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6일 쉬고 직장으로 복귀하는 날이라 세탁 좀 하려고 하니 위층에 사는 브리나가
세탁물을 두통이나 갖다 놓고 빨기 시작하더니 세탁이 끝나고 건조기에 집어넣어야
하는 시간에 나타나지도 않아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어 전을 부치기 시작하고 김치
부침개 준비를 했다. 그래도 브리나 세탁이 끝나지 않아 뒤란에 옆집에서 떨어진
낙엽을 쓸고 풀이 몇 개 콘크리트 사이에 삐죽 나와 뽑고 깨끗하게 정리를 했다.
그리고 들어와 간밤 냉동실에 두었다 밖에 내놓고 해동시킨 신무 생채, 해물 모둠,
총각김치 먹고 남은 김치 국물, 양파, 다른 음식 해먹을 시간도 없고 마음도 없어
타코에 넣어 먹는 실란트로를 어떻게 할 수 없어 썰어 넣고 부침개 준비를 했다.
그러고 나니 냉장고가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필리핀 채소 비러 멜론을 사다가
오래전 같이 이번에도 며칠 귀찮아 손 놓고 있다 결국 곰팡이 피기 시작해 버리고
말았다. 부침개 부쳐 직장서 퇴근해 돌아와 출출할 때 먹으려고 부쳐놓은 부침개
맛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웬만하면 기름질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기름질 하고
나면 사두 사방으로 튄 기름 닦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다. 오븐 석쇠는 물론
오븐 위도 주변도 닦아야 하고 일이 태산이다.
부침개 다 부치고 그릇 다 세척하고 방에 냄새나 환기시키고 샤워하고 이제
세탁하고 있다. 세탁이 끝나면 좀 자고 느지막하게 출근해 근무하고 내일은
근무 날인데 모래 근무가 있다. 그런데 모래 아침에 아이가 졸업을 하게 되어
며느리 아이하고 아침 일찍 가야 해서 내일은 결근하기로 3주 전에 직장에
미리 통고했다. 그러다 보면 24일 로셀 결혼식에 참석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이달 한 달 6월도 다 가고 7월이 시작될 것이다.
조이는 다른 도시로 전근 가고 EJ는 직장을 5년 근무 후 다른 직장으로 옮겨
간다 해 직장에서 송별회를 한다고 난리도 아니다. 직장이란 곳이 오고 가고다.
하여 너무 지나치게 마음을 주고 하면 때론 떠나게 되면 공허감에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지라파는 다른 부서로 옮겨 가고 얘들아 나는 아무 데도 안 간다.
곧 내년에 은퇴할 것이라서 가만히 지금 있는 위치에서 묵묵히 근무하련다
하고 말았다.
절대 적을 만들면 안 되고 절대로 같은 동료에 대하여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면 안 되고 설령 마음에 안 들고 싫어도 싫은 기색을 얼굴에 나타내지 말라고
늘 새로 오는 젊은 직원들에게 하는 충고다. 그렇지 않으면 직장생활 제대로
못한다고 그리고 늘 협동심이 있어야 하고 누가 바쁘면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도와주고 그래야 한다고 말을 한다.
하늘은 높고 푸르고 햇살은 눈이 부시고 미풍은 불어와 피부를 살포시 감싸며
스쳐간다. 아침나절 KBS에서 방영하는 연속극 <으라차차 내 인생 40회>를
보고 매회가 끝나고 나면 다음회를 목이 빠져라 기다릴 정도로 이 드라마가
나에게는 너무 재미있다. 줄줄이 개봉되는 영화들은 또 시간이 좀 흘러야 보게
되리라 생각한다. 현재 가장 보고 싶은 영화는 <브로커, 범죄 도시 2> 그리고
베를린 영화제 수상작 스페인 영화 <Alcarràs>다.
한국 드라마를 보면 어떻게 그렇게들 연기를 진짜 럼 감정 표현부터 잘하는지
싶다. 시간이 되면 오드리 헵번이 연기한 60년대 영화 <파계>를 보고 싶다.
내 어린 시절 기억 속에 너무나도 유명했던 영화다. 한일 선풍기를 꺼내 미풍으로
켜놓고 있다. 온 세상이 고요하니 너무나도 좋다.
이럴 때면 열린 침실 문 사이로 아빠 헨리는 책을 읽으시고 요가를 하시다가는
꼭 예야 우리 커피 한잔 하자 하셨다. 그러면 나는 얼른 커피를 내려 아빠하고
같이 마시고 아빠도 나도 낮잠을 자곤 했었다. 세상에 없이 착하셨고 학구적인
학자 이셨던 헨리 아빠 이셨었다. 1년 365일 어느 하루 안 그리운 날이 없다.
유튜브에서 좋은 오케스트라 클래식 공연이 있으면 찾아드리면 좋아라 즐기셨고
그러면 나는 또 다른 일을 하고 그랬었다. 그러다 같이 외출을 해 장거리
드라이브를 가고 저녁 늦게 돌아와 식당을 들려 저녁식사를 하고 오던지 집에
돌아와 요리를 하던지 그렇게 우리는 행복하게 살았었다. 그리고 어느 가을날
내가 퇴근 후 내 품에 안겨 돌아가셨다. 나는 통곡에 통곡을 하고 말았다.
그래도 내가 그리워할 수 있는 아빠가 계시다는 사실을 행복하게 생각한다.
아빠는 내 소망대로 살아생전에 아빠에게 늘 말씀드린 대로 내 품에 안겨
먼 여정을 떠나 돌아가셨다. 오늘은 햇살이 너무 강해 똑바로 바라보기도
힘들다. 위층 사는 브리나는 에어컨을 켜서 에어컨에서 물이 밖으로 떨어진다.
세탁물 건조해 다 개어서 옷장에 넣고 청소기 돌려 온 집안 구석 구석 다 청소하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하다. 직장서도 주변 정리가 끝나야 근무를 시작하기 때문에
내가 근무하는 날은 다들 안다. 어지럽히고 더럽게 사는 꼴을 집이고 직장이고
성격상 못 본다, 내가 손수 다 치우고 정리해야 직장 같으면 일도 시작하고 집
같으면 자던지 영화를 보던지 공부를 하던지 책을 읽던지 한다. 내가 자라난
환경이 그랬다. 파파 후레드와 아빠 헨리도 깔끔하시기가 말도 못했었다.
나도 그런 우리 아버지들을 닮았나 보다.
이제 다 요리하고 세탁하고 청소하고 하였으니 잠을 좀 자야 되겠다.
Louis Armstrong - What A Wonderful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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