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지란지교를 생각하면서

붓꽃 에스프리 2006. 11. 15. 13:52

사람이 나이가 들어 갈수록 고백하는 것은 그토록 온 정성으로 키워온 자식들이
자기 둥지를 찾아서 떠나니 두 부부 외롭다는 인간적인 고백이다. 인간이란
애당초 외로운 존재가 아니던가 혼자 어머니의 탯줄을 매달고 출산의 고통 끝에
생을 부여받는 만큼 또한 인생의 완성이라면 완성인 죽음의 길을 제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홀로 가는 것이 아닌가. 이런 사실을 놓고 보더라도 인간
그 자체는 동서고금의 이름 있는 모든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지성을 빌리지
않아도 지극히 외롭고 고독한 존재임에 틀림이 없다.

 

다만 우리는 그러한 사실들을 하나의 일상으로 치부하고 골똘한 사유에서
밀어내고 살아가는 것일 뿐이다.

 

이런 가운데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동물로서 혈육만이 아닌 남과
더불어서 然을 맺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 연을 맺는 다는 것이 어데
그리 말처럼 생각처럼 쉬운 일이던가. 그리고 꼭 맞춤양복처럼 맞아
떨어져서 우리 자신들을 흡족하게 하던가.

 

유안진 시인의 명 수필 "지란지교"를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관계란 서로의
필요조건과 인생철학과 그 인식의 차이에 기본바탕을 두고 있지 않을 까.
가령 누군가 사회활동이나 정치계 입문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이 사람
저 사람을 통한 일단의 양적인 면에서 안면을 익히는 데 주력할 것이고
그렇지 않고 정적인 생활을 원하는 사람은 일정한 가시거리를 두고
양보다는 질을 따지는 인간관계를 선호하지 않을 까. 보편적인 사회
안에서의 이루어지는 인간관계의 일반적인 유형이 아닐까.

 

일단은 정직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동네 슈퍼나 마켓에 가서 맛을 본다고 어린 손자나 자녀들 앞에서 포도송이
알을 따서 먹거나 사탕을 돈도 지불하지 않고 먹거나 신문 가판대에서 지불한
이상의 신문을 양심의 가책 없이 꺼내거나 채소 전에서 바닥부터 헝클고
남에 대한 배려는 안중에도 없고 차려입기는 모델이나 기생오래비처럼
차려입고 절대로 하여서는 아니 되는 처세를 하는 부정직한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에 인생에서 만나고 싶지 않다.

 

넓은 인간적인 사랑을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이기적이고 협소한 시각으로 자기 가족과 혈육하고만 절대성을 지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더 크고 넓은 사랑을 경험하겠으며 깊고 진솔한 인간적인
사랑을 꿈꾸며 더불어서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얻겠는가? 그가 나이가
더 많든 적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문제가 되지 않고 다만 성숙한 인격체이면
된다. 순수한 인간적인 지고지순한 사랑을 성적인 에로스 사랑으로 먼저
떠올리는 경솔함과 편협한 시각이 아닌 인간적인 숭고한 사랑을 순수한
사랑과 우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순수와 넓이를 갖은 사람이면
된다.

 

그가 미남 미녀가 아니어도 된다.
다만 순수하고 소박한 모습에 단아하며 때로는 중후하게 멋도 약간은
부릴 줄도 알고 브랜드가 없는 옷이라도 깔끔하게 세탁하여서 상대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고 약간은 구겨졌어도 애교로 바라보거나 브랜드 있는
옷을 한 두벌 걸치고도 자랑하지 아니하고 씨익 웃음을 지어 보이는
여유와 상대를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씀씀이면 된다.

 

말을 아끼는 사람이면 된다.
말을 할 때면 상대에게 독이 될지 상처가 될지 아니면 위로와 따듯한
배려가 될지 생각하면서 말을 하면 된다. 생각 없이 턱하니 말을 내어
뱉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후회하는 어리석음이 아닌 상대를 늘 배려하는
입장에 서서 말을 아끼는 마음이면 된다.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뒷감당도 못하는 것이 아닌 양보다는 질로서
자신의 일생에 진솔한 애인 같은 친구 한두 사람이나 서 네 명과
기분과 일상의 변화에 따라서 연락하고 소식을 주고받지 않고 일상의
희로애락 가운데서도 늘 잔잔하게 상대를 사색 속에 기억하고
하나의 그리움으로 간직하고 살아가며 불현듯이 그리운 날 부담 없이
전화를 주고받으면서 그리우면 그립다고 말을 하고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으면 부담 없이 할 수 있으면 된다.

 

기회가 되면 언제고 같이 단거리라도 전화 한 통으로 마음 담긴 따듯한
대화를 주고받고 만나서 부담 없이 여행이나 산책을 나서거나 산을 오르는
여유와 일상의 낭만과 여유를 서로 아는 정도면 된다. 그리고 차 한 잔이나
커피 한 잔을 테이블 앞에 놓고서 많은 이야기 없어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면 교감이 오가는 모습이면 된다.

 

때로는 일상의 고됨과 부대낌이나 외로움과 고독에 힘들어서 울고 싶어
할 때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친구라면 가볍게 어깨를 껴안아 주거나 어깨를
빌려주는 순수한 마음이면 되며 그런 모습을 유치찬란하게 바라보지 않는
마음이면 된다.

 

세속적인 물질과 부예 눈이 지나치게 어둡거나 노예가 되지 않을 것이며
불편하지 않을 만큼만 부지런함으로 일상을 지키고 친구와는 남자든
여자든 돈 거래를 없을 것이며 가난한 친구를 보면 따듯한 눈빛으로
보듬어 주고 돈 있는 부유한 친구를 보면 질투하거나 시기하지 아니하고
그런 친구를 아첨이나 위선이 아닌 진실된 마음으로 바라보며 그 성공을
함께 기뻐하는 마음이면 된다.

 

자신의 이익을 구하고자 남을 비방하거나 헐뜯지 아니하고 모함이나
음해를 하지 않고 정당한 노동과 노력으로 성취하는 마음이면 된다.

 

때때로 아름답고 좋은 것을 보거나 발견하면 그를 생각하고 항상
지혜롭거나 옳지는 않다 하여도 교만하지 아니하며 가능하면 잘못을
인정하고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아니하며 최소화시키는 마음이면 된다.

 

마지막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 신의를 소중하게 여기며 달면 먹고 쓰면
뱉는 가벼움이나 불성실함이 아닌 최소한의 예를 갖추어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면 된다. 우정은 온유하고 진솔하며 약간은 잃는 듯이
사는 마음으로 친구를 생각하는 우선됨이 앞서며 자신에게 정직한
그 모습 그대로 친구 앞에 언제나 설 수 있는 상록수 같은 일편단심
변함 없는 진실과 들꽃 같은 풋내 나는 향기를 지녔으면 된다.

 

늙어가면서도 강인하게 그러나 내적으로는 부드럽고 따듯한 마음의
순수와 동안으로 살아가는 맑은 영혼이면 된다.

 

누군가 먼저 죽거든 따듯한 두 손으로 그 마지막 침대 곁에서 두 손으로
손을 잡아주는 진실한 우정과 인간애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