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시간을 멈출 수만 있다면

붓꽃 에스프리 2024. 4. 25. 01:44

 
 
 
 
 흘러가는 시간을 멈출 수만 있다면 멈추고 싶다. 나흘 쉬고 출근을 하니 지난주 홱스로 보낸

2차 은퇴 신청 딱 한 곳에 마크를 하지 않아서 연락을 해달라고 이메일이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벌서 4월도 월말을 향해 가고 있고 나에게 남은 시간이 2개월 조금 넘는다고 생각하니

이미 마음이 떠난 직장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는다. 만나는 사람마다 다들 서운하다고

한마디씩 한다.

그 사이에 심장병을 앓고 생사를 넘나들던 허니의 남동생이 사망했다고 주차장에서 건물을

향해 걸어가는 데 허니로부터 텍스트가 날아왔다. 이제 40 중반을 넘긴 막냇동생이 사망을

한 것이다. 이럴 때는 허무의 끝을 잡고라고 해야 되는지 싶다. 간단하게 짧게 위로의 텍스트를

보내주었다. 같은 부모 밑에서 출생한 형제가 사망을 했는데 어찌 그 슬픔을 헤아리랴 싶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은퇴를 앞두고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 것이 요즘 일과다. 기쁘지만은 않다고

했다. 한편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는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지나온 길을 돌이켜 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은퇴하면 자유인이 되어 당분간은 여유롭겠지 그러나 매일 같이

근무하며 농담도 주고받고 같이 웃고 같이 욕도 하고 하던 일상에서 갑자기 모든 사람들을

뒤로하고 다시 홀로서기를 한다는 것이 마냥 즐겁고 행복한 일만은 아니라고 했다.

뒤돌아 생각하면 언제 이렇게 수많은 세월이 흘러갔나 싶다. 어려서 와서 이제 세상적으로

늙은이 할아버지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뿐이다.

 

 
 지금은 수요일 새벽 4시 37분이다. 전 전주부터 3주째 은퇴 수속 때문에 인사과 하고의

소식을 주고받고 지시 사항을 챙겨 보내고 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다.
정부기관이라
 
개인 이메일로는 인사과 하고 소식을 주고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하여
 
쉬는 날이라고 해도 이메일을 보냈으면 다음날은 어김없이 다시 직장으로 가서 보낸
 
이메일에 대한 회답이 왔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쉬는 날 쉬고 출근해 월요일에 확인을 하게 되면 이메일이 가고 오는 데

사이가 벌어져 하루 이틀에 하게 될 일을 2주가 걸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은퇴를

언제 하게 되나 하는 것이다. 그렇게 2주를 쫓아다니다 보니 몸이 견디지를 못해

피로감에 낯에는 온종일 자고 자고 또 자고 하는 것이 전부다. 그러다 자정이 넘고

세상이 조용할 때나 자판기를 두드리거나 뭔가 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첫 번째 은퇴 수속 신청서를 제출할 때 세금 보고를 위한 서식에 마크를 해야 되는 것

하나를 빼먹고 말았다. 그것을 하나 수정하는 데 자그마치 2주가 걸렸다. 간밤과

그저께 밤 이틀 연속 쉬는 날인데도 밤 10시가 되어 직장으로 돌아가 이메일이 도착

했는지 확인을 하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근무하는 동료들을 위해 원두커피를

갈아 내려서 다들 한 컵씩 우유를 부어 섞어 건네주고 그저께는 새벽 2시에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은 새벽 1시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리아가 직접 만들어 삼양 불닭

볶음 라면 2개와 함께 건네주었다.

받아보니 불닭볶음 라면 오우 나 이것 못 먹어 이 매운 것을 어떻게 먹어 하니 리아가

하는 말이 매운 것이 아니라 이름만 그렇고 카르보나라 삼양 라면이라면서 먹어

보라고 하여서 그러마 했다. 그저께는 이메일 조사차 직장으로 돌아가 커피를 갈고

내려 나누어 주다 근무 중에 재키와 아드리안이 주문한 치킨을 먹어보라 해서 매운

소스가 발라져 있는 것 두 점을 먹고 속이 뒤틀리게 아파져 결국 텀스 두 알을 씹어

복용하고서야 속을 가라 안칠 수가 있었다.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

매운 음식은 고통 그 자체다.

