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 독백 - <오늘 하루>

붓꽃 에스프리 2022. 6. 11. 14:22

 

오늘은 더운 날 퇴근하고 샤워하고 간단히 오랜만에 국순당 막걸리 한잔하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자다 더워 더는 잠을 잘 수가 없어 눈을 뜨니 저녁 6시다. 퇴근길에 마켓을

들리니 하도 풋배추가 싱싱하고 좋아 겉절이 해 먹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 3단을 사 갖고

돌아와 즉시 다듬고 가볍게 바닷소금을 뿌려주고 까마득 하게 잊고 자다 일어나 물에

헹궈 물을 빼고 있다.

그런데 전화기를 여니 리아가 지난번 담근 김치 작은 병이 너무 맛나 밥하고 먹고 생선하고

밥하고 먹고 이제는 라면 하고 먹고 있다고 사진을 찍어 보냈다. 내가 직장에서 딸처럼

그리고 친구로 가장 아끼는 동료다. 리아 하고는 오랜 세월을 함께 했다. 오늘은 직장에서

상사가 찾아와 누가 늦게 출근하니 좀 기다렸다 가면 안 되겠냐고 부탁을 하였다. 가외

수당을 지불 할테니 출근하는 사람을 좀 기다려달라 해서 1시간이나 늦게 퇴근했다.

그러기에 나는 내년에 은퇴할 것인데 왜 새로운 교육을 받으라고 하냐고 하였더니

가끔이라도 제발 더 몇 해 근무를 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왜 아직도 멀쩡한데

은퇴를 하려고 하냐는 것이다. 문제는 내가 내 나이로 안 보이고 흰머리도 없고 아직도

검은 머리에 다들 50 초반 중반 근처로 보니 문제다. 이제 나도 나를 위해서 내가

건강할 때 살아야 하기에 미련 없이 은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녁 6시에 일어나 1시간도 넘게 새로 발매된 BTS 신곡 <Yet to come>을 듣고

또 듣고를 반복하다 잠시 중단했다. 노래가 멜로디부터 가사 내용이 너무 좋아

듣고 듣고를 반복하게 된다. 자그마치 하루 만에 이미 조회수 5천만을 향해 가고

있다. 잔잔하다 흥겹다 비트에 랩에 재즈풍에 사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멜로디와

가사 내용이라 전 세계 팬들이 유튜브를 보면 난리도 아니다.

밤 9시가 되어 가고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 졸업식에 가려고 생각하니 그만

뭉기적거리고 일어나야 할 일 후닥닥 일어나 부엌에 들어가 양념 소스 만들어 놓고

잠시 양념 숙성시키는 시간 좀 있다 풋배추 겉절이 무치고 나면 오늘은 끝이다.

선풍기 켜놓고 시원한 물 꺼내 마시고 앉아 잠시 오늘의 일기장처럼 자판기를

다시 두드리고 있다.

아이 졸업식을 생각하면 만감이 교체해 내가 울컥해진다. 그 모진 시간들을 우리는

함께 지나와야 했었다. 이제는 우리 모두 행복한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사노라면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잃어야 하는 비극과

슬픔도 있을 수도 있겠고 예기치 못한 고난이 우리를 쓰러트릴 때도 있고 좌절

시킬 때도 있고 우리를 강하게 만들 때도 있고 그런 것이 인생이려니 한다. 어찌

매일 행복한 날만 있으랴 싶다.

호박을 2개 사 갖고 왔다. 호박나물을 해 먹던지 생전 먹지 않는 잔치국수 고명으로

올려 먹던지 그러려고 샀다. 제나는 10일간 휴무라 다시 사진 촬영차 먼 여정에

오를 것 같다. 그녀 또한 암 생존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참 대단한 엄마요 여성이다.

이지적이고 품위 있고 명석한 두뇌에 그녀는 그녀의 모습대로 명문대 출신이다.

아들 둘도 아이비리그 출신에 남편도 그렇고 집안 식구들 모두 두뇌가 명석하다.

언니는 캐나다 국적자 제나는 미국 국적자 한 가족이 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각기

다른 국적을 갖고 살아가 국제가족이다.

풋배추 겉절이는 양념하고 무쳐 놓으니 꿀맛 따듯한 밥 한 공기는 뚝딱하게 생겼다.

냉장고에 넣고 싱크대 다 깨끗이 하고 오늘 하루는 끝났다. 밤이 깊어가 10시 54분

밀리터리 타임으로 22시 54분이다. 남은 양념은 비닐봉지에 넣어 냉동칸에 넣었다.

그건 그렇고 어저께 출근 전에 정전이 되어 모든 것이 마비되는 것을 보고 침실에

메인 스위치를 만지다 가서 불이 안 들어오게 되면 냉동실과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이 어떻게 되나 싶어 고민스러웠다.

퇴근하자마자 보니 아니나 다를까 예상한 대로다. 스위치를 올리고 내리 고를 하니

그제야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오븐에 시계는 깜빡거리고 모두 다시

조정해야만 했다. 컴퓨터 라우러도 깜빡 그래도 전기가 들어와 다행이었다. 몇 년

만에 이런 일이 처음이다. 날이 더워지니 사람들이 전기를 더 사용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단순 고장 사고인지 누가 알랴.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이런 정전 사태가

발생한다. 오늘 이 하루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