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보우 강가에 겨울 나그네

붓꽃 에스프리 2006. 12. 11. 07:55

 

캐나다 앨버타 지방 캘거리 중심가로 흐르는 보우 강

 

 

지난밤은 하염없이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몸이 아파 진통제를 복용하였다는 글을 읽은 후 그리운 님에게 전화를 거니

자동응답기만 돌아 갈뿐 진통제에 함유된 마약성분 코데인으로 하여금

잠에 취하여 만사가 귀찮아 전화조차도 옆으로 밀쳐 놓은 것인지

불통이었다. 어쩔 도리가 없어 러시아 예술혼의 불꽃 차이콥스키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순간 내 영혼의 창가에 출근길 우리 동네 FM 라디오 방송 91.5 클래식

방송에서 흐르던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No. 5번을 걸쳐놓고 깊은 밤

쉬카고 형으로부터 날아온 글을 읽어본다 언제나 그 말이 깊고 수려한

간략한 형의 편지 동생이 보내준 음악을 들으면서 그리움에 동생에게

 전화를 하였다는 내용은 꽁꽁 얼어붙은 깊은 그곳의 겨울 소식을

알려주고 있었다. 미쉬건 호수의 물결은 얼마나 거셀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런데 오늘 같이 겨울비가 내린 후인 다음날은 형과 함께 맛나는

커피를 마셨던 던킨 도넛 샵이 그립다.


온종일 무엇이 그리도 하늘은 쓸쓸하고 고독하여서 눈물을 쏟아 붓는
것일까. 근무시간 창 밖을 잠시 훔쳐보니 바람까지 동반된 살풍경 하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동료에게 농담을 하면서 웃기고 웃고 하면서 이루어지지 않는
백일몽을 서로 잠시 대화로 주고받았다.

오늘 같은 날은 꼼짝도 하지말고 침대 이불 속에서 뒹굴 것 그리고
식사는 한잔의 붉은 포도주와 스테이크에 따듯한 클램 챠우더 숩을
먹을 것 그리고 가벼운 수필집이나 탐정소설을 읽을 것 그리고
음악은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나 차이콥스키의 심포니 No. 5
들을 것 그리고 쉴 것....

후식은 귤 하나에 따듯한 향내 나는 차 한잔이나 향기 짙은
커피 한잔을 할 것.........그리고 닥터 지바고 같은 DVD
하나 볼 것 그리고 멀리 사는 그리운 사람에게 전화를 할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할 것.........

왜 이리도 겨울에는 죽음으로 곁을 떠나가는 사람들이 많은 지
그래 잖아도 쓸쓸하고 고독한 계절 더욱더 내면으로 더 깊이
움츠리게 만들고 말을 하는 것조차도 버겁고 힘겹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굳게 입을 닫고 침묵으로 한 계절을 은둔하며 일상을 살아가고 싶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으면 어떻고 전화가 안 걸려오면 어떠랴
양서 속에 얼마나 많은 길이 있고 대화가 있고 안식처가 있고
마음 기대일 곳이 많은 데 그뿐이랴 좋은 음악과 시 낭송과
따듯한 차 한 잔의 향기와 그 느낌은 어떻게 하고......

아 그런데 직장 게시판에 5, 15, 50, 100불 주루룩
명단과 같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이건 또 무엇이지 설마
누구 생일을 위한 것도 아닐 테고 아무런 내용도 없고
L 에게 여쭈어보니 특별한 모금을 하는 중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모은 것을 현금수표로 만들어서 미국적십자사로 보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참여하겠느냐고 의사타진을 하여왔다. 이미
유니세프로 온라인을 통하여서 후원금을 전송한 후여서 사실대로

이야기를 할 수밖에는 없었다.

몇 해전 동남아시아 해일 피해로 어느 섬은 전체 인구가

사라져버린 곳도 있었다. 모든 가족을 잃고 어린이들만 남겨져서
수많은 고아들이 생겨나고 말았다. 대자연의 재앙이 이렇게

처참하고 무서울 수가 없다. 프로그램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고

있었고 결과는 미국 북서부 해안에서도 그 보다 더 엄청난 해저

지진으로 해일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예고하고 있다.

물론 그렇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다.

지구 온난화로 기후가 변하여서 겨울에 장대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눈이 올 곳에 눈이 오지를 않고 지구는 지금 문명의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도 그 중에
한 원흉이고 그런 자동차를 모는 자신 역시 공모자임에
틀림이 없다 싶다.

살아 있을 때에 서로 잘하는 것만이 서로에게 존재의 깊은
의미와 진정한 행복과 만족을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안거하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크게 생각할 것 없다.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에게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쓰고......
사랑하는 가족, 이웃과 벗들에게 한마디의 말이라도 진솔하고
따듯하게 사랑을 담아 표현을 하고.....
외롭고 고독한 벗들에게 관심을 보여주고........
이러한 것들이 향기 나는 일들이 아닌가 싶다.

병이 들고 죽고 난 후에는 절대 다수의 경우 그 의미를
상실하고 만다......그때 가서 후회한들 이미 때는 늦었고
회한의 세월들만 쓸쓸한 마음 한 구석을 가는 세월과 더불어서
함께 할 것이다.

사랑하는 혈육과 주변 인물들이 죽은 후 평상시에 좀더 살갑게
잘하여주지 못한 것을 후회한들 다 무용지물이다.

살아 있을 때만이 모든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가 있다.

지난밤 겨울비가 내린 후인 오늘 따라서 보우 강이 시내중심가로

흐르는 사랑하는 나의 이방인 양부 파파가 살고 계신 캘거리가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날이다. 20대 젊은 날의 초상이었던

나의 영원한 아버지 나를 낳아주시지 않았지만 그 사랑으로

지금까지 보살펴주셨던 숭고한 휴머니즘에 기초한 그 모든

과거로부터 현재진행형까지 내가 살아가야 하는 존재의 이유요

힘과 용기의 원천인지 모른다.

 

인생의 모든 이지와 지성을 가르쳐주신 나의 파파  한국인들을 만나

혹간 습관상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 그토록 격분하시고 호되게

야단을 치시던 것 이외는 어떤 경우에도 단 한번도 평생 동안  피곤하거나

편찮으시다고 이방인 아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오시면서 싫은 표정이나

귀찮은 내색을 단 한번도 아직까지도 하신 적이 없으셨다.

 

오늘 저녁에는 파파에게 안부전화를 드려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내일은

파파에게 사랑과 가슴을 담아 크리스마스 카드를 부쳐야 하겠다.

 

* Bow 강은 캐나다 앨버타 지방 캘거리 시내를 관통하는 강 이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