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밤은 그리고 어저께 새벽에는 아이의 졸업식을 생각하니 그 아이와 함께
지나온 파란만장한 지난 10년이 스쳐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한국말로 감정이
복받치는 그런 날이었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도 며느리 아이의 친정
아버지도 다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 모진 세월을 우리는 절망하고
좌절하고 우울과 슬픔 속에 살아내야만 했었다. 추운 겨울 그 큰집에서 샤워를
하려면 한 10분은 물을 틀어놓아야 뜨거운 물이 돌아 샤워를 할 수 있었다.
사생활이라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보편적인 세상 사람들이 겪지 않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내야만 했었다. 그리고 얻은 아이의 어저께 졸업식이라서
아이는 전날 친구들하고 진탕 졸업 축하 파티를 하고 나는 잠을 못 이루었던 날이다.
이제 아이가 우등으로 명문에서 전문과정을 맞추고 학위를 받게 되어 감회가 새롭고
이제 내 어깨의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다.
아이 부부와 함께 캠퍼스를 걸어 나오면서 문득 젊은 날 남들이 모두 가고 싶어 하는
지금도 세계적으로 인정해주는 유명한 학부에 입학하고도 방을 얻을 돈이 없어
포기하고 그 어마 무시한 철대문을 걸어 나와야 했던 날들이 떠올라 애잔하게
내 가슴 한편이 아파왔었다. 정말 정말 내가 원하던 그 학교 졸업장 이었다.
그러나 인생유전 끝에 나는 공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어야 했었고 남들은 4년이면
과정을 6년 반 만에 혼자 졸업식을 맞추고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서럽고 외로움에
엉엉 울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남들은 한번 가는 학부를 두 번이나 가고 학위를 두 개나
받고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싶다.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한 시간씩 운전하고 가서
야학에서 공부하고 하여 그 고생 끝에 지금이야 남들 보다 몇 배의 보수를 받지만
그런들 내가 은퇴 후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 할 일 없고 손 벌릴 일 없지만 사람 사는 것
누구라도 평안하고 건강하고 행복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부호인들 억만장자인들 하루 세끼 먹고살지 일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면
먹고 배설하고는 인간이면 누구라도 다 같은 것이기에 진정한 삶과 존재의
의미는 내 안에서 나 스스로 찾아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건강도 행복도
다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말을 하고 싶다. 이 순간에도 병상에서 고통받고
존엄성 없이 식물인간처럼 사는 수없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들이 수백만 불씩
국민 세금을 사용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 한 사람이다.
어떤 것이 옳은지는 개 개인의 시각과 가치 관애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내 아이가 힘들 때 옆에서 묵묵히 그 아이를 아껴주고 뒤에서 인내하며 믿어주고
밀어준 며느리 아이에게 그동안 수고 많았고 하여 감사하다고 어저께 졸업 후
점심식사를 함께 와준 아이들의 친지들과 함께 하는 장소로 옮기면서 차 안에서
말을 해주었다. 다음 주는 친정아버지 기일이라 아이들 부부가 또 먼 다른 도시를
다녀와야 한다.
아이 졸업식에 와준 친지들과 그 아이와 같이 학부를 졸업했던 가장 친했던 여성
친구 알렉스와 부모님들 그리고 남편 대니얼은 아이에게 여자 형제이자 남자 형제
그리고 수양부모님 같은 존재다, 백인 여자 친구 올리비아는 직장을 못 찾을 때 우리
아이가 직장을 잡아준 사람이고 지금은 그 아이도 우리 아이의 충고대로 전문과정에서
공부 중이다. 그런 그 아이의 남자 친구 그리고 우리 다세대 주택에서 세 들어
살다 콘도를 사서 이사 간 캄보디아 몽족 키 작은 육군 출신 펭을 비롯하여 바라보며
우리 아이가 세상을 잘못 살진 않았구나 싶었다.
점심식사가 끝나갈 무렵 아이가 감사의 말을 친구들과 특별히 알렉스 엄마와 아빠
에게 힘들고 슬프고 좌절할 때 따듯하게 밥이라도 차려주고 격려한 시간을 추억하며
감사의 말을 전하며 울먹이며 눈물을 쏟아 며느리 아이도 눈물을 닦고 있었다.
