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 독백 - 9월이 저만치 가는 길목에서 미로에 들어가다

붓꽃 에스프리 2007. 9. 17. 06:31

쉬카고 교외의 가을 10월 어느날 숲의 정경

 

9월이 저만치 가는 길목에서 미로에 들어가다

 

패티김이 되차게 불러주는 노래 “9월의 노래초우가 아니어도 또는

감성 깊은 째즈 가수 나윤선의 음성으로 듣는 초우나 흐느끼는 듯한

김재성의 통기타 연주의 감미로운 음성으로 감상하는 초우"가 아니어도

어느덧 9월도 저만치 가 우리 동네에도 이제는 가을이 성큼 다가와 실내온도가

화씨 70 - 80도를 상회하여 지내기가 딱 좋은 날씨가 되었다. 계절은 어김없이

그렇게 찾아오고 여름날은 등을 떠밀리어 저만치 이제는 떠나가고 있다.

 

가을이란 계절을 생각하면 첫 번째로 단풍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모국의 단풍이 울긋불긋 하다면 우리 동네나 형이 사는 쉬카고의 가을은

온통 노랑물감을 부어 놓은 듯한 가로수와 숲의 정경으로 단풍이 들면

가을이 모든 이들의 가슴 가슴과 발걸음과 옷가지에도 스며들어 나래를

펴고 가을을 마음껏 물들일 것이다.

가을은 많은 추억과 문학과 예술과 수 없는 사람들의 추억의 언저리에
서성이는 계절이 아닐까? 그 중에서도 특별히 가을의 시인으로 불러도
그 이름이 무색하지 않을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가을날을 우리는
빼놓을 수가 없다.


가을날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
)하소서
이틀만 더 남국(
南國)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독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들 사이로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매일 것입니다.


감사와 구원의 기도 이와 같은 서정을 한 조각 정도 가슴에 지녀도 좋은
계절이 아닐까? 감성과 막연한 그리움과 인생을 반추하는 사색의 계절이라면
또한 많은 눈물을 영혼 깊은 곳으로부터 그 어느 계절보다도 불러내는
계절이 아닐까 싶다.

눈물이란 어휘를 어리석은 사고와 가치관의 정형화로 특별히 여성의
전유물 내지는 나약한 자의 소유물로 치부하는 어리석은 영혼의 화석화가
얼마나 슬픈 일이며 인성을 메마르게 하는 지는 특별히 오늘날과 같이
인성을 지극히 말살 당하고 있는 현대문명 사회에서는 더욱이 더 정형화된
인물상의 기준이나 문화적인 남성상으로 하여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때로는 고정된 사고의 틀이나 문화적인 몰 이해로 자기 감성을 제대로
표현내지는 풀어내지 못하는지 모른다.

그런 부정적인 요소들이 때론 스트레스로 변질되어 내면에 쌓여 때론
가족구성원과 주변인물이나 사회를 향하여서 결과론을 두고 볼 때에
잘못된 방법으로 표출되어 그런 문제들이 가정불화 내지는 인간관계나
기타 사회문제를 발생시키는 충분한 작은 보이지 않는 요인들이 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 까?

우리들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그 자식들 낳아서 기르시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남몰래 그리고 자식들 모르게 때론 고독하고 외로우셔서
때론 삶 그 자체가 고통스러워서 절망과 좌절과 시련 위에 흘리셨을까?
그리고 부모가 되어 살아가는 현실 앞에서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기쁨과 슬픔과 고통과 번민의 눈물을 쏟았을 까?

 

어제 저녁에는 멀리 국경넘어 캐나다에 사시는 우리 아버지 파파에게

전화를 드렸다. 몇 일전 자식에게 먼 10월초면 먼 외출을 4개월간

하시고 돌아오신다고 늘 어디를 가시면 아들에게 편지로 소식을 알려주고야

떠나시듯 소식을 알려오셔서 직장생활하며 게을러진 아들이 전과 같이

매달 아버지에게 편지를 드리지 못하니 대신 전화로 소식을 주고 받을

수밖에는 없어 드리니 어머니가 받으시더니 아버지 파파를 바꾸어 주신다.

 

언제나 다정한 아버지 음성 다가오시면서 아들의 이름을 먼저 부르신다.

잘있니…………”

………파파 저 잘있어요. 가시면 편지 주셔야 해요….”

그래 알았다. 그런데 주소를 다시 적어라…”

파파, 먼 외출에서 돌아오시면 4월 부활절 주간에 파파 생신에 제가 휴가

내서 갈게요. 그리고 아버지하고 같이 아버지 생신 날 지키고 있다 올게요.

