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병상에서 띄우는 붓꽃 독백 (3)

붓꽃 에스프리 2007. 1. 25. 20:07

 

 

 

독감이 시작 된지가 자그마치 꼭 더도 들도 않고 한 달이 되었다.

한 달이란 시간 속에 꼭 독감은 두 번을 잔인하게 침입하여서 온몸과 영혼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고 있다. 가능하면 절대로 항생제를 남용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병을 연장선에서 이끌어 내어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가는 완행열차

만큼이나 자잘하게 괴롭히고 또 괴롭힌다. 아침에 일어나니 골이 마치 송곳으로

찌르듯이 아파온다. 아예 일어날 엄두도 내지를 못하고 온종일 자리에 눕고

말았다. 이 야속함이여 어제는 그래도 살만하여 이젠 독감이란 녀석이 싸우다

지쳐 제풀에 떠나가나 보다 싶은 시간이 언제 그랬더냐 싶은 시간들 이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지대에 인접한 덴마크 영토 그린랜드의 빙하가 녹아내려

없던 섬들이 생겨나고 추워야 할 겨울은 포근하기 그지없고 눈은 오지 않고

올 여름에는 가뭄이 질까 보아 미리 걱정이 태산이다. 화원에는 벌써 장미가

나오고 봄은 저만치서 서서히 고개를 숙이고 해토를 하고 나올 생각을 하고

있는듯하다. 허나 한 달이란 긴 시간 동안 독감을 두 번씩이나 독차지하고 있는

이 부실한 육신은 어서 겨울이 떠나 봄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잔 휠드 낙턴의 선율 같은 상큼한 풋 내음이 담긴 봄이 가져오는 향기로운

꽃 향기와 냉이 이제는 기억 속에서 잊혀진 이름 모르는 산나물들과 들에 난

나물들 그리고 담장 밑에 피어나는 노랑개나리 꽃, 산유화와 벚꽃들이 아마도

이제는 너무나도 먼 추억의 뒤안길에 서성이는 모국의 봄이다.

 

오늘은 어제의 깨지는 두통을 뒤로하고 상큼한 마음으로 햇살이 눈부신 영상

20도 정도의 화창한 봄 날씨를 온몸으로 받으며 먼 여정에 올라 캐나다에서

요양 차 온 크리스 부부를 만나 중세 시대의 미술작품과 예술품들이 소장되어

있고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선인장과 일본정원이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토요일

캐나다로 귀국하기 전에 아름다운 추억을 하나 만들어 주기 위하여서 함께

외출을 하였다. 영하 14도를 오르내리는 토론토에서 온 크리스 내외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장난끼 어린 어투로 투정을 한다.

 

소박한 외출을 한 곳에 아름다운 정원에는 봄소식이 저만치 오고 있씀을

신호하는 자목련과 백목련이 피어나고 있었고 매화는 이미 피어 있었다.

자연은 섭리에 따라서 피고지고 다시 봄이 되면 새싹으로 돋아나지만

인생은 한번 지고 가면 결코 돌아올 수 없는 존재가 아닌 가. 그러기에

인생의 순간 순간이 얼마나 각 개인마다 소중한 것인지 익히 인식하고도

남으련만 때론 망각하고 살 때가 더 많은 것이 보통사람들이 아닌가.

비로소 어떤 정점에 도달하여서만이 우리는 살아가노라면 그 사실을

인지할 때가 너무나도 많다.

 

인생의 아름다움은 결코 화려하거나 사치스러운 것에 있지 않다.

소박하나 내면으로 기품과 우아함을 갖고 있는 흔치는 않지만 우리 주변에는

꽃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평범 속에 비범을 내포하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이웃이나 영혼들도 우리 주변에 감동으로 다가오는 때가 있다. 더 나아가서

소이 말하는 신의 섭리에 따르는 운명적인 만남도 있다.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창

악한 것을 보면 정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거나 일상으로 옳은 길로 인생의

행보를 하는 조금은 어리석은 듯한 영혼의 발자취

남의 것을 탐하거나 시기하기 보다는 먼저 배려하고 베풀며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픔을 나누는 결 고운 영혼

순수를 순수로 바라볼 수 있는 맑은 영혼의 창

이 모두 얼마나 고귀한 가치관들이며 인생의 향기인가………

 

병상은 그리움의 소나타인가보다.

자그마치 한 달이란 긴 시간 동안 지독한 독감에 독감치레를 하고 나니

왜 그리도 그리움이 해일처럼 밀려오는지 잠자리에서 눈을 뜨고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면서 함께 영적으로 호홉 하며 삶 그 자체로 살아가는 귀한

인연들 한 분 한 분이 더 절실하게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비록 몸은 서로

멀리 있지만 정신적으로 늘 옆에서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자신의 분신들

어찌 봄이 저만치 손짓하며 다가오는 길목에서 보고 싶지 않으랴

피어나는 목련 꽃잎 하나 매화 꽃 하나에서도 그리움은 잉태되고 있다.

아름다운 것을 보아도 그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

그것이 순수요 참사랑이 아닐까……봄은 저만치서 손짓을 하는데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 하였다.

또한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사는 만물의 영장이 아닌 가

그리운 얼굴들 하나 하나 영혼의 캔버스 위에 그려본다.

그리운 얼굴들 하나 하나 영혼의 붓으로 각자의 개성에 맞추어서

붓질하여 채색하여본다파란색……연분홍……우유 빛 백색으로

 

이제 서서히 독감은 떠나가나 보다……야듀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