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꽃 독백 - <이 아침>
오늘은 2주간의 휴가를 맞추고 직장으로 복귀하는 첫날이다.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지냈던 지난 2주 장거리 운전이 엄두가 안나 결국 친구를 만나러 가려던 계획도 친구 사무실로 놀러 가려던 것 로셀 결혼식에 필요한 셔츠를 사려고 하던 것 등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 한번 발동이 걸리면 이 아침처럼 후딱 몇 가지를 하고 만다. 냉장고 정리차 아니면 썩힐 가능성이 높아 가지 볶고, 새우젓 넣고 호박 볶고, 콩나물 스팀으로 쪄서 무치고 무는 쫓기는 시간을 아끼고자 나물은 포기하고 얇게 썰어 남은 미역국에 넣고 푹 끓이고 오이 하나 있는 것 살짝 소금에 절였다가 스며 나온 물 꼭 짜내고 무치고 벼르고 벼르던 파 남은 것 썰고 묵은지 썰고 국물 넣고 부침개 몇 장 부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