동생들도 저도 다 멀리 있고 누군가는 아버지 생신 날 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혼자 보내는 생일은 외롭고 쓸쓸하잖아요. 목사님 초빙은

하셨어요?”

 

아 그래 모셔왔다. 설립자이셨던 분을 다시 모셔왔다

각 교회들이 목사님 초빙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구나.”

파파, 어머니 생신이 10월인데 가시면 어머니께 생일카드 보내드릴게요.”

예야, 지금 네 마음으로 충분하단다. 그럴 필요 없다.”

파파, 안돼요그건 아버지 파파 생각이시고 어머니 서운하세요.

보내드릴 테니 그리 아세요. 매년 보내는 것을 왜 중단해요. 오늘은 전화가

왜 이렇게 감이 나쁘지요. 일기불순으로 그런가 보아요.”

그래 여기도 날씨가 이젠 서늘하단다

파파, 그럼 다시 전화드릴게요……언제나 사랑해요.”

그래 나도 언제나 너를 사랑해 잘있거라

 

이렇게 대화를 하고 나니 그리운 아버지 파파가 가슴에 파도처럼 밀려와

격랑을 일으키며 순간 목울대가 뜨거워져 천장을 잠시 바라보고 말았다.

눈물이 솟구치려 해서 억지로 참고 말았다. 언제나 내 가슴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촛불로 자리하고 계신 우리 아버지 파파를 생각하면 나는

늘 한국인들과 비교하게 됨을 어쩔 도리가 없다. 피의 혈육을 확고부동한

성채로 자신들의 가슴에 높이 아주 높이 쌓아놓고 철저한 배척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늘 읊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것이 아마도

일반적인 한국인들의 사고의 범주일 것이다.

 

우린 다 죽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럼으로 존재한다



Vanessa Bell - English Painter, 1879-1961
Wife of art critic Clive Bell.
The elder sister of Virginia Woolf,
The daughter of the prominent Victorian writer Sir Leslie Stephen


버어지니어 울프 그녀의 언니 배네사 벨이 20세기를 장식한 화가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워낙 그녀의 여동생 버어지니어 울프가
영문학은 물론 세계 문학사에 금자탑을 쌓은 관계로 그 유명세를 덜 탄 듯 하다.

가문의 내력이랄까 버어지니어 울프 그녀의 아버지도 저명한 작가였었다.
버어지니어 울프를 생각하면 한국문학의 낭만주의 시인 박인환이 그녀를
기리며 쓴 명시 <목마와 숙녀>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시를 쓴 박인환도, 버어지니어 울프도 그녀의 언니 20세기를 장식한
여류화가 배네사 벨도 모두 영원으로 떠났다. 다만 인생은 짧아도 그들의
문학정신과 예술혼은 영원하다.

보통 시민들인 우리 자신도 주어진 생이 다 하는 날 그렇게 모두 다
세월과 영원 속으로 스러져 간다.



Vanessa Bell - Helen Dudley circa 1915, Tate Gallery, London, England

 


영국의 철학자 버틀란트 러셀을 하바드에서 잠시 만나 사랑을 나누었던

쉬카고 산부인과 딸 헬렌 더들리의 초상화

 

기른 정이 낳은 정보다 훨씬 위대하고 성숙된 사랑임을 어찌 알랴 싶은

사람들을 생각할 때마다 영원한 사랑과 배려란 심원한 화신으로 다가오는

한국인이 아니신 우리 아버지 파파를 생각하게 된다. 일생 동안 베풀어주신

사랑과 배려 그리고 그 영원한 변치 않는 자식사랑 한 영혼을 거두어

자신의 가슴에 담고 살아가시며 가꾸고 가꿔 한 인격체로 사회로 내보낸

손길은 가을만큼이나 깊은 인생의 감각과 깊이를 갖고 있다.

 

감사의 계절 가을이 아니던가.

일생동안 잊을 수 없는 인생의 영원한 스승이요 사랑이신 두 분 양부 파파와

모국에 계신 유년의 은사님 아버지라고 모국어라고 부를 수 있는 유일한 분을

이 가을에 가슴 갈피마다 담고 싶다. 영원으로부터 영원까지 진심으로 부어주신

모든 사랑과 인도하심을 감사하며 추억하는 가을이고 싶다.

참사랑이란 이런 것이리라.....

절대적인 조건없는 아가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