일상에서 매운 음식을 거의 먹고살지 않으니 매운 음식을 조금은 남들처럼 먹어

보고 싶어도 그림의 떡이다. 세상 사람들이 쉽게 누구나 다 즐기는 음식을 먹을 수

없고 즐길 수 없는 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유튜브에서

늘 내가 즐겨보는 것은 <한국인의 밥상, 팔도 밥상>이나 중국 채널 속에 광동 지방

이나 나머지 중국 본토 대륙 각 지방 음식 다큐멘터리다.

중국과 한국 두 나라 음식 채널을 시청하다 느끼는 것은 중국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

만큼 먹는 것에 진심인 나라가 이 지구상에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 중국

사람들도 가족 모임 하는 것을 보면 거나하게 한상을 차리는 것이 늘 하는 일이다.

역시 한국 사람들도 한상 차림을 하는 것은 중국인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중국은

기름에 튀기거나 해서 요리한 것이 한상이면 한국인의 밥상은 주로 여러 가지 반찬과

국은 꼭 있어야 하는 것이 중국인들 밥상과의 차이점이 아닌가 싶다.

은퇴 수속의 1단계 인사과 행정은 끝을 맺었고 모든 서류 재검해서 그다음은 회계과로

보내겠다고 인사과 담당자 도리로부터 이메일 답장과 다른 안내문이 도착한 것을 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돌아간 직장에서 컴퓨터를 열고 알게 되었다. 참 다행이다 싶었고

감회가 깊었다. 순간 이메일을 먼저 직장에서 부터 지금까지 같이 근무하는 리아에게

보여주니 리아가 의자에 앉아 나를 끌어안고 울컥하며 뜨거운 눈물을 쏟고 말았다.

순간 나도 솟구치는 눈물을 참아야만 했다.

앞으로 이별을 해야 되는 날이 기약되어 있고 6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하게 되는

것이 확정이 되었기에 이별이 너무 가슴 아프고 슬퍼 그동안 너무나도 많은 정이든 서로의

사이이기에 리아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와 새벽 2시에 샤워를

하고 리아가 구워다 준 바나나 케익을 잘라 한 조각 맛을 보고 너무 달지도 않고 내 입맛에

딱 맞고 맛나다고 답을 보내주었다.

'집에 돌아왔고 이제 샤워를 맞추었어. 너의 바나나 케익의 단맛은 완벽하게 적당했어.

이미 나는 한 조각을 먹어 보았어. 적어도 이제는 은퇴 수속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어서 다행으로 생각해. 그러나 감정이 밀려오고 가슴 한편이 텅 비는 느낌이며 너희

모두 많이 보고 싶을 거야. 특별히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나의 딸들을 그러나 너희들과

안부 전하고 살게 될 거야. 이제 꼭 두 달 남았어. 남은 시간 근무 잘하렴."

그랬더니 리아가 답을 보내왔다.

"나 지금 울고 있어. 알지 내가 비록 말을 하지 않아도 얼마나 내가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는지를요. 당신은 내가 신뢰하는 단 몇 명 중에 한 사람이야요. 당신이 은퇴

하고 떠나면 더 이상 같은 분위기의 근무가 아니란 것을요. 그러나 당신이 좋아하고

행복하게 되는 것을 하게 된다면 나는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순간 리아의 텍스트를 읽으면서 나도 울컥하고 말았다.

"인생에는 시작이 있으면 언제나 끝이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지. 그럼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이란 특히 서로 이별을 고 할 때 아주 잔인한 거야. 특히

나는 지금 까지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많은 슬픔과 아픔을 겪었어. 그

모든 역경과 시련은 나를 강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많은 다른 사람들의 고달픈 삶

또한 생각하게 만들었어.

