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8912

가을 휴가 나흘째

지금은 수요일 밤 10시 40분이다. 아직도 실내 거실은 온종일 햇살이 들어 살짝 덥다. 시작했다 하면 세월이란 것이 날아가는 느낌으로 와닿는 요즘이다. 오늘이 벌써 10월 초닷새니 말을 다 했다 싶은 느낌이다. 단풍과 수확의 계절의 시작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여기 미국도 단풍 최고 12대 관광지를 온라인 뉴스에서 소개하고 있는 계절이 되었다. ​ 10월의 시카고는 노란색으로 전 도시가 새로운 계절의 옷을 입는 계절이다. 그런가 하면 토론토에서 그리 멀지 않은 나이애거러 폭포 가는 길목의 포도주 생산지나 주변의 경관도 빼놓을 수 없는 계절이다. 그중에 백미는 단연 캐나다 쪽에서 바라 보는 나이애거러 폭포다. ​ 미국 서부 북부 캘리포어니아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1번 태평양 고속도로나 오리건주의 해안가나 시..

붓꽃 독백 2023.10.08

10월의 첫날에

우화의 강 - 마종기 ​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붓꽃 독백 2023.10.01

벌써 10월 초하루

아침부터 이슬비가 내렸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세면부터 먼저 했다. 4시간이나 걸리는 먼 도시에서 피터가 오늘 부인이 한국에 계신 친정 부모가 병환 중이라 살아생전에 뵙고 여행을 함께 하고 싶어 한국을 가느라고 공항에 데려다주고 이틀을 우리 도시에서 머물다 간다고 어저께 전화가 왔었다, 하여 몇 년 만인지도 모르는 세월을 보내고 이 아침 만나기로 하고 타운에 있는 식당에서 만나기로 하고 비 내리는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한참 지나서 도착했다. ​ 몇 년 만에 보는 피터의 모습을 보니 기쁨과 애잔함이 교차했다. 얼굴도 늙었고 정수리에 머리카락도 많이 빠졌고 주름살이 얼굴에 보이고 무정한 세월이 원망스러웠다. 착석을 하고 아침식사를 주문하고 있는 동안 한동안 혼자 있어야 하니 제발 한번 기차를 타고 오라고 ..

붓꽃 독백 2023.10.01

휴가 끝마무리

​ 연일 화씨 90도 한국이나 캐나다의 섭씨 32도를 오르내리는 더운 여름날이다. 오늘로서 휴가는 마지막 날을 보내고 내일부터 직장으로 복귀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근무를 해야 되는 날이다. 그리고 곧 다음 주면 8월이 시작된다. 8월만 다 가면 한국은 시원해지는 9월이 되겠지만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한국은 7,8월이 더위라면 우리는 늦게 시작하고 늦게 여름이 끝난다. ​ 어저께는 몇 개월 만에 은퇴 노인들이 살아가는 마을 공동체로 윗분들을 몇 개월 만에 뵈러 갔다. 철저하게 통제된 담이 쌓여 있고 통하는 문은 정문 하나라 일반인은 출입이 통제되어 있는 공동체다. 하여 방문자로서 허가를 받아야 방문이 허락된다. 또한 거주자의 이름들 밑에 방문자 이름이 등록되어 있어야 하고 거주자의 허락이 떨어져야 하루..

붓꽃 독백 2023.07.28

초 여름밤의 에스프리

지금은 새벽 3시 5분 이 곡은 우리가 청소년기를 기억하게 하는 노래다. 칠순의 늙은이가 10대 때 노래를 듣고 있다. 이 곡이 란 프로를 유튜브에서 시청하면서 반세기도 넘는 공백이 된 한국이란 사회의 문화와 삶을 만나는 시간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 한국인의 얼굴을 하고 한국어가 유창하다면 유창하게 하면서도 전차가 서대문 마포 동대문과 을지로 4 가를 종착역 돈암동에서 다니던 시절 그리고 백열등이 찬란하게 벚꽃을 비추던 봄날 창경원 앞을 지나가던 날만을 기억하는 것이 전부인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회상하게 만드는 프로 였다. ​ 나는 한국인의 모습을 백 프로 갖고 있는 이방인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늙은 노인이 되어서도 지울 수가 없다. 이럴 때면 중국계 캐나다인이셨던 우리 파파 후레드가 사무치게 그..

붓꽃 독백 2023.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