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Bensonhurst Blues 그 절규와 이브의 추억

붓꽃 에스프리 2006. 12. 13. 11:11

 

사진 출처 - 동아사랑방

 

어제는 불현듯이 어느 곳을 스쳐지나가는데 오래만에 들어보는

노래 Bensonhurst Blues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때 주인공은

홀로 탁자에 앉아서 고뇌하고 있었던 모습이었던 같다.

불현듯이 2003년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Boxing Day에 썻던

글이 생각나서 그 글을  흘러간 추억을 회상하는 마음으로

다시 게재하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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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라면서 무엇이 그리도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 있는지 하염없이 겨울비가 오후 내내
추적이며 겨울 창밖에 내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캐롤이 메아리쳐 오는 것도 아니요 그저 쓸쓸한
겨울비 내리는 정경 하나만이 창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정경 속에 오우버랩 되는 것은 발랄한 캐롤이나
그 어떤 장르의 음악도 아닌 Oscar Benton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내리는 겨울 비 만큼이나
우수가 짙은 저음으로 토해내는 불루스 곡은
가슴 깊은 곳에 고여있던 인생 그 아픔과 애환을
흐느끼는 듯한 감성으로 때로는 차라리 흐느껴
우는 듯이 허스키한 음성으로 멜로디를 토해내고 있었다.
차라리 Bensonhurst Blues를 부르는 Oscar Benton은
흐느끼다 못하여서 절규하고 있었다 함이 옳겠다.

아니 나도 그 절규에 같이 절규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아마도 노래의 주인공은 성공한 직장인으로
이민자의 자손이었나 보다...그러니 할머니가 갖고
있는 액센트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었지 않나 싶다.
크리스마스가 세속의 표현으로 때려 먹고 마시고 니나노
찾는 날은 결코 아닌 듯 싶다. 다만 세상의 모든 이들이
그렇게 먹고 마시자 판으로 놀아나고 있을 뿐 그 본질은
전혀 그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하겠다.

잠자리도 없는 홈리스는 비가 내리는 이런 날이 낭만이
아니라 고통이며 처절함으로 추위에 떨고 어느 건물의
처마 밑이나 지하 어느 곳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런가 하면 병마에 시달리며 병상에서 외로운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하고 있는 사랑하는 할아버지
한 분도 계시다...............

이브가 다가온 거리를 겨울비가 축이고 있을 때
한 밤이 가까워서 홀로 어둠이 내린 비가 오는 거리를
혼자 운전하고는 병상을 찾아갔다. 언제나처럼
할아버지는 눈을 똑바로 뜨시고 바라보고는 마치
로봇이 움직이듯이 마비되지 않은 오른쪽 팔만을
간신히 움직여서 내 밀은 나의 손을 잡으시고는
놓지를 못하신다. 왼쪽은 마비되어서 움직이시지를
못하시는 할아버지 무엇이 그리 힘이 부치시는지
아니면 감정이 격하여지시는지 숨을 몰아 쉬고
계셨다.

오로지 시선과 표정으로만 대화가 가능하고 간신히
마음이 내키시면 토막 단어 한 두 마디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 가능하신 할아버지 손을 잡아 드리고
한 손으로는 손을 잡으셨으니 어쩌지를 못하고
그렇게 잡고 싶어하시는 손 놓아두고 다른 한 손으로
할아버지 양 볼을 쓰다듬어 드리고 이마에 손을
언져 본다. 순간 스르르 두 눈을 감으신다.

할아버지는 대체로 무슨 생각을 하시고 계실까......
"할아버지, 이렇게 편찮으시지 않고 인연으로 미리
만났었다면 제가 모시고 다니면서 바다도가고 산에도
같이 오르고 때론 어느 카페에서 따듯한 커피와 식사도
함께 나누고 음악회도 가고 여행도 같이 하며 좋은
우정을 나눌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요....."

"할아버지, 제 이름이 뭐죠?"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나서야 간신히 파열음으로 하시는
어눌한 한 마디.......ㅍ..................."

"할아버지, 이제 20분 후면 이브가 되어서 크리스마스
25일 자정이 되어요. 제가 약속하였죠. 할아버지와 같이
이브를 넘기겠다고요...정주지 말라고 하였죠. 몇 번이나
할아버지 힘드시면 안 된다고요. 할아버지는 우리들
아버지 세대의 연세이시지요. 제가 할아버지에게 뭐라고
하였죠?"

잠시 침묵이 흐른 후......떨리는 파열음으로....
"아......버...지 같다고..........했어"

"할아버지, 외로워하지 마세요.
이렇게 제가 약속을 지키고 할아버지 곁에 왔잖어요.
진심으로 할아버지 사랑해요. 밤이 깊어서 이제 돌아갔다가
이틀 후에 다시 찾아올게요. 그럼 편히 주무시고요.
돌아가서도 할아버지 기억하고 있을게요."

간신히 손을 잡아당기시고는 손등에 키스를 하신다.
"고.........마.....워..."

겨울비 내리는 병실 문을 나서기 전에 할아버지 손등에
키스를 하여 드리고 가볍게 볼과 볼을 맞대고 인사를
나눈 후 담요를 다시 제대로 덮어 드리고는 겨울비 내리는
병원을 나서 운전을 하고 귀가해 이브의 하얀 밤을 홀로 넘기며
책장을 들추고 수십 번을 반복하고 반복하여서 우수 짙게
깔린 노래 Bensonhurst Blues를 듣고서야 이 글을 맞춘다.
Oscar Benton은 차라리 흐느끼며 절규하고 있었다.

우리 모두의 인생도 출생과 성장과 유아기, 청소년기,
젊음이 있는 청년기와 중년과 장년과 노년기를 지나면서
인생 그 완성 죽음에 언젠가는 이르리라.......숙명으로서....

이러한 삶의 애환과 아픔과 슬픔이 있기에 우리는 다시
냉철하게 자아를 성찰하고 그 결과는 더 강인한 용기와
저력과 여유를 교훈으로 남겨주고 더 나아가서 강렬한
열정을 삶에 그 대가로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슬픔이 있기에 기쁨과 환희가 있고....
고통이 있기에 안락함이 있고.....
아픔이 있기에 기쁨과 위로가 우리 일상에 존재하고 있다.
수 없는 명곡들 그리고 다양한 장르.......
허나 Blues 곡인 "Bensonhurst Blues" 만큼 호소력 있는
영혼의 애절한 절규와 흐느낌이 폐부를 파고들고 근육 조직
하나 하나를 ⅛는 듯한 전율과 강렬한 그 무엇인가를느끼게
하는 곡도 드물다고 생각한다......Merry Christmas you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