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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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 독백

흐르는 세월의 강물 따라

붓꽃 에스프리 2024. 4. 17. 11:50

 
 
 

어저께 한주를 늦게 퇴근했다. 은퇴를 하려니 수속하는 것이 너무나도 복잡하고

은퇴 수속에 대하여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도 없고 직장에서 떠돌아다니는 말들은

하나같이 많은 경우 그저 낭설이었다. 지난주 매니저에게 3월에 받은 이메일로는

은퇴 수속을 책임져 해주는 인사과 직원이 정해진다고 하더니 모든 것이 함흥차사니

제발 좀 해당기관에 연락 좀 해서 알아보아 달라고 부탁을 하였었다.

이제는 모든 것에 지쳐 손을 내려놓고 싶다는 마음과 생각뿐이다. 결국 다음날 휴무

나흘을 하고 있는데 매니저로부터 Great news라면서 텍스트가 날아왔다. 인사과

하고 접촉이 되어 회신을 받았는데 곧 너하고 접촉을 하게 될 것이란 내용이었다.

더없이 반가웠다. 그리고 나흘을 쉬고 출근하니 인사과에서 나의 은퇴 수속을 담당할

사람 도리로부터 이메일이 4월 11일 날 와서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안도의 숨을 내쉴 수가 있었다.

그런데 프린트해서 보니 머리가 복잡해지는 느낌으로 서류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의료보험, 치과보험, 검안 보험은 명세서에 있는 데 롱 텀 케어 양로보험이 명세서에

없어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유고시 뒤에 남은 가족이 받게 되는 생명보험을 빼고

싶은 데 그것을 해결해야 될 텐데 일단 담당자와의 통화가 필요하다 생각했다. 그다음은

매달 주급에서 나가는 70만 원도 넘는 은퇴연금은 어떻게 배당되는 것인지도 알아야

될 필요가 있었다.

서류를 어서 빨리 리뷰해서 보내야 수속이 진행될 텐데 매니저가 일주일간 출근을

하지 않고 다음 주 화요일이나 되어야 온다고 하여 어저께 아침 부매니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 다들 퇴근한 후 나흘간 쉬게 되어 느긋하게 늦게 퇴근했었다.

퇴근하자마자 밀린 세탁물을 두 번이나 하고 나니 오후 3시가 되어 눈을 뜨기도

힘들 정도로 피로가 밀려왔었다. 결국 자고 자고를 반복하고 다 내려놓고 있는 데

오늘 오후 침대에 누워 있는 데 전화가 걸려왔다.

직감이 있어 전화를 열어보니 첫 번호가 866 이었다. 어서 본듯한 번호란 생각에

주저 없이 받고 보니 아니나 다를까 먼 중부지방에 있는 인사과 나의 은퇴 수속

담당자 도리로부터 전화가 온 것이었다.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전화 그리고 궁금한

내역을 다 물어보고 싶었던 것들을 물어보고 해결할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가 주어진

것이었다. 도리란 이름을 듣는 순간 나는 너무나도 기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테이블

앞에 앉아 그녀가 나에게 보낸 서류를 꺼내 어디에다 서명날인을 해서 홱스로 보내주어야

하는지를 같이 확인 절차를 거쳤다.

 

모든 확인 절차를 맞추고 제출한 은퇴 서류 수정할 것을 다 하고 내 개인 이메일로

수정된 은퇴연금 서류를 보내주기도 하고 1시간 반이 지나서 이메일이 도착해 새로

수정된 연금 내역서를 볼 수 있었다. 모래까지 휴무지만 오늘 밤에 잠시 직장으로

가서 서류를 마주 정리해 인사과 나의 은퇴 수속을 담당하고 있는 도리에게 보내려고 한다.

빨리빨리 수속을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 6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은퇴하려면

서둘러야 할 일이다.

이 직장에 들어갈 때도 그렇고 은퇴하려고 하는 지금도 그렇고 남들은 서류를 제출하고도

소식이 없어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모르고 있을 때 운 좋게 좋은 담당자를

만나 친절함 속에 일사천리로 일을 마무리하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다음 주 화요일 매니저가 돌아오면 6월 30일까지만 근무를 해야 한다는 것을 통고

하려고 한다. 그 이후에도 근무를 하게 되면 은퇴 수속을 재조정해야 되고 복잡해져

언제 은퇴를 하게 될지 모른다고 한다.

다들 은퇴하면 대체 일을 하던 사람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다들 물어보는 데 그럼

대소변 못 가릴 때가 될 때까지 근무를 해야 되느냐고 말을 하고 건강할 때 은퇴도

해야 남은 인생을 즐기든지 하지 죽도록 일만 해야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을

하고 말았다. 영어 표현으로 "Enough is enough" 그만하면 충분하다. 이 모든

커리어를 손에서 내려놓는다고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기쁘다기 보다 속절없이

가버린 세월 속에 겪은 수많은 슬픔과 아픔들이 솜사탕처럼 되살아나 가볍게

스쳐가는 느낌에 울컥한 느낌이다.

 

 

다들 곁을 떠나고 빈 들판 석양 노을 앞에 앉아 에릭 사티의 짐노디피 곡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 수많은 역경과 시련과 슬픔을 극복하고 여태까지 살아낸 것만도

감사하는 마음이고 싶다. 이제는 빈센트 밴 고흐의 영문 서간문도 여유를 갖고 읽고

싶고 성경도 통독하고 싶다. 그리고 좀 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그리고 그리운 사람들과

내가 어려서 다녔던 국민학교 지금의 초등학교 교정을 한번 찾아가고 싶다.

그리고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그 시절에 가장 친했었던 친구의 행방을 알아보고 싶다.

그는 어려서 교사를 하던 부모님들이 늘 전근을 다니고 해서 의사였던 그의 외할아버지

집에서 나와 함께 학교를 다녔었다. 그의 이모는 그 당시 이화여대를 들어갔던 재원이었고

그는 국민학교 교사가 되어 강화도 인지하는 어디선가 근무하고 있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조차 사실인지는 알 수가 없다. 나는 그를 지금까지 잊어본 적이 없다.

그 친구는 나에게 그렇게 그리운 사람이었다.

비가 오다 햇살이 나오다 흐리다 가랑비 뿌리다 그런 반복의 지난 한주였었다. 이제 나목

위에도 연초록 새순과 잎들이 돋아 나오고 있다. 4월도 벌써 중순이고 곧 이틀 후면 한국은

4.19 다. 4월이 가고 나면 5월이 되면 다음 마지막 달 6월을 앞에 두고 내 마음이 얼마나

또 멍을 때리게 될지 하는 마음이다. 같이 가족처럼 지내며 힘들고 기쁘고 고된 시간들을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을 뒤로하고 손을 내려놓고 내 인생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것이다.

너무 피곤해 잠시 누워 있다 일어나 한밤중에 직장을 다녀와야 할 것 같다. 가서

이메일도 열어보고 마지막으로 서류를 서명날인해서 인사과 도리에게 보내야

되기 때문이다. 그래야 은퇴가 부드럽게 문제없이 제때 가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짐노페디가 잔잔하게 흐르고 있어 마음의 평안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초저녁 7시 37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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