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8907

니캉 내캉

​ 주의 첫날 근무를 맞추고 돌아오는 길에 한국 식료품 마켓을 들렸다. 지난주 쉬는 동안 담근 막김치와 백김치를 백인 직장 동료 브렛에게 건네주었다. 네가 준 약과와 차 큰돈도 아닌 몇 불에 불과하지만 나는 건네준 그 약과와 설록차에 담긴 너희 부부 두 사람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더욱이 거의 평생을 미국에서 성장하고 교육받고 이제 어른이 되기까지 수많은 백인들을 만났지만 너 같은 사람은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니어서 더 더욱이 놀라웠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 그 말이 끝나자마자 브렛 또한 나 역시 너 같이 직장에서 솔선수범하고 동료들을 아껴주는 사람을 처음 보았기에 네가 느낀 감정과 같은 마음이었노라고 했다. 하여 작은 것이지만 너에게 한국을 생각나게 할 수 있는 것을 선물로 주고 ..

붓꽃 독백 2023.12.03

오늘은 왜 이럴까

지난 한주를 맞추고 브렛 부인의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을 받아들고 돌아온 후 하루 쉬고 그저께 하루 근무를 하고 어저께 퇴근길에 한국식 재료 마켓을 들렸다. 어느 유튜브가 보여준 인천 청과물 도매상에 쌓인 싱싱한 전국 곳곳에서 온 김장 배추들, 무가 매끄럽고 길고 잘생긴 총각무, 고들빼기, 대파, 무들을 보고 만난 한국이 아닌 서양 수억만리 이역의 마켓에서 만난 지독히 못생긴 볼품없는 배추 가끔은 한국 못지않은 좋은 배추도 오는 데 이번은 유달리 형편없었다. ​ 그중에서 중간 정도 크기 배추 두 폭을 사들고 돌아왔다. 오자마자 은퇴하면서 식당도 접으면서 준 스테인리스 다라에 소금물 만들어 두 포기를 잘라 절이기 시작했다. 한 포기는 나를 위해 다른 한 포기는 직장에 백인 동료 브렛 부부를 위해서였다. 해..

붓꽃 독백 2023.11.11

어저께 하루 마음의 선물

그저께 출근하자마자 몇 달 전에 새로 전입한 백인 동료 브렛이 다가와 한국으로 여행을 간 자기 부인이 한국에서 한국을 기억할 수 있는 작은 선물을 너를 위해 사갖고 왔다고 하며 언제 다시 출근하냐고 물어왔다. 내일 하루 더 근무하고 일요일 하루 쉬고 월요일 하루 더 근무하고 그다음은 4일간 휴무하고 금요일 출근하게 된다고 하니 알았다고 한다. ​ 그러다 우린 각자 반대편에서 근무하며 서머타임이 해제되는 관계로 한 시간을 뒤로 가게 되어 1시간을 더 근무하게 되었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서 브렛이 다가와 퇴근시간에 부인이 데리러 온다며 그때 너에게 줄 것을 갖고 온다며 같이 가자고 해서 그러며 했다. ​ 전날 마켓을 들리게 되었다. 들리면서 너구리와 신라면이 세일을 하고 있어 각각 하나씩 린을 위해 샀다. 그..

붓꽃 독백 2023.11.11

경계선을 넘으면서

​ 막 10월 31을 넘어왔다. 그리고 지금은 11월 1일 영시 16분이다. 몇 번 숨 고르는 사이에 초가 가고 분이 가고 시간이 가고 하루가 가고 한주가 가고 한 달이 가고 여기 2023년 거의 끝 무렵에 도착해 있다. 이 한 해도 내 나이에 열심히 살아온 올 한 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아직도 건강을 유지하고 자식 같고 조카 같은 젊은 세대들과 함께 근무를 하고 있다 하여도 살아온 세월보다 예측불허의 남은 날들이 작기에 미련을 버리고 과감하게 손을 놓고 남은 인생을 그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하게 된다. ​ 수많은 세월 앞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그 세월 속에 수없는 슬픔과 시련과 역경과 마주한 날들을 어찌 필설로 다할까 싶다. 다른 문화 속에서 동화되어 살아가게 되기까..

붓꽃 독백 2023.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