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나서 한 생애를 살아가는 동안에 과연 얼마나 많은 오고가는 사람들과 인연을 만나고 또 헤어지고 할까. 수 백 명부터 수 천명까지 그 숫자가 될까 싶다. 그러나 과연 몇 명이나 과연 우리가 사랑하고 싶고 아껴주고 싶고 마음을 진실 되게 나누고 싶은 만남이고 인연일까.......
각 개인의 모양새는 물론 성격의 색깔과 성장배경도 다 다른 차이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제 19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아무르 강가에서" 같은 깊은 사유가 들어있는 시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분명히 아름다운 영혼 한 두 명 정도 가슴에 품고 싶거나 품을 수 있는 그 누군가 있다고 생각한다.
구태여 가을날이 아니더라도 꽃보다 아름다운 인연은 가만히 눈을 감고 고요 안으로 침잠하다보면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발길을 돌리는 그 누군가는 있다. 그가 바로 그리움을 쌓아 올려주는 아름다운 만남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우정을 나누고 인간적인 정과 사랑을 주고받는 방식도 당연히 다르리라. 성격과 가치관 따라서 성장한 문화배경 따라서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인연을 만나는 장소도 공간도 참 다양하다 하겠다. 학창시절이 있다면 사이버도 있는 첨단시대가 되었다. 옛날 같으면 편지를 한 번하면 한 달이나 되어야 그 손때 묻은 회답을 바다건너에서 받을 수가 있지만 요즘은 출근하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수억 만리나 수 천리 밖에 사는 인연들의 숨결과 손길이 묻어나는 글을 따끈따끈하게 대할 수 있는 첨단시대에 살고 있다.
서로가 즐겨듣는 음악을 CD에 담아서 마음 담아 보내는 것은 물론 말없는 몇 줄의 글이 전해주는 깊고 깊은 향기 가득한 영혼의 울림을 만날 수가 있다. 빈 들녘을 혼자 산책하는 일상의 취미라면 취미를 갖고 있는 서로 얼굴도 모르는 그를 만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어느 날 단 하나의 문구에 서로가 서로의 취향과 사유의 깊이를 본능적으로 감지할 수가 있었다.
그리움이 짙게 배어 나오는 그가 남긴 문구 하나를 도저히 더는 묵과할 수가 없다는 생각에 간단히 몇 줄의 글과 전화번호를 메일로 보냈다. 그리고 그 밤 우리는 처음으로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그저 오랫동안 함께 하여온 그런 인생의 벗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불현듯이 그리움이 밀려오는 날에는 수화기를 들어 손이 닿기에는 너무나도 먼 곳에 거주하고 있는 인연과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때론 들길과 강가를 걷던 이야기며 모네부터 샤갈까지 피아노 소나타 부터 냇킹콜 까지 우린 주고받으면서 아름다운 인연 하나 쌓아 올려 오랫동안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함께 평행선으로 흐르는 우화의 강을 하나 만들고..............
침묵으로 말없는 말속에서 아주 깊고 향기 있게 서로의 내면을 채워주는 빈 들녘과 솔잎향기 가득한 숲 속의 오솔길을 함께 사색하며 산책하는 마음으로 때로는 어느 카페에서 커피 한잔이나 차 한잔 앞에 놓고 쵸코렛 쿠키를 입안에서 오물거릴 때 소화 효소가 배어 나오듯이 그런 효소 역할을 서로에게 조금씩 그러나 천천히 굳게 우화의 강가에 다리를 놓자고 하였다.
그가 평소에 즐겨듣던 곡들이 정성어린 CD에 담겨서 몇 일전 날아왔다. 그 CD를 들고 출근하면서 듣고 있자니 어느 채플에 들어가서 홀로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마음이라면 어울릴 그런 내용들의 정성어린 선곡된 곡들이 가슴을 촉촉이 적시고 있었다. 곡 하나 하나를 그가 마치 불러주는 것 같은 느낌에 감동 그 파고의 높이는 출렁이고 있을 때 그로부터 작은 이메일이 왔다.
