되었다. 손주들과 놀아주다 발에 실같이 가는 골절이 되어 치료 중 인지가

벌써 7주 차라고 한다. 그래서 윌췌어를 타고 있단다. 더하기 발가락 두 개도

문제가 발생하였고 외식하다 밥에 돌이 든 것을 씹어 치아 하나가 망가

졌단다. 그런데 첫 번째 한국인 치과의사가 발치를 하다 잘못해 다른 문제가 생겼다.

그래 두 번째 미국 치과의사는 더 나아가 치아를 여섯 개를 발치를 하는 일이

발생하였고 돌아 돌아 의사인 딸이 아는 사람이 소개하는 백인 치과의사

다섯 번째로부터 지금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음식을 먹지도 못하고

씹지도 못하고 고단백질 인슈어 음식 대체 음료만 마시고 살아와서 체중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형수님은 은퇴 후 몇 년 지내시다 무료하고 게을러져 참을 수 없어

다시 근무하시던 전문직으로 복귀해 일주일에 이틀만 근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완치되면 내가 오라고 할 테니 그때 만나러 오라고 한다. 그러며

늙어가니 한국어도 영어도 점점 더 잊어버려가고 있다고 하소연을 하며

속이 답답하고 말하기 힘들면 그냥 네가 편한 영어로 대화를 이어가라고

하기에 그래도 한국어로 대화를 하다 말이 막히면 영어로 하고 그러다

전화가 들어온다 해서 다음을 기약하고 우리는 서로 안녕을 고했다.

 
 
 

저 어마 무시한 우박이 중국 남부 지방에 홍수와 더불어 떨어져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뉴스가 올라왔다. 테슬라 유리창에 구멍을 여기저기 낼 정도로 저 큰 우박이

길거리에 세워둔 차들을 수도 없이 박살을 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천재지변은

선양 중국의 실리콘 밸리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고 남극의 빙하들이 녹아내려

빙하 위에서 사는 물개들이나 펭귄들이 몸을 들어낸 해변의 바위와 모래 위에서

있는 사진이 어저께 신문 기사로 올라왔다.

형도 그러고 다들 왜 아직도 건강한데 은퇴를 하느냐고 한마디씩 했다. 역으로 가족들은

왜 은퇴하지 않느냐고 제발 그만 좀 근무하고 다 내려놓고 은퇴 하라고 하고 의견들이

다 다르다. 나의 개인적인 결론은 내가 건강할 때 지금이 은퇴를 해야 되는 적기로 생각한다.

신체적인 조건이 바쳐주지 않고 허리 아프고 어깨 무릎 아프고 또 어데 아프고 할 때

은퇴해서는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들 만나러 갈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더 근무한다는 것은 욕심일 수도 있고 무료함에 사람들과 소통이라도 하고 싶어 하는 경우

둘 다 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덧없는 세월 벌써 5월도 중순을 향해 가고 있다. 칠레

아르헨티나 여행에서 돌아온 제나는 직장에 돌아와 근무한지 얼마도 되지 않았는데 곧

다시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돌로미테로 사진 찍는 동아리들과 함께 여행을 가고 다녀와서는

가을인지 겨울인지 동경을 들려 북해도를 간다며 한참 가대에 부풀어 있다.

후회 없이 가장 잘 살고 있다고 내가 그랬다 좀 더 있으면 여행을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세월이

될 수도 있으니 건강할 때 마음껏 즐기라고 했다. 이 순간도 쉼 없이 흘러가고 있다.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5월 중순이 되어가니 곧 6월이 되고 모두에게 안녕이라고 이별을 고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다. 사흘 근무하고 나서는 마더 테레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The Letters>를 보고 싶다. 늙는다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라면 그 자연적인

현상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제 그 많은 세월이 가고 젊음도 청춘도 다 지나가고 노인이 되어 서로들 

복용하는 것 여기저기 결리고 아프고 수술한 이야기들이나 하고 있는지 무정한

세월이 야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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