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한 그저께 휴무 첫날은 마켓 들려 배추 몇 포기 사고 돌아와 소금물에 절이기
시작한 후 너무나도 피곤해 하루 종일 잠을 자고 자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전과는
달리 굳게 마음을 먹고 아침부터 새벽부터 서둘러 바다 소금을 누구나 김치 절일
때 그러듯이 배추 밑부분에 소금조 뿌려 다시 소금물 뿌려 절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눈부신 햇살이 부엌 창가를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블렌더 꺼내 놓고 마늘, 생강, 양파 다듬어 넣고 사과 껍질
벗겨 조각을 내고 먼저 며칠 전 남은 배 반 하고 새우젓 넣고 생수 조금 부어 넣고
갈아놓았다. 그리고 찹쌀풀 쑤고 그 사이에 배추를 너무 절이면 짜게 되면 낭패가
되니 두 번씩 헹구고 맛을 보니 살짝 내 입맛에 짜다 싶었다. 다시 눈부신 햇살이
부엌 창가에 드리우는 시간은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로 내가 가장 선호하는
일하기 좋은 시간이다.
결국 다시 소금물 버리고 수돗물 받아 다시 한 시간 정도 담가 놓았다가 물 꼭
짜서 물이 좀 빠지기를 기다렸다. 큰 무 하나 채 썰고 갈아 놓은 양념과 버무리고
김치를 담고 보니 자그마치 큰 병으로 4병이 나왔다. 냉장고를 드려다 보니 이미
3병이 익어가고 있었다. 문제는 넣을 공간이었다. 큰 냉장고 2개를 사용하면서도
때론 공간 이용을 위해 정리를 해야 한다. 다행히 모두 들어갈 수 있었다.
김치 7병 생각하니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른 느낌이요 아 그래 한국 사람 김치만
있어도 밥 한 공기 뚝딱 할 수 있지 하는 마음을 속으로 되뇌며 막 담다 속이
모자라 칼로 숭숭 쓸어 막김치를 반포기 만들어 놓은 것을 맛을 보니 음 바로
이 맛이야 싶게 내 마음에 들었다. 바로 그때 아이가 왔다. 놀라 오늘 무슨 일이
있냐고 하니 초하루 월세 받는 날이잖아 한다. 그리고 오랜만에 아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지난번에 담가 익은 김치 한 병을 손에 들려 보냈다.
새로 담근 김치 한 병은 친구 사무실에 들려 전해줄 것이다. 늘 사 먹는 데 가끔
내가 시간이 허락되고 여유가 있을 때 일 년에 두세 번 김치를 담가 마음을
담아 전해주곤 한다. 너무나도 착한 육순의 친구 부부는 법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다.
한국 같이 김치 냉장고가 있으면 배추 버무려 차곡차곡 넣어 냉장고에 넣으면
좋겠지만 미국서는 꿈도 못 꾸는 일이다. 김치 냉장고 하나에 3천 불이다. 한국
돈으로 300만 원이 넘는 거금이라 김치 하나 넣어두고 먹자고 돈이 있어도
구입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젊어서와는 달리 지금은 한식과 서양식을 70대 30 비율로 먹고 산다. 오랜만에
금기인 돼지 살코기 멸치 넣고 김치찌개를 만들었다. 아이가 제집으로 가기 전
수저로 맛나 보이는지 끓고 있는 데 두세 번 맛을 보고 김치를 들고 돌아갔다.
대장금으로 유명한 배우 이영애 씨가 1억이란 거금을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을
통해 기부했다는 소식에 이 아침 잔잔한 감동에 눈시울이 뜨거워질 것만 같다.
인류애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심장 초음파 검사하는 날이라 이제
집을 나서려고 한다. 가족사가 있기에 꼭 한 번은 해야 할 일 이제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친구 사무실을 잠시 들릴까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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