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8907

크리스마스이브 그 에스프리

​연말 휴가철이 되니 각 부서에 결근자가 너무나도 많아 당장 근무자가 부족하게 되어 직장 전체가 난리도 아니다. 결국 다른 부서에 가서 파견근무를 하게 되었다. 어차피 돌아가면서 파견근무하는 일 매를 먼저 맞자 하는 심정으로 자원해서 파견근무를 나갔었다. 그리고 평소보다 반 시간이나 늦게 퇴근하였다. ​ 요즘은 예전과 다르게 홀로 출근해서 홀로 퇴근하게 된 지도 오래되었다. 그리고 서로 만나기도 힘든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세월에 한 해의 끝자락이 되었고 곧 새해가 바로 턱밑에 와있다. 내 우체통이 주인을 잃어버린지도 거의 십여 년이 넘은 것 같다. 매해 아버지 파파 후레드는 타향에서 생활하는 아들에게 크리스마스 3주 전이나 4주 전이면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주셨고 아들의 생일 2-3주 전에 카드와..

붓꽃 독백 2023.12.27

창밖에는 겨울비 내리고

​ 한주 근무를 맞추고 나니 긴장이 풀려서일까 월요일 밤 11시 13분 왜 이렇게 피곤하지 싶다, 퇴근해 샤워하고 어저께 요리하다 남긴 밥 한 공기와 불고기를 데워 전 전주에 담근 김치와 비벼서 간단히 요기를 했다. 어쩌다 의자에 앉아 피로감에 졸다 눈을 떠보니 정오가 가까웠나 넘었나 기억도 안 난다. 퇴근길에 하늘을 보니 구름이 잔뜩 껴 비가 올 것만 같은 날씨였었다. ​ 자고 눈을 떠보니 밤 8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막막했다. 뭐를 해야 될까 생각하다 보니 유튜브에 18세기 프랑스 문화 빅토르 위고의 원작 이 올라와있었다. 영어 자막이 없어 세세한 내용을 알기 어렵지만 불어와 영어가 같은 어휘가 때로는 있어 짐작은 할 수 있었다. ​ 그러다 어느 젊은 신세대 여성이 처음으로 담아 보는 김장 김치 만드..

붓꽃 독백 2023.12.23

멍 때리고 싶은 날

​ 벌써 12월도 중순을 향해가고 있다. 무정하고 잔인한 세월은 무상하기만 하고 한없이 덧없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번 한주만큼 근무가 격렬하고 감정의 골을 오르고 내리고 한 시간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인간의 삶은 어데까지가 한계이고 존엄을 갖고 있다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일인지 싶은 그런 날들이었다. 미얀마 출신으로 싱가포르에서 교육을 받았던 반중국계인 에이프릴과 더불어 전쟁터와 같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지난 금 토 일이었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시간들이었다. ​ 결국은 마침표 두 개를 찍고 야만 막을 내린 사투였었다. 그래서일까 5일간 휴무중에 두 번째 날인 오늘 내년도 차량등록을 갱신하기 위하여 주정부에서 보낸 등록 서류 가운데 하나 스모그 체크 테스트 받으러 가야 하는 일도 뭉그적거리고 있..

붓꽃 독백 2023.12.16

2023년 12월 첫 주 근무를 맞추고

2023년 첫 주 근무를 맞추고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포기 배추김치를 담고 싶었다. 한국 음식을 안 먹고 사는 지도 한동안 되었다. 아침은 늘 빵을 먹고 살고 소식을 하니 그렇다. 화려한 음식보다 소박한 저 강원도 산골 노부부의 밥상이 그립다. 늙어 갈수록 소박한 한국의 옛 밥상이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주변에는 한국어로 대화를 할 사람도 없고 출근을 해 근무를 하는 동안에도 영어만 사용하니 도리가 없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공간은 지금 이 순간뿐이다. ​ 며칠 전 마켓을 들리니 계산대에서 근무하시는 여성분이 평소 나누는 가벼운 인사를 주고받다 언제 은퇴하냐고 해서 이제 칠순이 넘어가 내년에는 은퇴할 것이라고 하니 그럼 53년생이세요 하고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했더니 자기 언니가 53년생이고 자신은 55..

붓꽃 독백 2023.12.08

가을비 내리고

​ 지금은 금요일 저녁 8시 반 잠시 바람도 쏘일 겸 걸어서 마켓을 다녀왔다. 한두 가지만 산다고 가서는 늘 그 몇 배를 사는 나 오늘도 예외가 아니다. 너무나도 예쁘게 생긴 싱싱한 동치미 무의 유혹을 뿌리치질 못하고 무 2개에 2불 하는 것 하나, 멍빈 스프라우트/숙주나물을 두 봉지, 한 봉지에 1불 49 전, 올해 새로 수확한 큰 단감도 나오고 한국산 밤도 나오고 그랬다. ​ 성격상 게나 밤 같은 것은 손으로 일일이 까야 하고 빼먹어야 하고 해서 나는 아예 먹고살지 않는다. 손에 묻히고 일일이 그거 하나 먹자고 하는 마음이 앞서 귀찮아 그렇게 한국 사람들이 미치도록 좋아하는 음식 꽃게로 만든 각종 음식들 간장게장, 양념게장 이외에 다양한 게로 만든 음식들 포기하고 사는 사람이다. ​ 그렇다고 에 나오..

붓꽃 독백 2023.12.03