아이의 감사 인사가 끝나고 나 또한 손님으로 와준 아이의 인연들에게 그동안
베풀어준 우정과 사랑에 감사하며 특별히 알렉스 엄마 아빠를 만나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
우리 모두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나 같이 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 그리고 우리
아이들 집에서 같이 거의 10년을 형제처럼 같이 사는 사랑이와 나만 모국어가 한국어인
사람이다. 사랑이도 어려서부터 영어 속에서 학교를 다녀 영어가 모국어나 다름없는
입장이다. 세대가 다르니 아이들의 친구들은 하나 같이 영화나 스포츠 이야기로 시간을
함께 하였다. 나는 아이들 친구 음식을 접시에 놓아주고 올리비아는 청하 약주를 한 병
마시고 나는 절대로 마시지 않는 맥주를 한잔 마셨는 데 그 맛이 정말 좋았다.
점심식사 파티를 맞추고 아이가 지들이 지불한다는 것을 오늘은 너를 위한 날이니
그러지 말라 하고 팁 250불과 합계 1500불을 지불해주고 손님들과 작별의 인사를
나눈 후 아이가 집에 데려다 주어 귀가하여 잠을 자고 출근했다. 가는 날이 장날 이리고
직장에서도 파티가 열려 두상 가득히 음식이 넘치고 넘쳤다. 그럼에도 나는 아이
졸업식 후라 커피 한잔으로 끝냈다.
Francis Goya - The Snowstorm
사람은 누구라도 처해진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다. 사막에 사는 사람은 물이 귀하고
식물들이 귀해 유목민이 되어 양고기를 먹고 산다면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이나 미국 같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똑 그 지형에 맞는 음식 문화를 각기 갖고 살아가고 일본 같은
나라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 쌓여 있으니 초밥이나 생선 요리가 주를 이루는 신기할 정도의
적응능력을 갖고 있다.
한국만 하여도 서해나 동해나 남해 또는 섬 같은 도서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쌀농사를
지을 수 없으니 감자나 옥수수 생선 각종 해물로 수없는 한국인의 밥상들을 차려내는
완벽한 적응능력을 갖고 있다. 나는 이런 각기 다른 지역과 나라의 음식 문화를 생각하면
늘 인간의 적응능력에 놀랍고 경이롭게 생각한다.
나 또한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다 잃고 나니 주어진 모진 현실을 살아내야
했기에 무엇이든지 배워야만 했었다. 한국음식 수없는 실수도 해보고 누군가에게
온라인으로 물어도 보고 온라인에서 배우기도 하다 보니 세월이 지나 왼만한 한국
음식을 다 만들고 요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남들에게 김치를 만들어줄 정도가
되었다.
한국 음식, 이태리 음식, 스페인 음식 그리고 태국 음식까지 요리책이 몇 권이다.
그리고 빈센트 밴 고흐 서간문 영문판 3권, 헨리 데이빗 소로우 산문집, 오페라
클래식 음악과 미술사 특히 미술관 평론집과 티 에스 엘리엇의 산문집과 시집
몇 권은 내가 가장 아끼는 책들이다.
사람은 주어진 환경에 누구라도 적응하게 되어 있다. 따듯한 밥 한공 기에 맛난
풋배추 겉절이 미역국 조금과 김 청경채 볶음이면 충분하다. 어떤 때는 며칠간
빵이나 파스타 작은 사과 바나나 먹고살고 어떤 때는 순 한식으로 살고 그런다.
건강에 해로운 음식이나 그 어떤 습관이나 행위는 절대로 먹거나 하지 않는 것을
신조로 생각하고 산다.
먹고 싶은 것 절제 없이 다 먹고살면 복합병으로 죽는 수많은 사람들처럼 비만을
넘어 120킬로 200파운드 넘는 모습이 되고 만다. 자신의 존엄성을 잃고 만다.
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절제가 꼭 필요하다.
요즘 나는 나답지 않게 kBS <으라차차 내 인생> 드라마에 빠져있다. 지금 42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내일부터 사흘 쉬니 보고 싶은 영화나 보고 하루는 친구를
오래만에 사무실로 찾아가 점심 식사나 같이 하고 놀다 올까 싶기도 한데 그것도
두고 볼 일이다. 근무하고 나면 나이가 나이 인지라 회복하는 데 하루 반 정도는
필요하다. 하여 귀찮다 생각하면 그 조차 다 포기하고 잠이나 자고를 반복할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장담은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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