별이 반짝이는 밤인데 이쪽에서 보낸 CD에 담긴 Dana Winner의 "Starry Starry Night"을 듣기에 좋은 밤이며 보낸 두 권의 책 법정의 "오두막 편지'와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 "위안"을 다정한 부부가 서로 읽고 싶어하는 마음이라며 고맙다는 말을 옆에 있는 사람이 전하여 달란다는 전갈이 담겨 있었다.
겸손한 마음을 읽어 낼 수가 있어서 편한 사람...... 수화기를 드니 같은 시간에 같은 사유의 숲에서 서성이던 마음... 같은 정신적인 내면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어 서로를 가득 채워 줄 수가 있어 서로가 기뻤던 순간들............말뿐이 아닌 실제로 말과 행동으로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이끌어내는 지혜를 갖고 있는 마음..... 서로가 마지막에 굳게 공감한 것은 우리 인생에는 지극히 높은 학위보다 더 소중하고 한 순간에 그 학위도 미련 없이 팽개칠 수 있는 사건이나 일들이나 우리가 살아가고자 하는 진정한 삶의 편린들이 많다는 화두였다.
말없는 침묵 속에 고요가 더 깊고 때로는 더 무섭고 더 힘차다는 것을 강조하며 들어내놓고 요란을 떠는 우화의 테이블을 만들지 않고 잔잔히 단아한 모습으로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배려하고 쌓아 올리는 인연만이 성공적이고 서로에게 일상은 물론 내면의 충만한 기쁨과 위로와 기쁨과 용기와 삶의 활력소가 깊이 있게 될 수가 있다는 사실과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금기사항처럼 지켜주어야 한다는 것으로 대화가 이어졌다..
이런 아름다운 영혼을 만나게 되면 길거리를 가다가 쇼윈도 안에 좋은 것을 보거나 아름다운 정경을 보아도 골라서 보내주고 싶고 함께 나누고 싶어지고 갤러리로 야외음악당으로 어느 카페로 함께 가고 싶기도 하고 때론 지독한 외로움이나 고독이 가슴 시리게 밀려오는 Scotland의 어느 최북단 겨울바람 불어오는 그런 섬으로 같이 여행을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는 그에게 Ray Charles와 Cleo Laine이 함께 부른 째즈풍의 "Summertime".....Nat King Cole의 "Mona Lisa, Too Young, Fascination", Nat King Cole 과 그의 딸이 함께 부른 곡 "When I Fall In Love", Andy Williams의 "Moon River, Love Is A Splendid Thing" Duke Ellington이 부른 "Autumn Leaves" 양희은, 김범수, 김광민, 이은미 이동원, 이문세의 노래들과 Englebert Humperdinck가 부른 "Spanish Eyes, Please Release Me" Louis Amstrong의 "What A Wonderful World"등 수 많은 건전하고 감미로운 곡들과 그가 좋아하는 피아노 소나타 곡들을 들려주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에게 Bee Gees곡 중에서 "How Deep Is Your Love"와 70년대의 히트곡으로 막을 내리면서 그의 잔에다 포도주 한 잔을 채워주고 정찬을 나누고 다음 날 비행기 트랩에 올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아름다운 인연은 꽃을 가꾸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정성이 담긴 관심, 희생, 헌신 배려와 깊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는 지속적인 서로에 대한 관심표명과 높고 낮은 파고가 없는 유연하게 흐르는 마음과 마음의 흐름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정성을 쏟고 가꾸는 만큼 인연의 나무는 자라서 새싹을 틔우고 연초록의 입으로 옷을 입히고 꽃을 피워내는 과정에 이르며 열매를 아름답게 맺어 땅에 떨어져서 다시 싹을 틔워서 다른 아름다운 인연의 나무들을 여기저기에 세워서 좀더 우리가 살아가기에 아름다운 세상과 주변환경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Angelo Branduardi의 곡들을 그에게 들려주고 싶다.
오늘도 그가 보내준 음악 안에 존재하는 채플로 걸어 들어가 홀로 경건히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엮어가고 싶다. 그의 손길을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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