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8907

타운에 나갔다 와서

​ 그저께부터 아니 몇 주 전부터 벼르고 벼른 일이 있었다. 20년인지 30년을 넘게 이발을 해주던 과거 한국 명동에서 머리 손질을 하시던 분이 70중반으로 결국 2개월 전 현역에서 은퇴를 하였다. 그 후 새로 이발소를 전 주인으로부터 맡아 하는 새로운 주인이 된 50대의 여성 이발사가 지난달 귀 양옆을 짝짝으로 잘라놓은 것을 귀가 후 발견하고 실망을 금할 길이 없었다. ​ 아니 너무 화가 났었다. 팁까지 주고 온 사람이 잘한다더니 귀 양옆 머리 높낮이를 1층 3층처럼 왼쪽 오른쪽을 잘라 놓았다. 그래 다시 안 가면 되지 하고 말았다. 그 후 고민거리가 생겼다. 어떻게 내 마음에 드는 이발소를 발견하느냐 이었다. 집에서 백 미터 거리의 한국인이 하는 미용실에서 은퇴한 내 이발사가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선..

붓꽃 독백 2023.11.05

한주를 맞추고

​ 2주간의 휴가를 맞추고 돌아간 직장 첫 주부터 들려오는 소식은 주변에 사망 소식 이었다. 전 전 직장에서 같이 근무하던 동갑내기의 사망 소식부터 리아 시어머니가 병원 입원 중에 의사의 실수로 대출혈로 사망하게 된 소식부터 모두가 나를 슬프게 하는 소식들이었다. 리아 시어머니가 나 보다 세 살 더 많다. 그냥 조용히 한주 근무를 맞추었다. 많은 말을 하고 싶은 심정이 아니었다. 커피콩을 갈아 커피를 내려 다들 언제나 내가 근무하는 날처럼 한 잔씩 나누어 주었다. ​ 그렇게 한주를 어저께는 맞추고 퇴근했다. 퇴근하자마자 샤워를 하고 잠을 좀 자려다 말고 그냥 앉아 시간을 보내다 나는 새로 지난달 처방받은 혈압약을 다시 평가 하기 위해 주치의를 만나러 오후 1시 반이 되어 길을 나섰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

붓꽃 독백 2023.11.05

어저께 하루

​ 그저께 어떻게 근무를 했는지 싶다. 매달 들려오는 사망 소식에 아팠던 기억들을 다시 두들겨 깨우는 느낌에 우울하고 슬픈 마음과 허허로운 들판에 지평선을 바라보며 홀로 서있는 느낌이다. 사람이 출생하여 한 세상 살다는 그 여정을 누가 어찌 예측을 할 수 있으랴 싶다. 부모가 우리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시고 사시다 가신 그 길을 이 지구촌에 모든 인류는 다시 그 길을 걸어 가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 그저께 근무 중에 제넷으로 부터 메시지가 날아왔다. 월요일 운전하기 힘들면 나 하고 남편이 운전하고 가서 독일서 온 S 언니네로 가서 너를 데리러 가겠다고 했다. 서로의 실수든 아니든 부부가 헤어지고 홀로 두 아들 기르고 고생만 하다 병고로 칠순에 세상을 떠난 독일서 온 E를 생각하면 그녀의 마지막 ..

붓꽃 독백 2023.10.22

어찌 이 아침에

​ 휴가를 맞추고 돌아간 직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근무를 했다. 그랬더니 중국서 이민 온 50대 중반의 직장에 미운 오리 한 명이 다가와 오늘 왜 이렇게 조용하냐고 한 마디 툭 던지고 지나갔다. 그래 말을 하기를 휴가 후유증에 있다고 했다 그립고 보고 싶고 평생지기 둘도 없는 친구와 이별을 하고 온 후라 아직 조금 힘든 시간이라 했다. 그리고 커피콩을 갈아 커피를 내린 후 다들 한 잔씩 보통 우유 부어 마시라고 하곤 나는 다시 업무에 매달려 조용히 하루 근무를 맞추고 퇴근을 했다. ​ 그리고 돌아온 집 기분이 그저 멍했다. 그런데 샤워를 하고 나와 좀 쉬었다 잠을 자려고 하는 차에 텍스트가 제넷으로 부터 날아왔다. 독일서 근무하다 미국으로 건너온 E가 지난주 금요일 사망했다고 다음 주 월요일 장..

붓꽃 독백 2023.10.22

그리우면 그리운대로

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

붓꽃 독백 2023.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