커피 한 잔에 담긴 정 아주 단순한 것일지 몰라도 다른 한편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

이라 생각하고 있어. 너희들 모두 뒤로 하고 안녕을 말해야 되는 것을 생각하면

나도 하염없이 가슴속에 눈물이 나. 그러나 잔인한 인생은 은퇴란 것을 해야 되고

동시에 모두에게 이별을 해야 되는 것이야. 네가 눈물을 보일 때 나도 눈물이 나서

너무 힘들었어.

어떻게 너희 같은 좋은 사람들을 뒤로 하고 떠나야 할지 싶어 그리고 안녕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안녕이란 말은 서로에게 너무 가슴 아프고 슬퍼. 지금 이

순간 나도 흐르는 눈물을 참기 힘들어. 그럼에도 나는 안녕이라고 너희들에게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고 슬퍼. 울지 마. 비록 나는 너희들 곁을 떠나도

영원히 너희들을 잊지 않을 거야. 그리고 바깥 세상에서 소식을 꾸준히 주고 받을

것이니까 위로받고 너무 슬퍼하지 마. 나도 너희들을 항상 같은 마음으로 아끼고

사랑해."

 

내일 하루 더 쉬고 모래와 글피 이틀 근무하고 나는 올해 4차 연중 휴가 11일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휴가를 맞추고 다시 2주가 채 못되어서 올해 최종 마지막

5차 연중 휴가를 12일간 갖게 된다. 그리고 돌아가 3주를 근무해 주고 내 인생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은퇴를 하게 된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아온 지나간

굴곡 많았던 세월들이다.

수없는 역경과 시련을 마주하고 세상이란 잔인한 현실 앞에서 홀로서기를 해야만

했던 수많은 세월들 그 가운데 나를 굳건히 온전한 사랑으로 붙들어 주시고 인도해

주셨던 하늘에 계신 우리 양부 후레드 내가 생을 맞추고 하늘에 간들 그 아버지의

가없는 사랑을 잊으랴 싶다. 영원히 내 영혼 깊은 심연에 살아계신 나의 아버지

후레드의 존재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처럼 한국어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려서 떠나 긴긴 세월을 영어 속에서만 살아온 나의 인생길 어느덧 할아버지 나이가

되어 칠순을 넘기고 이제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는 것을 2개월 앞에 두고 있다.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 후레드만 이해할 수 있는 내 심연의 이야기들이다. 한국에 어린 시절

죽마고우가 있음에도 이런 경우 내가 동고동락하던 동료들을 모두 뒤로하고 직장을

은퇴하며 밀려오는 고독과 쓸쓸함을 서로 긴 긴 세월 문화가 서로 다른 곳에서 성장한

사람들 그 사이에 있는 간극의 차이를 어찌 서로 이해가 가능할까 싶다.

친구들은 한국에서 자랐고 성장해 성인이 되었고 할아버지가 되었다면

나는 일상 언어가 영어요 밥 대신 빵과 파스타를 먹고사는 문화의 차이만큼

이나 가장 가까우면서도 서로 다가갈 수 없는 차이만큼 긴 세월을 다른

문화권에서 성장하고 이제 늙었고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에

서게 되었다. 그리운 얼굴들 가을날 친구들을 찾아 길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정채봉 -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 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 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A Poem for Daddy in Heaven

 

I know you can hear me

way up in heaven

because we talk

through our hearts.

Dear Daddy in heaven

I miss you every day

and I know you miss me too.

No matter how old I get

or how long you're gone,

I hear you, Daddy,

up in heaven

through the love

in my heart.

 

'붓꽃 독백'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휴가를 맞추며  (1) 2024.05.10
휴가를 시작하며  (0) 2024.05.10
흐르는 세월의 강물 따라  (4) 2024.04.17
하얀 밤에서 시작해 하얀 밤에  (0) 2024.04.13
봄비 추적이는 새벽  (1) 2024.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