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8907

오늘 하루 그 에스프리

​간밤은 얼마나 바람이 불고 춥던지 걸어서 가까운 거리의 마켓을 다녀오려니 손이 다 시렸다. 손이 시렸기는 난생처음이었다. 히터를 켜서 방안을 데우는 일은 웬만하면 안 하려고 올해는 노력하는 편이다. 약간은 추운 듯 시원한 실내공기를 선호하는 편이다. 건조하고 더운 공기는 답답함을 느낀다. 한기를 느낀다 싶으면 실내복 위에 배스 로브를 걸치고 있다. 이번 겨울에는 2023년 마지막 연차 휴가를 시작하기 전에 마리셀이 따듯한 배스 로브를 선물로 주어 지금도 걸치고 있다. ​ 01/08/2024 ​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코스트코를 가기로 큰 결심을 하고 일어나 세면하고 면도하고 뒤란으로 가서 바람에 날려 옆집에서 떨어진 낙화들을 쓸어 모으고 잠시 청소를 하는 데 옆집 이웃이 잠시 어데를 다녀와 그녀와 ..

붓꽃 독백 2024.01.12

겨울밤

006. 11. 1 ​이제 휴가도 중반을 넘어가고 있다. 그저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산다는 것이 휴식이려니 싶은 그런 나태함 속에 파묻혀지내고 있었다. 은퇴 후를 생각하며 오고 가는 복잡한 생각과 마음들이 때론 깊은 고독에 침잠한다. ​ 한국의 1세대 세계무대에서의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의 연주로 포레의 곡을 듣노라니 눈물이 솟구칠 것 같은 깊은 영혼의 울림을 준다. 참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다. 수십 년 전 그토록 나를 한국인 아들이라며 사랑해 주었던 이태리계로 시카고 교향악단의 첼로 주자이었던 분이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물론 하늘의 별이 되신지 오랜 세월이 흘러갔다. 아직도 내 책갈피에 간직되어 있는 그분의 대단한 용모의 흑백사진 한 장을 들추어 보지 않는 지..

붓꽃 독백 2024.01.12

근하신년

​ 여기 미국은 신년이 되면 폭죽을 터치느라 온 동네를 시끄럽게 한다. 지금 밤 11시 40분에도 폭죽을 터치느라 시끄럽기 짝이 없고 여기저기서 폭죽 세례다. 작년 이맘때 터진 폭죽들 다시 그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곧 20분 후 새해가 된다. 그렇다고 살판난 일이 있을 것도 아닌데 하는 것이 이 늙은 사람의 생각이다. 다시 한 살을 1개월이 지나면 더 먹게 되어 만 71세가 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한국에서 출생해 살아온 날의 몇 배를 이 영어권에서 살아왔다. ​ 내가 기억해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모두 국내외 캐나다부터 태국까지 새해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새해가 열렸다고 폭죽이 여기저기서 터져 온 동네가 시끄럽기 그지없다. 적어도 반 시간 이상은 넘어가야 멈추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 써놓고..

붓꽃 독백 2024.01.12

아듀 2023

어저께 올해의 마지막 근무를 맞추고 퇴근길에 안전 관리실에 들려 지난 10월부터 말썽을 피웠던 개인 신상이 담긴 컴퓨터 칩이 담겨 있는 카드를 찾으러 갔다. 이 카드 없이는 직장에서 컴퓨터를 열수도 없고 로그인을 할 수도 없다. 단지 카드 사용 예외를 신청해야 카드 없이 직장 내 컴퓨터에 로그인이 가능하다. ​ 그 고생을 1개월 반을 하고 어저께서야 인덱스 휭거 즉 두 번째 손가락의 지문을 두 번이나 찍고 카드를 이수 받았다. 그런데 유효기간이 2028년 12월 까지다. 그것을 보면서 순간 씁쓸했다. 나는 그때까지 근무를 해도 되지만 아니 건강이 허락하면 평생 근무를 해도 되는 직장이지만 새 해면 은퇴할 예정인데 하는 마음이었다. ​ 그리고 사무실을 나오니 허허벌판 같은 주자장에서 도망도 안 가고 다람쥐..

붓꽃 독백 2024.01.12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진지란 어휘를 얼마 만에 유튜브 온라인에서 들어보는지 모르는 박싱 데이 크리스 마스 다음 날인 오늘 12월 26일 지금 이 순간 저녁 5시 5분이다. 어려서 우리 집에서 사용하던 어휘다. 어른 보고 진지 잡수세요 하던 말들 요즘 세상에 그런 문장을 사용하는지는 내가 한국에서 살지 않으니 모르겠다. 평생을 영어를 일상 언어로 사용하는 문화에서 살아왔고 살고 있기에 모국어의 변천사를 다 꿰차기는 힘들다. ​ 오늘도 한국어를 사용하는 공간은 이 순간 이 사이버공간뿐이다. 주변에 한국어를 사용할 사람도 없고 직장을 가도 영어만 사용하고 사는 환경이다 보니 더욱 그렇다. 크리스마스이브 근무를 맞추고 퇴근하니 피로감이 밀려와 샤워 후 세 네 시간을 자고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아이들을 만나러 갔다. ​ 간단한 가정..

붓꽃 독백 2023.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